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5

하늘을 향한 기암의 욕망, 속리산 문장대_20220613

갈망일까? 소외일까? 갈망이라 하기엔 속리산 능선의 바위 봉우리가 도드라진 절경에 편향적일 수 있고, 소외라 하기엔 속리산 전체를 이루는 자연의 조합이 절묘한 화합을 이룬다. 속리산이라 함은 문장대로 인식되는 이유, 오른 뒤에야 비로소 긍정할 수 있었다. 산을 이루는 자연의 갈망이 모여 하나의 문장대라 읽히고, 그 문장대를 가기 위해 갈망의 곡(谷)을 하나씩 밟으며, 평이한 것들 가운데 특이한 하나가 마치 군계일학을 표현한 자연의 언어 같았다. 비록 자연을 훼손한 철학의 타락도, 문명의 이기도 백두대간의 위대한 심연 앞에서 초라한 행색일 수밖에 없는 자취를 한 발 떨어져 숙연히 바라보는 가운데 억겁 동안 인내한 문장대의 잔주름은 통찰의 표식이었다. 청법대 자태 또한 속리산의 빼어난 요소 중 하나였다. 신..

신선들이 노니는 속리산_20220613

거듭된 간절함에 소망이 결정체를 이루고 차곡하게 쌓인 소망이 성취란 결실이 된다면 켜켜이 쌓인 돌이 자연의 거룩한 손길을 거쳐 하나의 산이 된다. 삶이 한결같은 형상을 그리겠냐만 산 또한 어느 하나 같은 모습일 수 없었고, 먼 길 달려와 잠시 가부좌를 튼 백두대간이 유형의 신으로 하늘을 기리는 곳, 속리산이 아닐까? '속리산=문장대'란 공식을 버리고, 그와 함께 정갈히 앉아 각자 찬연한 화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또 다른 세상에서 작은 능선길의 질감을 손끝으로 듣는 사이 어느새 고유 명사처럼 각인된 혼을 기렸다. 계속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경업대에 서자 마치 거대 공연장의 홀에 서서 객석에 자리 잡은 여러 신들의 울림을 듣는 착각에 빠졌고, 그로 인해 세속의 잡념은 공연의 소소한 에필로그처..

문화의 수풀, 경천대관광지_20220126

우연히 낙동강을 따라가다 들렀던 경천대는 전국 각지의 명승지처럼 선명한 역사가 숨은 곳이었다. 사전 정보가 전혀 없어 별 기대 없이 주차를 하고 간소한 차림으로 느린 산책을 했는데 지역에선 나름 명소였는지 평일에도 꾸준히 이어지는 인적이 그 사실을 증명했다. 전망대를 거쳐 경천대를 거쳐 별 의심 없이 사람들이 발길이 이어지는 곳을 추종했는데 아주 작은 규모의 드라마 촬영장과 출렁다리였고, 비교적 오래 머문 사이 함께 몰려왔던 사람들은 어디론가 흩어지고 조각공원에 들렀을 무렵엔 텅 빈 공간에 홀로 작품을 마주했다. 문화와 예술에 문외한이긴 하나 인간의 최종 욕구는 자아실현이며, 그 접점은 문화예술이라 나름 이런 독창적이고 독특한 작품 앞에선 꽤 감동을 받는데 이유는 모르지만 무한한 창의성에 비록 뱁새가 가..

낙동강에 새긴 절개, 경천대_20220126

삼강주막촌에서 출발하여 반듯하게 뻗은 지방도로를 따라 상주 경천대로 향했다. 경천대 상주 시내에서 동쪽 방면에 위치한 사벌국면 삼덕리에 있는 낙동강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낙동강 제1경으로 손꼽히는 곳이며 자천대 (自天臺)라고도 한다. 후에 채득기가 경천대라는 이름으로 고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불린다. 조선왕조 때 병자호란이 일어난 후인 1628년 봉림대국(17대 효종)의 주치의로 있던 채득기가 터를 잡아 지었으며 주변에 채득기가 만들었던 정자인 무우정이 있다. 또한 조선 장수였던 정기룡이 천마를 얻었다는 전설이 있으며 실제로 천마의 구유 유물이 있다. 경천대 입구 인공폭포에 정기룡 장군 동상이 있다. 낙동강과 운치를 이룬 곳이라 무우정과 함께 영남 지방 유림들의 모임터로 쓰였다. 전망대에 올라보면 ..

돌아가는 길_20180824

태풍이 지나간 자리, 아침부터 뙤약볕이 숙소 창만 열어 봐도 폭염을 짐작할 수 있는 풍경이다. 체크 아웃 시각까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동촌유원지 투썸플레이스에 가서 크로크무슈에 커피 한 사발로 때우고 바로 출발, 아침과는 달리 오후 시간이 지날 수록 하늘에 구름이 두터워진다. 경부 고속도로를 따라 집으로 출발하는데 태풍이 모든 혼탁한 기운을 쓸어 버린 뒤라 여름이지만 가을 하늘처럼 청명하고, 아직은 태풍의 잔해로 한바탕 빗줄기가 더 쏟아질 기세다. 금호 분기점을 지나며 여러 고가도로가 실타래처럼 엮여 있다. 구미에 다다랐을 무렵 구름의 그림자가 드리워 졌다. 경부 고속도로를 벗어나 중부내륙 고속도로로 갈아 탔다. 다시 상주 분기점에서 당진영덕 고속도로로 갈아 타고 힘차게 내딛는다. 속리산이 가까워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