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다리 9

문화의 수풀, 경천대관광지_20220126

우연히 낙동강을 따라가다 들렀던 경천대는 전국 각지의 명승지처럼 선명한 역사가 숨은 곳이었다. 사전 정보가 전혀 없어 별 기대 없이 주차를 하고 간소한 차림으로 느린 산책을 했는데 지역에선 나름 명소였는지 평일에도 꾸준히 이어지는 인적이 그 사실을 증명했다. 전망대를 거쳐 경천대를 거쳐 별 의심 없이 사람들이 발길이 이어지는 곳을 추종했는데 아주 작은 규모의 드라마 촬영장과 출렁다리였고, 비교적 오래 머문 사이 함께 몰려왔던 사람들은 어디론가 흩어지고 조각공원에 들렀을 무렵엔 텅 빈 공간에 홀로 작품을 마주했다. 문화와 예술에 문외한이긴 하나 인간의 최종 욕구는 자아실현이며, 그 접점은 문화예술이라 나름 이런 독창적이고 독특한 작품 앞에선 꽤 감동을 받는데 이유는 모르지만 무한한 창의성에 비록 뱁새가 가..

고요, 적막, 평온한 우포_20211025

석양이 남은 하루 시간을 태우는 시간에 맞춰 우포출렁다리에 다다라 쉴 틈 없던 여정에 잠시 쉼표를 찍는다. 간헐적으로 오가는 사람들과 간소한 눈인사를 주고 받으며 적막강산의 정체된 공허 속에서 희열과 여독으로 점철된 존재를 조용히 되짚어 본다. 가끔 낯선 사람들의 사소한 지나침이 반가울 때가 바로 이런 경우 아닐까? 상대 또한 그런 그리움의 만연으로 무심한 듯 주고 받는 목례에서도 감출 수 없는 반가운 미소와 함께 지나친 뒤에 그 행적을 돌아보며, 다시 마주친 시선의 매듭을 차마 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좀 전까지 밭을 한가득 메우던 농부의 소리는 온데간데없고,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여행자의 발자국 소리만 굴절된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여정이라 걷는 동선을 줄일 목적으로 꾸역꾸역 차를 몰고 출렁다리로 접근..

낙동강 굽이 따라 봉화에서_20211003

시간을 맞추기 힘든 사우들과 함께 1박 2일로 여정을 떠나기로 하고, 봉화로 가기 전 영주에서 집결하여 점심으로 쫄면을 먹고 가기로 했다. 정오가 되기 조금 전에 영주에 도착했고, 훨씬 먼저 도착한 몇몇 일행들은 영주 무섬마을 구경 중이란다. 최종 목적지가 영주에서 한참 더 가야 되는 관계로 독촉하여 쫄면집에서 제때 만나 어렵게 주차를 한 뒤 식당에서 만났다. 6년 전 왔던 영주에서 가장 이름난 쫄면집인데 내 기준에서는 맛집은 아니고 다만 추억의 쫄면을 향유할 수 있는 정도. 12시 30분 오픈 시간 동안 팬데믹으로 매장 시식은 어렵고 포장만 가능하단다. 일행의 쫄면 호기심에 몇 군데 중 여기로 집결했는데 일찍 줄을 섰음에도 23번째 대기에 주변에 꽤 많은 분들이 쫄면을 기다린다. 분식에 포함되는 쫄면 ..

애국가처럼 거룩한 자태, 추암 촛대바위_20210630

해암정 삼척 심씨의 시조 심동로가 벼슬을 버리고 내려와 제자를 가르치며 생활할 때 지은 정자로 고려 공민왕 10년(1361)에 처음 짓고, 조선 중종 25년(1530)에 심언광이 다시 지었다. 심동로는 어려서부터 글을 잘하였는데, 고려말의 혼란한 상태를 바로잡으려 노력하다가 권력을 잡고 있던 간신배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하였다. 왕은 그를 말렸으나 노인이 동쪽으로 간다는 뜻의 '동로(東老)'라는 이름을 내리면서 결국 허락하였다. 앞면 3칸·옆면 2칸 규모이며, 지붕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집이다. 앞면을 제외한 3면은 모두 4척 정도의 높이까지 벽을 만들고 모두 개방하였다. 이곳에는 송시열이 덕원으로 유배되어 가는 도중 들러 남긴 '초합운심경전사(草合雲深逕轉斜)'라는 글..

