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8

일상_20191007

새벽부터 더 깊은 가을을 재촉하는 제법 굵은 비가 내렸다.오후가 기울 무렵 우산을 쓰고 자주 걷는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텅빈 산책로에 선명한 비소리가 듣기 좋아 걷던 사이 노작 호수 공원까지 걸었다. 얼마 전까지 이파리가 무성하던 나무가 올 들어 자주 드나 들던 태풍의 영향 때문인지 길바닥에 자욱한 낙엽과 더불어 나뭇가지가 급격히 앙상해져 여름 동안 멋진 그늘과 볼거리를 만들어 주던 나무 터널이 자취를 감춰 버렸다.가끔 마주치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외에 이 길 내내 따라 붙는 빗방울 소리가 가을을 앞둔 마당에 듣기 좋은 선율 마냥 가슴 설레게 한다. 나뭇잎에 맺힌 빗방울을 보면 늘 드는 생각이 곱게 뿌려 놓은 보석처럼 영롱하다.비가 그치면 이내 사라져 버리는 녀석들이라 보석으로 비유한 들 틀린 말은 아..

일상_20190629

늑장을 부리는 장마 대신 보슬한 비가 나풀거리던 주말, 반석산에 올라 둘레길을 따라 비가 지나간 궤적을 되밟아 본다. 개망초 꽃길을 지나. 매력적인 독버섯. 낙엽 무늬 전망 데크에 가까워질 무렵 산딸기 군락지가 있다. 벌써 밤송이가 맺혔다. 벤치로 제2의 생을 보내고 있는 나무. 뭔 사연이 있길래 나무가 이렇게 자랄까?같은 나무일까, 아니면 다른 두 개의 나무가 함께 자라는 걸까? 하늘을 향해 아득하게 가지가 뻗은 나무. 이 꽃은 뭐지?엷은 비에도 벌 하나가 그 매력에 푹 빠져 있을 정도다. 장미 꽃잎에 피어난 보석 결정체. 산딸기 군락지에 아직 남아 있는 산딸기의 볼그스레한 열매가 탐스럽다.어느 젊은 여성이 수풀 사이에서 뭔가를 조심스레 따먹길래 처음엔 뭔가 싶었는데 가까이 다가가자 산딸기를 열심히 줍..

이 시절의 마지막 캠퍼스_20180626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마지막 순간은 늘 시작과 다른 두려움과 아쉬움을 남긴다.일상의 타성에 젖어 사진도 남기지 않은 채 그냥 강의가 끝나길 기다리는 습성으로 하루늘 넋 놓고 기다리다 괜한 미련이 자극되어 캠퍼스를 벗어나는 발걸음이 무겁다. 그렇게 시간은 정신 머리가 느슨해 진 틈을 타고 쏜살같이 줄달음치곤 어느새 장마전선을 끌고 와서 감당할 수 없이 잔혹한 시련의 씨앗을 퍼트리고 달아나 버렸다.한 걸음 더듬고 소화 시키기도 전에 한달음 성큼 멀어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까마득한 꼬리의 자취만 아득히 보인다.캠퍼스의 나무들도 앙상한 가지만 위태롭던 초봄에 학업을 시작했는데 어느샌가 짙은 녹색 옷으로 갈아 입고 태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소한 내 기억의 창고 안에 머무르는 비는 화사하게 망울을 터트린 꽃 만..

일상_20180315

초저녁 어둑해질 무렵 서둘러 산책길에 나선다.교육이나 업무니 해서 머릿속은 왜 그리 복잡하나 싶어 생각을 단순히 정리하기 위한 명분이랄까?때마침 봄비가 내려 피기 시작하는 봄의 싱그러움이 기분 전환에 안성맞춤이었다. 동양 파라곤을 지날 무렵 비가 잠시 소강 상태로 하늘을 우러러 사진 한 점 남기자는 심산이다.우산을 두고 얇은 우의를 걸쳐 거추장스런 물품은 손에 없으니까 뭐든 적재적소에서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에코스쿨 옆 반석산 계단길로 올라 둘레길을 따라 한 바퀴 둘러 보기로 하자 다시 빗방울이 떨어진다.야자 매트에 내리는 빗물이 방울로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낙엽 전망 데크로 오르는 길에 밑을 응시하고 있는 벤치가 나름 운치 있다.물론 사진으로 담으면 공간감이 상실해서 그 느낌이 나지 않지만...

