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아침 일출 전.

사려울 2013. 9. 29. 22:03

출근 전, 기상 시간에 창 너머 일출이 보이기 전이다.

해가 이렇게 짧아 졌구나 싶은 계절의 변화를 몸소 느낌과 동시에 겨울의 예감과도 같다.

산 위에 짙은 먹구름과 그 위에 일출 전 햇빛의 설레발이 겹겹이 보이는 광경이 경이롭게 보여 잽싸게 카메라를 들이 밀고 찍었는데 잘 찍은 사진에 대한 집착 보단 이런 걸 남길 수 있는 작은 여유로움과 기록에 대한 습관이 대견(?)하다.




2005년 새해 일출을 보겠노라고 영양 일월산에 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와 흡사한 광경이다.

첩첩 산을 너머 사진처럼 짙은 운무가 깔려 있고 그 너머에서 새해 일출이 뜨던 그런 완벽하지 않은 일출이었지만 구름을 힘겹게 넘고 있던 일출은 그 대로의 운치가 작렬했었고 그 느낌이 산 정상에서의 깊은 추위 만큼이나 감동이었었다.

구름과 하늘이 맞닿은 선이 점점 타들어 가더니 불에 잔뜩 달구어진 강철처럼 붉은 선과 대비되는 검은 구름.

마치 그 흑빛 구름이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 같은 내 상상에서 뻗쳐 오는 짜릿함은 살을 애는 듯한 추위와 맞물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로 각인 되었었다.

그런 인상 깊었던 일출이 며칠 전에도 보이길래 넉넉친 않지만 그 광경을 보는 순간 난 습관적으로 사진을 찍었고 마치 하나의 어렵던 미션을 수행한 만족감이 충만해 졌다.

이런 일상적인 일들 중 뿌듯하고 의미를 주입시킬 수 있는 경험들이 몇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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