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 17

미호천의 시작, 망이산성_20200822

왜 그리 산성을 찾아다니세요? 근래 들어 종종 받는 질문인데 별 다른 의미 없어요 라고 하면 당연히 안 믿는다. 그렇다고 많은 산성을 오른 건 아닌데 최근 몇몇 사례가 있다 보니 그런 질문을 받는 건 당연지사. 여주 파사산성, 담양 금성산성, 오산 독산성, 안성 죽주산성, 이번에 찾은 음성 망이산성 정도 뿐인데? 근데 가만 생각해 보면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산은 힘든데 산성은 상대적으로 큰 힘 들이지 않고 멋진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파수가 되려면 높거나 사방이 트인 곳이 제격이라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예전에는 낮으면서도 사방이 트인 곳에 산성을 쌓아 주변 동태를 살피며 때에 따라 침략에 대한 방어를 해야 하는지라 지형이 바뀌지 않는 한 산성에 오르면 주변을 두루 둘러볼 수 있을 뿐..

웅크린 여름, 죽주산성_20200816

자그마한 숲을 지나 한적한 산성 안에 또 다른 녹음이 웅크린 채 잊혀진 시간을 되새긴다. 졸고 있는 시계바늘을 흔들어 깨워 걸음을 한 발 한 발 내딛는 사이 바삐 달려가던 해가 서녘으로 기울며, 치열한 여름의 허공을 붉게 적신다. 6년 전 지나던 길에 한 차례 유혹의 눈빛을 보내던 산중 성곽을 그제서야 찾아내곤 시간을 거스르듯 회상의 길을 찾는 동안 바람살이 반가이 맞이한다. 접근이 용이한 산성이라 가벼운 차림에 이내 성문에 접근할 수 있다. 때마침 녹음 사이로 석양이 몸을 숨기기 직전이다. 비교적 아담한 산성 내부는 하나의 공원으로 단장되었다. 성곽을 따라 오르다 보면 하늘과 만나는 선을 종종 만난다. 산성의 서쪽에 있는 성문으로 진입하여 약속한 듯 시계 방향으로 걷는다. 성곽의 오르막길에 오르자 주위..

도심의 작은 쉼터, 독산성_20200717

억겁 동안 세속을 향해 굽어 보는 나지막한 산에 둥지를 틀고 앉아 잠시 기댄 문명의 한 자락. 그 담벼락에 서서 흐르는 공기를 뺨으로 더듬어 본다. 마치 하나의 형제처럼 산성과 사찰은 나약한 의지를 위로하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많은 바램들을 몽롱한 목탁 소리로 바람처럼 흩날린다. 많은 시간을 버텨 왔지만 앞으로 맞이해야 할 시간의 파고가 미지의 세계를 가르는 두려움처럼 막연한 시련과 희열을 향해 나아가리라는 의지의 등불이 꺼지지 않기를, 또한 자연의 포용이 변치 않기를 기대하는 포석 같다. 석양의 볕이 꺼지며 하나둘 밝혀지는 문명의 오색찬연한 등불이 특히나 아름다운 저녁이다. 도심에 둘러 쌓인 작은 녹지치곤 꽤나 멋지다. 사람들의 발걸음만큼이나 분주한 까치가 알싸한 데이트에 여념 없다. 독산성에 오르..

여유의 세계, 금성산성_20200623

이번 담양 여행의 목적은 국내 최고의 인공 활엽수림인 관방제림과 강천산과 이어진 산자락 끝에 담양 일대를 굽이 보는 금성산성. 소쇄원, 메타세쿼이아길, 죽녹원은 워낙 유명 인싸인데다 특히나 소쇄원은 광주와 화순 사이에 끼어 있어 거리가 멀고 3년 전에 다녀온 터라 이번 여행 동선에선 고려하지 않았다. 지인과 저녁 식사 약속으로 시간이 촉박하여 금성산성 초입 보국문과 충용문까지 여행하기로 한다. 한적한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백팩 하나 짊어진 채 금성산성으로 향하면 산성 탐방 안내도가 나와 대략적인 잣대가 된다. 산길치곤 완만하고 너른 길이라 걷기 알맞다. 거기에 더해 이런 대숲과 나무 터널이 있고, 걷는 동안 숲을 쓸어 올리는 바람 소리는 곁들여진 음악과 같다. 나비 하나 나풀거리며 주위를 맴돈다. 20..

정적 짙은 파사산성_20190524

파사산성은 막국수로 유명한 여주 천서리와 순대가 유명한 양평 개군면 경계에 위치한 작은 산성으로 남한강이 지나는 지리적인 이점 덕분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올라도 전망이 굿이다.전국 곳곳을 다녀 보면 의외로 찰진 만족을 주는 숨겨진 여행지가 많고, 알려지지 않은 만큼 고요한 환경에 힘입어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파사산성 또한 그런 범주의 여행지인데 세마대 독산성과 비슷해서 같은 고장 사람이라면 식상한 동네의 명승지 정도일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난 여행자고 생애 처음 밟는 땅이라 알려지지 않은 명승지다.천서리를 지나 남한강을 따라 양평 방면으로 조금만 더 진행하면 이포보 부근 대신석재가 있는데 거기 텅빈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비교적 잘 다듬어진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얼마 걷지 않아 쉽게 산성의 성곽이 눈..

일상_20180917

전형적인 초가을 날씨로 햇살은 뜨겁고 대기는 덥다.햇살을 피한 응달은 시원하고 햇살이 내리 쬐이는 양지는 따갑다. 그럼에도 센트럴파크를 돌아다니다 습관처럼 카메라로 여기를 담아 두고 아주 오랜만에 세마대로 향했다. 세마대 보적사에 있는 익살맞은 불상들은 한결 같이 포동포동하다.사찰마다 불상이나 벽화의 특징들이 조금씩 차이 날 때가 있는데 그게 종파의 영향 때문일까? 아님 주지스님의 취향에 따라 다른걸까? 보통 세마대로 접근하기 쉬운 방법 중 하나가 보적사를 통한 산행이라 대부분 첫 전망은 여기서 부터 시작한다.살짝 자리를 옮겨 줌으로 당긴 것과 가장 넓은 화각으로 찍은 차이? 강아지들이 빼곡하다.이 사진을 찍는데 7세 정도된 한 아이가 이 강아지풀숲으로 뛰어들더니 한 손에 뭔가를 끼고 나오는데 뎁따시 큰..

20140525_비 오는 날, 독산성 산책

어둠이 오기 전, 초저녁 무렵에 홀로 독산성을 가서 모처럼 산성 주위를 한 바퀴 돌아 보게 되었다. 특히나 한 바탕 세찬 소나기가 내린 후 잠잠해진 데다 근래 불어오는 바람 중에서 가장 시원한 느낌이 좋았으므로...한 장을 제외하곤 역시나 귀차니즘으로 인한 무편집 무보정 사진들이다. 일련의 지방 행차 후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한 바탕 시원한 빗방울이 퍼붓다 그친 틈을 타 티워니만 들고는 독산성으로 올라가게 되었다.어쩌면 내리는 비로 인해 텁텁하던 기분이 씻겨져 내림과 동시에 여독도 사라져 한결 가뿐해진 덕분일 수도 있겠다.마침 비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 들면서 나처럼 독산성을 찾는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보적사의 동편에 위치한, 동탄과 세교 전망이 가능한 곳을 시작으로 시계 방향을 선택한 산책을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