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 8

상행길, 잊지 못할 냥이와의 만남_20221027

짧은 하루 동안 많이도 다녔고, 많은 만남과 헤어짐도 있었다.내려가는 길에 괴산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에 들렀고, 이어 노령으로 건강이 급격히 떨어진 외삼촌도 뵙고, 명절이 지나 절대 지나칠 수 없었던 아부지 성묘까지, 그리고 오마니 추억의 장소에 들렀다 이른 저녁을 해결한 뒤 상행길에 올랐다.다리를 건널 무렵 퇴근 러시아워라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가다 서다를 반복했는데 그 찰나 차창 너머 광활한 가을 하늘에 석양이 질러 놓은 노을 불빛에 매료됐다.어차피 막히는 교통이라 조바심 낼 필요도 없어 차라리 잘 된게 아닌가.석양빛 물드는 하늘이 어찌나 고운지 이렇게 정체 구간 속에서 하늘을 충분히 감상하며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갔다.다리를 지날 무렵 남은 석양이 급격히 떨어지더니 아파트 옥상 구조물에 살짝 ..

바다를 향한 고전적 갈망, 울진 망양휴게소_20220316

7번 국도를 지나면 의례적으로 들러 바다를 정독하게 되는 망양 휴게소는 처음에 망양인지 망향인지 대충 불러도 그 느낌은 허투루 하게 기억되지 않는 정취가 있다. 바다의 파도보다 더 강렬하고, 더 거센 세월의 파도에 버텨낼 재간이 없는 것처럼 연약하고 가냘픈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이제는 제법 바다와 어울리는 동태적인 변화가 깃들었다. 망양휴게소 www.mangyang.co.kr 휴게소 내 스카이워크와 비슷한 구조물에 오르면 바다 정취는 급격히 증폭되어 가슴으로 파고든다. 또렷한 기억 중 하나가 암초 무리들 위의 강태공들인데 이제는 텅 빈 채 파도만 암초를 누빈다.

밤에 휴게소에서 만난 고양이_20220314

주유할 겸 잠시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는데 얼핏 본 냥이가 재활용 분리수거통 부근에서 가만히 앉아 있어 처음엔 인형인 줄 알고 긴가민가 싶어 다가가자 몇 발 도망간다. 때마침 비가 내린 뒤라 여기 있나 보다 싶어 "밥 하나 줄 테니 여기 있어" 돌아와도 그 자리에 가만있었다. 햇반 그릇이 석판 바닥에서 잘 미끄러져 멀찍이 습식 파우치를 줬음에도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가온 녀석이었다. 울 냥이는 습식 하나로 3~5끼를 먹는데 녀석은 앉은자리에서 해치운 걸 보면 배가 고프긴 했다. 작별 인사를 하면서 멀어지는 사이 녀석은 망부석처럼 그 자리에서 뒷모습을 지켜봤다. 이래서 한 편으론 다행이다 싶었고, 한 편으론 마음 짠했다. 습식 하나 풀어주자 금새 다가와 먹는 걸 보면 뭔가 알고 있는 눈치였다. 녀석은 식사..

쉬어 가는 곳, 금왕 휴게소_20190415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무거워진 발걸음을 애써 한 걸음, 한 걸음 옮긴다.안락한 집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무기력해 지는 게 아니라 치열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며 무기력증에 빠지게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한다.왜냐?긴 백수시절 회상해 보면 시간이 풍족 하다고 해서 모든 걸 제대로 즐기는 게 아니라 자투리의 소중함을 몸소 느껴 봤기 땜시롱 치열한 일상 가운데 여가가 간절함을 증폭 시키기 때문이다.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부를 축척한 부자가 즐기지 못하는 이유랄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린 금왕 휴게소에 이런 문구가 땋!화합이라...적당히 치열한 일상과 그 속에 여가를 화합하는 길로 보인다.고속도로에 막연히 달린다는 생각을 가지면 한 없이 지루한데 어디론가 ..

