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5

속리산 아래 기개 곧은 벼슬아치, 정이품송_20220613

저물어가는 하루의 시간이 극적이었다면 수백 년 동안 단 하루도 소홀하지 않았던 소나무는 이 하루가 어땠을까? 역치는 자극에 쫓겨 무뎌지듯 수령님은 시간의 파고가 그저 숙명의 무수한 털 한 끗도 되지 않겠지? 저녁 식사로 들른 식당 쥔장이 유기묘를 거두고 나서 두 번째 출산으로 5마리 키튼을 선물했단다. 가만 보고 있으면 심장이 멎을 것 같아 그 자리를 벗어나면서 내게 무턱대고 궁뎅이를 내민 털보숭이 어미에게 냥캔과 항생제 선물로 응수했다. 이를 보면 생명의 위해함과 강인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정이품송은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에 있는 수령 600~700년의 소나무. 1962년 천연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되었다. 조선 세조가 얽힌 전설이 있어 대중들에게는 한국의 천연기념물 중에서도 매우 유명하다. [..

하늘을 향한 기암의 욕망, 속리산 문장대_20220613

갈망일까? 소외일까? 갈망이라 하기엔 속리산 능선의 바위 봉우리가 도드라진 절경에 편향적일 수 있고, 소외라 하기엔 속리산 전체를 이루는 자연의 조합이 절묘한 화합을 이룬다. 속리산이라 함은 문장대로 인식되는 이유, 오른 뒤에야 비로소 긍정할 수 있었다. 산을 이루는 자연의 갈망이 모여 하나의 문장대라 읽히고, 그 문장대를 가기 위해 갈망의 곡(谷)을 하나씩 밟으며, 평이한 것들 가운데 특이한 하나가 마치 군계일학을 표현한 자연의 언어 같았다. 비록 자연을 훼손한 철학의 타락도, 문명의 이기도 백두대간의 위대한 심연 앞에서 초라한 행색일 수밖에 없는 자취를 한 발 떨어져 숙연히 바라보는 가운데 억겁 동안 인내한 문장대의 잔주름은 통찰의 표식이었다. 청법대 자태 또한 속리산의 빼어난 요소 중 하나였다. 신..

신선들이 노니는 속리산_20220613

거듭된 간절함에 소망이 결정체를 이루고 차곡하게 쌓인 소망이 성취란 결실이 된다면 켜켜이 쌓인 돌이 자연의 거룩한 손길을 거쳐 하나의 산이 된다. 삶이 한결같은 형상을 그리겠냐만 산 또한 어느 하나 같은 모습일 수 없었고, 먼 길 달려와 잠시 가부좌를 튼 백두대간이 유형의 신으로 하늘을 기리는 곳, 속리산이 아닐까? '속리산=문장대'란 공식을 버리고, 그와 함께 정갈히 앉아 각자 찬연한 화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또 다른 세상에서 작은 능선길의 질감을 손끝으로 듣는 사이 어느새 고유 명사처럼 각인된 혼을 기렸다. 계속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경업대에 서자 마치 거대 공연장의 홀에 서서 객석에 자리 잡은 여러 신들의 울림을 듣는 착각에 빠졌고, 그로 인해 세속의 잡념은 공연의 소소한 에필로그처..

곧은 기개, 정이품송_20210121

가는 날이 장날이 바로 이런 말이렷다. 때마침 보은장이라 복잡한 도로를 엉금엉금 기어 겨우 차를 세워 놓고 시장통을 방황했다. 분주한 한길과 달리 시장길은 생각보다 썰렁한데 그나마 큰 통로는 행인이 보이지만 살짝 뒷길로 접어들면 장날을 무색케 한다. 그래도 내겐 여전히 신기하고 정감 가득한 곳이다. 재래시장 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 바로 순대와 먹거리다. 메인 통로인데 진입로가 북적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적하다. 이름 멋지다. 결초보은이라~ 낮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정이품송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서둘러 법주사 방향으로 출발했다. 역시나 빠져나오는 것도 쉽지 않아 짧은 구간에서 한참 가다 서다를 반복하여 겨우 빠져나와 곧장 법주사로 향했다.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방울이 서서히 굵어져 법주사..

돌아가는 길_20180824

태풍이 지나간 자리, 아침부터 뙤약볕이 숙소 창만 열어 봐도 폭염을 짐작할 수 있는 풍경이다. 체크 아웃 시각까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동촌유원지 투썸플레이스에 가서 크로크무슈에 커피 한 사발로 때우고 바로 출발, 아침과는 달리 오후 시간이 지날 수록 하늘에 구름이 두터워진다. 경부 고속도로를 따라 집으로 출발하는데 태풍이 모든 혼탁한 기운을 쓸어 버린 뒤라 여름이지만 가을 하늘처럼 청명하고, 아직은 태풍의 잔해로 한바탕 빗줄기가 더 쏟아질 기세다. 금호 분기점을 지나며 여러 고가도로가 실타래처럼 엮여 있다. 구미에 다다랐을 무렵 구름의 그림자가 드리워 졌다. 경부 고속도로를 벗어나 중부내륙 고속도로로 갈아 탔다. 다시 상주 분기점에서 당진영덕 고속도로로 갈아 타고 힘차게 내딛는다. 속리산이 가까워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