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강화도 워크샵 가는 날_20190525

사려울 2019. 9. 5. 23:17

여주를 다녀온 다음 날인 주말, 휴일 강화도 워크샵에서 마니산에 올라 나처럼 적나라한 전망 앞에 사우들과 함께 넋을 잠시 내려 놓았다.

어쩌면 평지에서 보던 시야와 다른 경험을 지불하기 위해 이런 고진감래를 겪는 게 아닐까?

쉽다는 건 식상해지기 쉽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진명목에 대한 가치를 외면하기 쉬워 적절한 노력과 관심을 들여 감사와 감탄을 배우는 과정일 수 있겠다.

깨달은 자만이 감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니산에 오르던 중 속도가 늦춰진 사우를 달래며 끝까지 올라갔다.

정상을 앞두고 옆길로 잘못 빠진 것도 모르고 절벽이 주는 감탄에 힘겹게 오르던 잠깐의 과거도 잊어 버렸다.




월매나 다리가 후덜 거리고 뚝배기가 어지러웠으면 절벽 위에서 기어가는 굼벵이가 되어 버린 사우, 허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봉우리를 밟은 자신의 극복에 몰래 박수를 쳤다.

사람이란 누구나 다 같을 수 없는 벱이지.

'난 쉽게 오르는데 넌 왜그리 비실거려?'

그 말은 즉슨 '난 그래도 널 위해 인내하고 지켜봐 줬는데 넌 왜그리 철이 없고, 이기적이야?'라고 답하면 이미 이기적인 위선과 자기 합리화에 화 낸다.

산을 잘 타지 못하더라도 분명 누구나 자신이 가진 장점과 특기가 있기 마련인데 편협한 소갈머리로 판단해 본들 '난 베포가 요따구로 좁아 터진 밴댕이야.'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특유의 유쾌한 화법과 타인에 대한 배려로 늘 서글서글한 이 사우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쉽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분명 이 친구는 그 소갈머리들에 비해 베포가 남다르고 배려와 눈 높이를 잘 맞춰 주는 착한 사람이다.

그래서 산을 버거워 하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살면서 대부분 평지를 다니지 산에 월매나 자주 다니겠나.

인간사 굴곡을 현명히 넘는게 더 멋지잖아. 



가성비로 선택한 펜션 답게 오래된 흔적이 강하지만 어차피 미친듯이 즐기고 솔직한 시간이 되는게 더 중요하잖아.

그런만큼 출발 전 무거웠던 발걸음을 잊고 흥겨운 시간이 되었다.



산행-삼세판 게임-평소 회사 생활의 허심탄회한 대화-건의-저녁 식사를 거치며 다시 제비 뽑기 게임을 했는데 벌칙을 받고 있는 사우.

손 들고 10초 있기를 정말 죄인처럼 연기하는 것도 대단혀.



이날 저녁까지 모든 식순을 소화하고 막판 노땅들 물에 빠뜨리고 사우들도 서로 빠뜨리는 시간 동안 사실 물이 생각보다 차가웠는데 그 마저 잊고 흥겹게 하루를 보냈던 이번 워크샵은 거대한 조직의 일원들이 한 발짝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기회의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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