성탄 이브 한파_20171224

성탄절이라 회사에서 미리 사온 케익을 잘라 대충 먹고 늦은 밤에 복합문화센터로 산책을 나섰다. 비는 그쳤지만 뒤따라 온 한파가 내린 비를 얼려 버리는 바람에 땅은 빙판으로 바뀌고, 땅에서 자라는 각종 풀은 얼음 결정체가 맺혀 가로등 불빛을 반사시켜 반짝인다. 복합문화센터 뒤 야외공연장과 잔디밭길은 얼음으로 뒤덮여 버려 한 걸음 디딜 때마다 신중해 진다.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미끌, 듣던 음악을 조작 하느라 잠시 딴전 피우면 미끌. 벤치는 얼음이 되어 버렸다.여기 한 시간만 앉아 있어도 괄약근 얼겠구만. 잔디에 맺혀 있던 빗방울도 그대로 얼어 버려 서리들이 서로 모여 조잘거리는 것만 같다. 성탄절 전야라 복합문화센터 앞은 여러 색깔 불빛이 반짝인다.이 불빛을 보노라면 아이가 된 마냥 괜스레 설레고 마음이 ..

일상_20171224

날이 풀려 곳곳에 쌓인 눈들이 녹는가 싶더니 성탄절 이브에 추위를 몰고 오는 비가 내린다.그리 많은 비는 아니라 방수 되는 외투를 입고 거리를 걷던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앙상한 가지에 맺혀 빛을 굴절시키는 물방울이다.막상 사진으로 찍어 보면 별반 차이가 없는데 육안으로 보면 가지에 보석을 달아 놓은 마냥 초롱초롱 하다. 길을 따라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간 곳이 반석산 노인공원으로 산수유 열매에도 빗방울이 맺혀 있다.여기까지 왔응께로 야자매트를 깔아 질퍽이지 않는 둘레길로 올라섰다. 산수유가 아주 탐스럽게 붉그레 하다. 둘레길을 따라 진행하다 노작 공원 호수로 내려 가자 텅빈 공원에 속삭이는 빗소리 뿐이다. 산책로를 따라 계속 걷다 보면 재봉산 아래 인공하천 산책로에도 이런 열매들이 주렁주렁..

After the rain_20171120

겨울을 재촉하는 빗방울이 촉촉히 세상 만물을 적시는 하루다.빗물을 만나 단풍의 붉은 색은 싱그러운 생명을 얻고, 들판의 갈대는 영롱한 색을 얻었다. 비 온 뒤 땅은 굳고, 비와 같이 시련이 찾아온 뒤에도 남은 친구가 진정한 우정이랬던가?저녁 무렵 그친 빗방울이지만 점점 가을 내음이 물러가고, 겨울 정취가 알알이 들어와 세상에 박히는 비 내린 하루 였다.

봄비가 그치고

봄비 내리던 어느 주말, 저녁 시간에 문득 그 반가운 봄비가 지나간 흔적들이 궁금해 졌다. 세상이 천지개벽하길 바란 건 아니다만 왠지 풋풋한 냉장실 야채가 암시되지 않나?혼자만의 암시라 하더라도 싱그러운 상상을 품고 동네 산책을 감행했다. 센트럴파크에서 반석산으로 오르기 전, 빌딩숲엔 거짓말처럼 조용하지만 조명은 시선을 끌기위해 서로 아우성이다.그 날 가져간 조그만 삼각대 덕에 조리개를 조이고 감도를 낮출 수 있어 노이즈가 없이 선명한 사진을 득템했다. 반석산으로 오르는 계단도 비가 지나간 자리를 여실히 보여 주듯 인적이 없다.잠시 테라스에 앉아 음악을 듣고 있는 동안에도 내렸던 비가 사람들의 관심을 씻어 버렸나 보다. 빌딩숲의 위용이 자못 첨탑처럼 날카롭다.이곳에 많은 사람들은 내렸던 비의 핑계로 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