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10

정상을 향한 욕망, 단산 모노레일_20210307

오를 땐 가장 뒷좌석에, 내려올 땐 가장 앞 좌석에. 소문 듣고 찾은 단산 모노레일은 생각보다 한산하다. 국내 최장이라는데 20여 분이 넘는 시간 동안 가파른 경사를 꾸역꾸역 넘어가다 보면 어느새 지겨워질 무렵에서야 승강장에 도착한다. 길어서 오래 걸리는 것보다 느려서 오래 걸리는 게 더 맞겠다. 정상에 다다를 무렵 급경사 구간이 나오고 얕은 함성도 들리는데 비교적 경사가 급하긴 하나 짧은 구간이고 나머지는 뿌듯한 오르막이다. 호기심에서 타보면 괜찮은데 가장 멋진 경험은 문경 일대 백두대간과 완만한 지표면에 홀로 우뚝 솟아 있던 크고 작은 봉우리를 통틀어 그 경관이 멋지다. 서울과 남부지방에서의 접근성을 이점으로 근래 각광받는 문경은 역시나 백두대간의 큰 품에 기대어 멋진 산세를 쉽게 관망할 수 있다. ..

문경새재 '우리 마을 고양이 급식소'_20210307

모닝 커피 한 잔 하기 위해 카페 들렀다 식사를 기다리는 녀석들이 배고프다고 아우성이다. 건물에 마음씨 착한 누군가가 녀석들을 챙겨 거두는지 동네 냥이지만 그리 경계심이 많지 않았고, 커피를 다 비워 나갈 때쯤 식사 배달이 끝났는지 그릇에 가득 담긴 밥을 정신 없이 먹는다. 행여 식사 방해 될까 "오도독오도독" 밥 먹는 소리를 뒤로하고 자리를 뜬다. 이리 구슬피 울어 대는데 늘 가지고 다니던 밥을 챙겨오지 않았다. 카오스는 망부석처럼 굳어 있어 인형인 줄 알았다. 어린 삼색이. 사회엔 이렇게 선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다. 눈에 띄지 않을 뿐, 어쩌면 이런 분들로 인해 사회는 별탈 없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우리 마을 고양이급식소' 흥해라, 흥해~!

낡은 세련미, 허나 딱 한 번 오미자터널_20210306

옛 철도 터널을 추억의 장소처럼 재현시켜 오미자 터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색찬란한 빛과 색을 옛 정취 남은 터널에 입혀 놓자 완전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되었고, 그리 긴 구간은 아니지만 손이 간 흔적은 꽤 많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민간이 운영하는 테마 파크라 입장료는 기본이고, 터널 내 카페와 상점을 뺀다면 주말치곤 조용하다. 여기서 판매하는 제품은 문경 특산물이 아니라 조금 뜬금없다. 한 병 구입한 와인이 충북 영동산이라고? 근래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는 옛 정취 위에 독특한 컨셉을 살짝 가미했다. 이런 정취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줄곧 빈티지 위에 세련미를 덧씌웠다. 직접 그린 건데 낡은 철도 터널 벽화는 재밌고 독특했다. 이건 이쁘다. 벽화와 소품을 활용했지만 뼈대는 옛 기차터..

겨울도 쉬어가는 조령_20171209

역사적인 날이었다.바로 아끼던 렌즈를 박살냈던 날.아쉽게도 티워니로 찍은 사진은 맥북 수리때 백업 부재로 날아가 버린 불상사.근데 가슴에 남은 기억은 좋았어. 통나무 집을 나와 며칠 전 내린 눈이 추위로 얼어 붙어 고스란히 쌓여 있는 문경 새재 길로 출발했다.가던 길에 데크가 있네? 차에서 스피커를 챙겨 연신 이어지는 오르막길로 가다 보면 통나무집이 보인다.적당한 거리를 두고 띄엄띄엄 자리 잡은 통나무집은 안에서 여간 떠들어도 다른 곳에 전달이 되지 않고 흩어져 버려 음악을 크게 듣기 좋다. 늘 다니던 큰 길을 버리고 통나무집들이 있는 작은 길로 계속 진행하다 보면 큰 길과 만나는 길이 있다. 아마도 휴양림에 식수로 사용하는 댐이 아닌가 싶다.담수된 곳은 철조망으로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사방댐 앞 작은..

가을과 여름 사이에, 조령산_20170902

전날 긴 동선을 그리느라 피로도가 꽤나 누적 되었는지 해가 높이 뜰 무렵 느지막이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대충 때우고 통나무집을 나섰다.명색이 조령산 휴양림에 왔는데 숲과 조령관 공기는 허파에 좀 챙겨 넣어야 되지 않겠는가.여기 온 이유 중 하나도 오래 걷기 힘든 오마니 배려 차원인 만큼 산책하기 수월하고 그참에 조령관까지 가는 방법도 가장 쉬우면서도 걷는 희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막상 산책로를 걷기 시작하자 기대감이 산속의 물 이상으로 철철 넘쳐 여기저기서 사진 찍느라 여념 없다.그도 그럴게 우거진 숲과 더불어 이른 가을 바람이 걷는 내내 숲속의 향그러운 내음을 실어 주는 데다 이따금씩 뛰쳐 나오는 다람쥐와 새들이 촐싹거리며 응원해 주는 것처럼 보여 년중 내내 도시 생활에..

