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한 두 개가 모여 각별한 하나로, 단조로운 바다와 흔하디 흔한 바위산이 만나 세상 하나 뿐인 자태, 그 모습이 보는 시점과 지점에 따라 다른 옷으로 단장했다.
만약 두 바위 돌기가 서로 시기했다면 그 모습이 남달랐을까?
고립의 아픔에서 서로 의지하며 고단한 바다 한가운데 생존하는 숙원을 조화롭게 이룬 경관이, 그래서 절경일 수밖에 없다.
대장도를 떠나기 전, 뿌연 대기 사이 다음 목적지인 망주봉 방향을 바라봤다.
때론 옅은 안개도 고마울 때가 있다.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의 차이에 따라 미운 오리 새끼가 아름다운 백조로 거듭날 수 있는 전경이었다.
대장도에서 차로 이동하여 선유도에 도착, 주차된 차들이 길 양 편에 늘어서 주차는 물론이거니와 통행조차 쉽지 않았다.
망주봉을 지나 선유도 해변의 끝이 보일 무렵 너른 공터에 차를 비집어 넣고 왔던 길인 망주봉 방향으로 걸었다.
선유도 해변을 하트 모양으로 가르는 작은 바위섬은 다리가 놓여 있고 그 너머 보이는 대장도는 일몰 맛집이라 그리 급할 것 없이 천천히 걸었다.
무척 평온한 분위기에 맞춰 바다와 대기도 덩달아 평온에 심취해 있는 날이었지만 뿌연 대기와 짙은 구름으로 해는 사라져 일몰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
망주봉 옆을 지날 무렵, 바람도 자리를 살짝 비켜줬는지 잠잠했다.
가까이서 보면 그리 각별할 것 없는데 대장도에서 보면 한 폭의 수묵화 같아 때론 인간도, 자연도 한발 떨어져 지켜볼 때 아름다움이 보이고, 내면의 진실이 보일 때가 많다.
가려졌던 해가 구름 너머 어렴풋 윤곽을 드러내 다리를 건너 길의 끝에 다가서자 사진 동호회 사람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옆에 빈자리를 차지하고 서녘으로 고개를 숙이는 해의 궤적을 함께 따라갔다.
대장봉 너머 서녘으로 익어가는 석양.
대장봉에서 이곳을, 이곳에서 대장봉을 바라보고픈 호기심을 채우고자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흐르는 구름과 찰랑이는 바다에 금실 뿌려 춤추는 석양의 옷자락에 심취하는 순간은 세상의 시간이 한달음 지날 정도로 몰입감은 깊디깊었다.
대장봉에서 바라본 선유도 해변은 선유도가 마치 얇고 간결한 띠를 두른 형상이었으나 실제 이 자리에 다다르자 다른 곳에 비해 사람들이 넘쳐났다.
설 익은 석양에 재즈와 같은 곡조의 파도가 찰랑이던 해변에서 대장봉과 위치를 바꿔 시선을 달리 했다.
둔탁한 대기를 뚫고 서쪽으로 점점 무르익는 석양을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의 발걸음을 멈췄다.
짧은 시간이 무색하게도 고군산군도는 푸짐한 잔치상처럼 한아름 만족의 보따리를 챙겨줬다.
코로나19가 소멸하는 날에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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