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32

태백 철암역에서 협곡열차 타고_20240406

다시 찾은 철암에 변한 것은 단 하나, 바로 겨울이 물러난 자리에 봄이 들어와 한층 온화한 정취로 변모했다.하얀 눈으로 뒤덮인 선로는 다시 원래의 모습을 찾았고, 마을을 가로지르는 철암천은 두텁던 얼음 대신 신록의 희망에 잔뜩 부풀었다.어느 하나가 좋다는 느낌보다 산골 마을 계절이 주는 묘한 매력을 함께 체득한다는 게 계절마다 특색 있는 푸짐한 밥상을 거나하게 즐긴 기분 이상이었다.다만 열차 이용과 식솔이 많아 시간대가 애매한 바람에 철암에 1시간 정도 머문 걸로 만족해야지.꾸준하게 몰리는 사람들로 인해 꽈배기를 시켜 포식하는 사이 시간은 훌쩍 지나 예약한 열차 출발이 임박했고, 돌아오는 길에 승부역, 양원역에 잠깐씩 들러 감질 맛 나는 간이역 구경에 비해 순도 높은 오지를 편하게 앉아 정독하는 재미는 ..

산골의 따스한 정감이 있는 곳, 태백 철암도서관_20240125

철암마을을 가르는 철길엔 정겨운 건널목이 있고,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부담하여 만든 도서관도 있다.전산 접속이 필요해 미리 통화했던 철암도서관으로 가서 약 1시간 동안 노트북을 두드릴 때, 시끌벅적한 아이들 소리와 순박하던 사람들을 잊을 수 없었다.물론 자리 자체는 편한 게 아니었지만 여정에서 이런 경험은 절경을 마주한 것과 같았다.오며 가며 아이들은 연신 인사를 했는데 그 순박한 인사와 눈빛이 처음엔 이질적이었으나, 점점 빠질 수밖에 없었고, 도서관을 떠나는 순간에도 발걸음을 어렵게 뗄 수밖에 없었다.다음엔 기나긴 태백 시가지를 해파랑길 여정처럼 편도는 도보로 도전해야겠다.숙소에 돌아와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사이 해는 지고 멀리 백두대간 너머로 덩그런 달이 배시시 웃었다.철암도서관은 정부지원금 없이..

한파도 개의치 않는 태백의 포근한 정취, 철암_20240125

원래 연화산 둘레길을 걷는 계획으로 연화산유원지를 찾았지만 제법 쌓인 눈이 두터워 초입에 주차한 뒤 유원지 내부로 걸었고, 이내 신발이 젖어 계획을 수정했다.때마침 웹으로 회사 전산에 접속해야 될 일이 있어 겸사겸사 도서관을 찾던 중 꽤 많은 도서관 중 철암도서관에 전화 문의를 드리자 외지인도 이용 가능한 데다 심지어 와이파이도 짱짱하다는 말씀에 철암 여정으로 급히 우회했다.도서관으로 가기 전에 햇살이 넘치는 마을 거리를 배회하며 시간의 단맛, 그리고 추억의 주마등을 회상하는 사이 거리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쏟아졌고,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을 겸허히 받들어 비슷한 듯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하나씩 만났다.햇살 아래 한가로이 일광을 즐기는 냥이들, 산허리 구부정 오르는 길, 그리고 그 아래 보이는..

땅거미 아래 정겨움, 태백 장성동_20240124

태백은 낙동강 발원지를 따라 기나긴 협곡에 둥지를 튼 도시로 1.태백시청, 황지못, 터미널, 역, 주요 상권이 들어선 번화가가 밀집한 도심과 2.각종 경기장, 체육 시설, 일부 아파트, 주택가가 있는 곳과 3.경찰서, 석탄 공사 장성광업소,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이 있는 장성동, 4.소방청 체험센터인 세이프타운, 축구장, 교육지원청이 있는 곳과 5.구문소를 끼고 돌아 동점초교가 있는 작은 마을, 6.소방학교가 있는 철암 일부 동네, 그리고 7.철암역, 탄광역사촌, 선탄체험시설, 근로복지공단 케어센터가 있는 비교적 큰 마을로 구성되어 있었다.-물론 태백 연고가 전혀 없어 여행을 다니며 눈동냥으로 분류한 나만의 기준이다-전국 여행지 중 정선과 함께 자주 오는 곳임에도 1, 7번만 집중적으로 다녔고, 장성도 비..

한국의 작은 알프스, 태백과 삼척 건의령_20240124

가슴을 한껏 펼쳐 서서히 움켜쥐면 보이는 모든 것들이 내 안에 들어온다.건의령, 여기선 그게 가능하다.함백산에 이어 찾아간 곳은 건의령으로 태백 시내를 지나 검룡소가 가는 방향과 똑같았고, 다만 검룡소는 35번 국도를 타고 삼수령을 넘어 삼수동으로 빠져야만 했는데 건의령은 계속 35번 국도를 경유하다 상사미교차로에서 우측의 뿌듯한 오르막 지선인 424 도로를 타면 바로 우측의 장벽 같은 산의 고갯길이 건의령이었다.가는 길에 폭설의 영향인지 아니면 공사 중인지 삼수령길은 통제 중이라 옛 고갯길로 우회했고, 대체적으로 태백의 제설이 늘 한발 앞서긴 해도 한파로 인해 도로가 쪽의 빙판 자국을 상기시킨다면 평소에 비해 시간은 좀 더 소요됐다.터널을 지나기 전에 건의령으로 갈 경우 체력적인 자신감이 충만하고 앞서..