귀여운 철마, 문경 레일 바이크_20170831

이미 보름 훨씬 전에 잡아 놓은 가족 여행에서 누님의 추천으로 문경 레일바이크를 첫 통과 의례로 잡았다. 일찍 출발한다고 했건만 시간은 훌쩍 지나 점심을 넘어 섰고 시간을 아낀답시고 점심을 집에서 해결하는 사이 지나치게 털어버린 이빨 세례들로 오후2시!레일바이크는 5시까지 도착해야 되는데?부리나케 서둘러 순조롭게 출발했고 나는 카니발 뒷좌석에 큰 대자로 뻗어 모자란 잠을 잤다.근데 운전 중인 누님과 대화를 나누던 가족들이 너무 심하게 이빨을 털었는지 안성분기점에서 음성 방면으로 빠지는 길을 놓쳐 안성나들목까지 가버렸다.그 이후 난 잠에 빠져 들어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 일어났고 다행히 4시에 문경 구랑리역에 다다를 수 있었다. 구랑리역은 레일바이크를 위해 만들어 놓은 역으로 평일 오후라 이용객은 거의 없어..

여전히 흐림, 조령산 고갯길_20170629

오마니께서 큰 딸 집으로 며칠 동안 가 계신다길래 동탄역에 SRT 좌석까지 모셔 드릴 찰나 젠장 맞을 열차는 개미 똥꼬 만큼만 대기하고 있다 바로 출발, 하는 수 없이 다음 정차역인 대전역에서 내려 동탄역으로 가는 SRT를 타고 홀로 집으로 돌아왔다.그러곤 이튿날 2일 동안 시간이 주어져 무얼할까 고심에 빠졌다.맛나고 좋은 음식을 먹는 건 당연히 오마니와 같이 해야 되니까 대충 차려 쳐묵하고 동탄이나 한바퀴 산책할까? 아님 자전거 타고 용인, 오산으로 둘러 볼까?차라리 가까운 휴양림으로 가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자. 아쉬움이 남으면 조바심의 촉각을 자극하여 꼭 해소하지 않으면 미련의 꼬리는 점점 길어진다.보름 전 과감하게 용기 내어 방문했던 조령산 휴양림은 크나큰 기대감 없이 그저 하루를 숲속에서 보낸다는..

언제나 흐림, 조령산 고갯길_20170613

아주 가끔 혼자서 여행을 하긴 했어도 나만의 몰취향 인가 싶어 지은 죄 없이도 친분이 두텁지 않고선 떳떳하게 밝히거나 권장 하지는 않았다.허나 근래 들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혼행.혼자 여행이라는 줄임말로 가끔 여행 중에 혼행을 즐기는 분을 뵙긴 했었지만 주위 사람들 대부분은 혼행에 대해 긍정이나 부정을 떠나 공감에 이르기까지 난관이 좀 있어 굳이 나서서 이해 시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다 기록을 위한 사진에 관심이 생기면서 기회가 생긴다면 가끔 혼행을 나섰는데 언젠가부터 이게 너무 편해졌다.나를 위한, 나만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나의 내면과 진지한 관계가 형성된 계기랄까?익숙해지기까지 내가 사는 동탄을 자전거나 도보로 여행하면서 점점 거리를 넓혀 오산이나 용인 정도 간을 키워 갔고 흔..

봄과 함께 청풍호로 간다_20150320

아직은 춘분이 안지났다고 밤이 빨리 찾아오는데 이틀 후면 춘분이네. 그럼 봄이구나 싶어 2월 중순에 갔던 청풍리조트를 다시 찾아갔다.역시나 가는 길은 청량리에서 새마을호를 이용했는데 1시간 조금 더 걸리는게 엄청나게 빨라져 부렀다.그래도 밤은 밤이여. 19일 퇴근 후, 잽싸게 도착한 제천역은 여전히 조용하다.기차가 도착할때 꽤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면 적막할 정도로 조용한게 도심 한가운데가 아니라 그런가보다.포토라이프가 많이 소홀해졌음을 느끼는게 하다 못해 아이폰 카메라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으니 카메라는 오죽하겠나?도착해서 저녁 해결하고 커피까지 해결하는 동안에도 기록에 대해선 거의 체념 수준이라 반성에 또 반성을 해야 된다.그냥 안했으면 안 한대로 살아도 불편을 못느끼는데 꼭 지나고 나면 `짱구야!..

어떤 이는 길을 득도라 하였고어떤 이는 순례라 하였으며 어떤 이는 예술이요어떤 이는 이동의 발자취라 하였으며 어떤 이는 고난과 인생이라 하였고어떤 이는 해법이라 하였습니다. 그래서...어떤 이들은 행복의 길을 가고, 또 다른 이들은 고독의 길을 가며어떤 이들은 해탈의 길을 가고, 또 다른 이들은 나락의 길을 가며어떤 이들은 희망의 길을 가고, 또 다른 이들은 절망의 길을 거닐며어떤 이들은 여행의 길을 가고, 또 다른 이들은 삶의 길을 거닙니다.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모든 길을 함께, 아니면 한 번씩은 거닐지도 모릅니다. 계절의 변화를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곳이 길이랍니다.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는 길에서 시작한다고 합니다.사람들의 추억은 항상 길에 서려 있다고들 합니다.세상의 변화는 길의 네트워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