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에 찾은 원주 간현에서 만개한 대지의 봄볕 아래 천리안을 빌려 산이 바라보던 세상을 품었다.
나무의 꿈이 어느덧 뛰쳐나와 가지의 눈으로 영글어 오색빛 현실이 되고, 차디찬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 켜던 대지는 신록의 푸른 춤에 흥이 실렸다.
주말을 맞아 길 따라 흐르는 인파 속에서 희망의 미소가 빛을 굴절시킬 때 봄은 앞서거니 쫓아 산으로, 강으로, 벌판으로, 철길로, 허공으로 등 떠미는 진풍경을 보며 봄을 실감했고, 그 따스한 군집에 스며 동화되어 걸음 또한 분주했다.
많은 인파가 올 거란 예상과 달리 고속도로는 줄지어 남쪽으로 향하는 덕에 제법 여유 있는 여정을 곱씹었다.
단돈 9천원의 행복, 충분히 즐길 자신 있다면 그 9천 원 아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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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리 따사롭던 주말, 남쪽으로 향한 차량이 많아 상대적으로 간현은 주말치곤 조용했고, 여유 있게 소금산 출렁다리에 올랐다.
출렁다리에서 보이는 세상은 여전히 볼만했다.
아래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였는데 주말에 이런 한적한 간현을 볼 수 있었던 건 처음이었다.
일행들을 독촉해서 급히 잔도로 지나던 중 울렁다리와 소나무 아래 진달래가 보여 한숨 돌릴 겸 잠시 쉬기로 했다.
독촉한 이유는 앞서 단체로 오신 분들이 워낙 길을 점거하는 바람에 잔도에서 제대로 즐기지 못할 걸 염려해서 그랬고, 다행히 멀찌감치 따돌려 뒤돌아 봤을 때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뒤늦게 바위산 아래의 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잔도에 다다르면 소위 그랜드밸리와 관광타운 너머 원래부터 형성되어 있던 지정면의 마을, 심지어 가장 멀리 희미하게 자리 잡은 거대한 치악산까지 보였다.
동행했던 친구 한 명은 오금이 저려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없단다.
잔도의 끝, 스카이워크와 울렁다리에 다가섰다.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는 일행이 조금 힘들어 해서 세세히 둘러볼 겨를 없이 내려와 조금 아쉽긴 했지만, 한 편으론 고소공포증을 가진 사람의 심정을 이해해 줘야 되는 게 맞다.
모든 일정을 끝내고 투썸에서 갈증을 달래던 중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것처럼, 역으로 아래에서 위를 바라봤다.
사실 위에서는 먼 세상을, 아래에서는 현재 있는 명소의 진면목을 알게 되어 어떻게 보면 두 가지 시선과 관점은 필요하겠다.
3월 중순임에도 강한 햇살로 인하여 하루 종일 더운감이 좀 있었지만 함께 무사히 여행을 마무리하여 추억을 갈무리한 게 가장 값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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