겨울의 창대한 밀림 속에서, 태백 함백산, 창옥봉과 만항재_20240124

발왕산의 설경은 지형적인 특성이 그대로 용해되어 장쾌하고 하늘과 적재적소에서 어울린다면 태백의 설경은 정형화된 게 없이 야생의 밀도가 높고 여백 사이로 섬세하게 터치하여 한 올 한 올 자수를 놓았다.물론 이분법적으로 어디가 상대적으로 좋고 나쁨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매력을 지극히 주관적으로 정의한 거라 두 곳 모두 놓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발왕산은 홀로 우뚝 선 마냥 시선의 반은 하늘이었고, 그래서 솟구치고 도드라진 느낌이 동행했었는데 함백산은 지형적으로 발왕산과 달리 일대가 거의 비슷한 고봉들이 산재해 있어 설경의 밀림 속에 은둔한 느낌이었다.무심히 지나는 한 조각구름조차 원래부터 있던 자리처럼 제 소향에 맞춰 춤을 췄고, 아주 가끔 마주치던 사람이 지나간 자리엔 공백의 정적도 제 역할인 양 ..

태백 오투리조트의 아침 설경_20240124

이튿날 일어나 창을 열자 한파로 인해 며칠 전 내린 설경이 신선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함백산 창옥봉의 눈꽃과 상고대를 만나러 가기 전, 진중한 묵념을 하듯 숙소 일대 설경을 둘러봤다. 소중한 시간의 창고, 태백을 떠나며_20201110 예기치 못한 경험을 마주하며 기억을 조각하는 게 여행이라면 태백은 창작을 하는 작업실이라면 솔직한 표현일까? 전날 홀로 집을 지키던 냥이가 후다닥 놀다 방에 갇혀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meta-roid.tistory.com 오투_20221110 meta-roid.tistory.com 금대봉은 월간잡지 월간 산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으로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와 정선군 및 삼척시에 걸쳐 있는 높이 1,418m의 산이다. 본래 이름은 검대산(여기서 儉은 단군왕검을 지칭)으로 ..

하늘과 가까운 태백 오투리조트 저녁 설경_20240123

1천m가 넘는 고지에 우뚝 선 숙소는 2015년 처음 연을 맺었고, 일대 베이스캠프 삼아 거의 매년을 요긴하게 활용 했었던 친숙한 경험에 비추어 올해도 빼지 않았다.자연은 오래된 것들에서 싫증 나거나 낡았다는 느낌이 없건만 인공적인 것들은 낡은 것들에서 과정에 따라 극단적인 '현재'의 결과가 있기 마련인데 여긴 점점 거리를 둘 때가 되었다.회사를 통한 제휴 프로그램의 혜택과 감성 사이에서 이제는 감성의 역치에 다다르고, 꽤 많은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괜히 성질 버릴 필요 없겠다.여러 가지 중 특히 중대형 평형대를 제외한 소형 객실의 경우는 조리 시설이 없었다.화재 위험? 급 나누기?객실내 베란다 통유리창은 틀이 변형된 건지 창을 완전히 닫더라도 너른 틈이 보였고, 그 틈 사이로 한파가 몰고 온 찬바람이 ..

평창에서 태백으로 가는 길_20240123

발왕산에서 내려와 곧장 강릉-도계를 거쳐 태백으로 향했다. 또 다른 겨울을 만나러 강원 내륙으로 가는 길이었다. 직선거리에 비해 한참 에둘러 찾아간, 백두대간에 숨겨진 세상은 앞서 평창과 달리 화려함보다 은둔의 정취답게 인간에 의해 방해받지 않은 겨울이었다. 헤매다 찾았었던 추억이 깃든 태백 일대의 겨울에 까치발 들고 조용히 찾아 숨결을 느껴보자. 횡계를 떠나 영동고속도로에 몸을 실었다. 겨울이 아니라면 안반데기를 넘어 정선 구절리를 지나갔겠지만, 강원의 깊은 산중은 빙판이 되어 이방인의 발길을 거부했다. 대관령에 발을 들여놓는 첫 신호탄으로 대관령1터널이 펼쳐졌다. 대관령1터널을 빠져나오자 갑자기 탁 트인 시야로 가슴마저 트였다. 생태터널 형식의 2, 3터널을 지나면 다시 산속을 파고드는 4터널이 기다..

태백의 일기, 철암_20221109

그리 긴 세월의 향연도, 그리 머나먼 과거도 아닌데 까마득한 건 망각의 영역에 방치한 기억의 단절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 반가웠고, 더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허나 옛 정취는 모두 자물쇠가 물려 있었고, 재현된 영광엔 그리 신선할 것도 없었다. 아마도 직접적인 추억이 없어 정취의 발 담그기에 그친 부분도 있겠지만, 옛 정취 재현이 마치 불친절하고 무관심한 것도 미화해서 받아들일 거란 불성실한 부분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꽈배기 한 손에 잡고, 산골 싸늘해진 바람에 의지해 호호 불어 먹는 커피는 시선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흥얼대는 몰입감 이상으로 재밌었는데 산골 낮은 언제나 짧다는 불변을 벗어날 수 없었다. 철암탄광역사촌은 철암역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는데, 2014년에 탄광지역 생활현장 보존·복원사업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