일상에 대한 넋두리

그립고 그리운 망부목, 몰운대_20200202

사려울 2021. 7. 7. 06:00

구름에 빠진 채 풍류를 읊고 싶은 곳.
사실 몰운대는 벼랑 위에 섰을 때보다 벼랑 앞 멀직이 떨어졌을 때 진면목을 알 수 있다.
다만 벼랑 위는 섞어 문드러지는 한이 있어도 그 모습을 지키는 고사목의 자태가 절묘하기에 어쩌면 세상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고,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아찔한 절벽 위 서면 상상이 더해져 신비감을 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숙소에서 출발할 때 동강 칠족령을 감안했었는데 겨울이면 가뜩이나 위태로운 길이 더욱 위험하지 않을까 싶어 급작스레 운전대를 돌렸고, 그 때 문득 절벽 위에서 지독한 그리움에 얼어 버린 고사목이 떠올랐다.
그와 더불어 몰운대 가는 길목에 지나는 이들의 마음을 훔치는 소금강까지 인접해 있으니 동강 칠족령를 가지 못한 아쉬움에 충분한 위안이 될 수 있으리라 여겼다.
평소 네비게이션을 거의 만지지 않아 소위 길눈은 밝은 편인데 소금강과 몰운대 길은 누워서 떡 먹고 죽 먹기 보다 쉬웠지만 가는 길에 대한 기억이 없어 이참에 다시 기억을 짚어 나가는 것도 괜춘하다.
또한 소금강이나 몰운대는 동강 칠족령과 달리 큰 위험도 없어 겨울 추위로 빙판길이 되어도 그 위험도가 절벽만 할까?
다행이 날씨는 완전 띵호와!

2014년 가을에 이 자리를 밟고 5년 조금 지나 다시 밟는 감회란.
(하늘 아래 가을 나린 태백, 정선_20141018)
기구한 세상사처럼 꼬이고 뒤틀릴 지언정 줄기는 꼿꼿한 자태는 변함 없고, 차이가 있다면 절벽 가까이 헛디딜 수 있어 위험을 인지시키는 노란색 비닐 디펜스가 허술하게 쳐져 있다.
하긴 이 절벽은 난간 같은 것도 없이 편평한 바위 옆은 바로 벼락이니까 행여 이런 자리에서 수족증 때문에 스텝이 꼬여 다이빙할 수 있겠다.

정선 몰운대를 알고 있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거니와 도로에서 보면 몰운대에 이런 특징을 전혀 유추할 수 없어 항상 찾는 사람이 드물다.
이날 또한 아무도 찾는 이 없이 혼자 여기를 누비고 다녔는데 이참에 고사목 옆 벼랑 위 정자도 한 번 가봐야 되는데 무성한 나무에 가려 정자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분명 같은 자리에 있다.
바로 옆 벼랑끝이라고 해도 거기를 갈려면 왔던 길로 조금 가다 보면 다른 갈래길로 빠져야 되는 만큼 다리가 후덜덜 떨려도 끝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는 벱이지.

역시 육각정자는 변함 없이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도 육각정 옆이 바로 절벽이라 위험을 알리기 위해 이렇게 밧줄로 접근을 차단시켜 놓았다.
사실 여긴 나무가 둘러쳐져 있어 사진 찍기엔 좋지 못하다.

육각정을 빠져 나와 다시 옆 절벽에 서서 육각정을 바라봤다.
막상 절벽 위에 서 있으면 아찔함에도 바라보는 시선에는 풍류가 읽힌다.
몰운대 일대를 돌아다니며 그 동안 몇 차례 왔던 기억을 표류하자 길게는 16년 지난 시간이 무색할 만큼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 때는 덜컹거리는 기차를 타고 정선역에서 내려 시골길을 경쾌하게 질주하는 버스를 이용했던 터라 불편한 과정이 주는 솔솔한 학습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러고 보니 몇 번 왔던 기억들이 모두 아름답고 선명한 추억이군.
이 자리에 서는 순간 그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아주 살짝 그리움에 울컥했다.

몰운대를 오는 길목에는 화암동굴, 약수, 소금강계곡이 있지만 화암동굴과 화암약수는 한길을 살짝 벗어나는 것과 달리 소금강은 한길 자체가 계곡을 관통하는 경로라 수월한 장점을 활용하여 소금강을 좀 더 면밀히 살피자는 의도로 느긋하게 왔던 길을 거슬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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