이번엔 과거길_20181130

서울에서 스터디를 하던 멤버들은 서울에서 시험을 보고, 나는 대구에서 보기로 하고 오후에 느긋하게 출발했다.허나 중부내륙 고속도로로 체인지 되어 계속 하행하던 중 차가 열라 막힌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선산휴게소 부근에서 사고가 나 그 여파로 1시간 가량 거북이 운행을 했단다. 벌써 오후 7시반이 넘어 얼마나 고속도로에서 시간을 허비 했던가.선산 휴게소에 들러 찬 바람에 기분을 환기시키고 다시 출발한다.휴게소 뒷편에 암흑 천지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고즈넉한 야경에 이끌려 휴게소에 마련된 테라스에 서자 큰 호수가 보이고, 그 주변으로 인가와 식당 불빛이 아득하게 보인다.지금까지 느긋하게 운전해서 왔다면 조금 재촉해서 도착 시간을 앞당겨야겠다.내일 시험이라 오늘은 머릿속을 정리하며 숙소에서 편안하게 밤을 보내..

돌아가는 길_20180824

태풍이 지나간 자리, 아침부터 뙤약볕이 숙소 창만 열어 봐도 폭염을 짐작할 수 있는 풍경이다. 체크 아웃 시각까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동촌유원지 투썸플레이스에 가서 크로크무슈에 커피 한 사발로 때우고 바로 출발, 아침과는 달리 오후 시간이 지날 수록 하늘에 구름이 두터워진다. 경부 고속도로를 따라 집으로 출발하는데 태풍이 모든 혼탁한 기운을 쓸어 버린 뒤라 여름이지만 가을 하늘처럼 청명하고, 아직은 태풍의 잔해로 한바탕 빗줄기가 더 쏟아질 기세다. 금호 분기점을 지나며 여러 고가도로가 실타래처럼 엮여 있다. 구미에 다다랐을 무렵 구름의 그림자가 드리워 졌다. 경부 고속도로를 벗어나 중부내륙 고속도로로 갈아 탔다. 다시 상주 분기점에서 당진영덕 고속도로로 갈아 타고 힘차게 내딛는다. 속리산이 가까워지자 ..

하늘도 무겁고 마음도 무겁고_20180816

약속된 시간이 모두 흘러 다시 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처럼 마음과 발걸음이 무겁고 아쉽다.그런 마음을 아는지 하늘엔 무거운 구름이 낮게 쳐져 있고, 그 힘겨움으로 백두대간에 걸려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영주를 거쳐 안정, 풍기로 가는 활주로 같은 도로는 흐린 날이지만 맑은 공기로 탁 트인 대기처럼 시원하게 뻗어 있는데 멀리 장벽처럼 늘어선 백두대간이 적나라하게 보이고 그 틈바구니 낮게 패인 곳이 죽령이다.넓은 평원처럼 백두대간까지 산이 거의 없는 지형을 그대로 그어 놓은 도로를 따라 달리던 중 차에서 잠시 내려 구름이 걸린 백두대간은 마치 가야 될 길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란 예견처럼 보인다. 집으로 가는 길에 유독 졸음이 쏟아져 꼭 쉬어가게 되는 천등산 휴게소에 들러 뒤뜰을 걸으며 졸음을 털어..

청도휴게소

지난번 부산에서 대구 올라오는 길에 들린 청도휴게소.벩스런 대구부산간 고속도로의 요금이 괘심해서 그냥 논스톱으로 갈려고 했지만 여기엔 투썸플레이스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들렀다.휴게소가 해가 지날수록 뭔가 낡아간다는 느낌이 강한 걸 보면 관리를 잘 못하나 보다.2010년 봄에 처음 들렀을땐 참 깨끗하고 조용한 첫인상이 었는데 매년마다 지날때엔 점점 이용객이 늘고 정차된 차량도 많은데 그래서 점점 나이를 먹는구나 싶다가도 곳곳에 시간의 때가 끼인 걸 보면 관리 문제가 아닐까?만약 투썸플레이스가 없었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으려니...이날 바람도 거의 없고 날은 무쟈게 덥더라.커피 직원은 별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보여서 아이스 아메리까~노만 사서 바로 출발했다.그래도 여느 휴게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