지형의 아름다움이 용해된 용마루공원_20210614

둥지에 웅크린 자연이 수줍은 듯 날개를 서서히 펼치며 작은 잠에서 깨어난다. 이리저리 굽이치는 아스팔트는 산허리를 타고 돌아 인적 드문 지도의 공백지대로 걸음을 옮겨 주고, 한낯 기대의 봇짐만 무겁게 이고진 나그네는 무거운 어깨를 털어 신록이 흐르는 여울의 풋풋한 생명의 위로를 보답 받는다. 위성지도에 찍은 호기심만 믿고 지엽적인 이정표를 따라 몇 번 헤맨 끝에 도착한 호수공원은 매끈하게 단장한 공원이 무색할 만큼 인적이 증발해 버려 몇 안 되는 가족의 여유로운 산책에 있어 든든한 동반자 같았다. 비록 갈 길이 한참 먼 곳임에도 잠깐의 여유가 어찌 그리 달콤하던지. 한국관광공사 발췌 영주호 용마루 공원은 경북 영주시 평은면에 자리 잡고 있다. 공원은 용마루 공원 1과 용마루 공원 2로 구분된다. 용마루 ..

강, 산 그리고 사람이 만나는 오작교, 수주팔봉_20210128

오죽하면 강산이 고유명사처럼 사용 되었을까? 뗄 수 없는 인연의 골이 깊어 함께 어울린 자리에 또 다른 강이 함께 하자고 한다. 태생이 다른 세 개의 사무친 그리움이 심연의 갈망을 이루기 위해 지극히 무거운 걸음을 옮겨다다른 곳, 그래서 그 그리움을 잊지 않기 위해 첨예한 자연의 칼로 올곳이 조각하여 그리도 간절한 애정을 주홍글씨 마냥 그려 넣었을까? 만남은 그간의 애달픈 인내 였는지 갑작스런 눈발이 슬픈 곡조로 허공을 활보한다. 달천, 석문동천, 팔봉이 만나는 곳. 숨겨진 명소라 사위는 고요하고 인적은 뜸했다. 허나 숨은 보석처럼 미려한 곳이다. 출렁다리 밑 석문동천이 달천과 합류하는 곳으로 사람이 일부 가공했단다. 칼날 같은 능선을 따라 오르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전망대에 다다르게 된다. 데크길이 없..

벌판에 솟구친 칼바위 능선, 채계산_20210120

칼바위 능선으로 정평난 채계산은 세상이 온통 설원으로 뒤바뀐 평원과 그 사이를 가르는 섬진강의 번뜩이는 줄기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자연에 우뚝 솟은 나지막한 산이다. 동강 절벽길 이후 칼끝과도 같은 위태한 길을 걷는 건 오래된 기억이지만 아찔한 관문 뒤엔 늘 그렇듯 베일에 싸인 절경을 보여주는 답례도 잊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순창을 찾으리라 마음먹은 것도 바로 채계산이 꾸며 놓은 세상이야기를 듣고자함 인데 어느 계절에 오더라도 그 계절 아래 버티고 있는 자연은 같은 관용의 미덕으로 지나는 시간들을 쉴 수 있도록 큰 가슴 한 켠을 비워 놓는다. 이제는 칼끝과도 같은 바위 능선에 문명의 도구를 덮어 절경 이면의 위험은 사라졌지만 과대한 위선을 배제하고 살짝 그 위에 배려만 덫대어 놓..

우포 출렁다리와 쪽지벌_20201119

우포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다는 출렁다리는 생태촌 창녕 공무원을 통해 추천받은 우포 일주 탐방로 중 꼭 들르길 추천하던 장소로 바로 앞까지 차량 출입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멀찌감치 차를 두고 뚝방길을 따라 찾아갔는데 우포 하류 위치에 산밖벌이라는 근래 복원한 늪과 쪽지벌 사이를 가르는 토평천 도보길로 스릴감이나 절경보다 원시 하천 위를 걸으며, 산업화 시기에 거리를 누비던 버드나무의 희미한 기억을 반추할 수 있다. 갈대가 무성한 산밖벌을 돌아 출렁다리를 건너 뚝방길을 따라가면 쪽지벌로 향하게 되는데 우포에 발을 딛고 가장 아름다웠던 건 들판 민들레처럼 혀에 살짝 감기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하나씩 재현되고 있다는 것, 그냥 아무렇게나 두어도 자연은 스스로 각성하고 틀을 잡아가는 자생 기능이 발현되고 있..

간현 출렁다리_20180226

무한 도전의 여파인가?간현 출렁다리가 매스컴을 한 번 타고나서 거의 신드롬에 가까울 만큼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단숨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몇 년 전 청량리에서 중앙선 열차를 타고 원주 방면으로 가던 중 열차 창 너머 나름 소박하게 미려한 풍경을 보고 바로 맵을 열어 알게된 간현에 출렁다리가 생긴다는 소식은 이미 접했던 터라 언젠가 방문 하겠다던 의지를 갖고 있었는데 엄청난 인파를 목격하고 나서 무한 도전에 소개 되었단 걸 알았다.예까지 와서 발걸음을 돌릴 순 없고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큰 맘 먹고 온 만큼 인파의 틈바구니에 끼어 출렁다리에 몸을 실어 봐야지. 중앙선이 리뉴얼 되면서 직선화 되기 전, 이 철길이 중앙선이 었다.지금은 외형만 이렇게 덩그러니 남아 옛 추억을 상기시키는 역할 외엔 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