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천 5

신선들이 노니는 속리산_20220613

거듭된 간절함에 소망이 결정체를 이루고 차곡하게 쌓인 소망이 성취란 결실이 된다면 켜켜이 쌓인 돌이 자연의 거룩한 손길을 거쳐 하나의 산이 된다. 삶이 한결같은 형상을 그리겠냐만 산 또한 어느 하나 같은 모습일 수 없었고, 먼 길 달려와 잠시 가부좌를 튼 백두대간이 유형의 신으로 하늘을 기리는 곳, 속리산이 아닐까? '속리산=문장대'란 공식을 버리고, 그와 함께 정갈히 앉아 각자 찬연한 화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또 다른 세상에서 작은 능선길의 질감을 손끝으로 듣는 사이 어느새 고유 명사처럼 각인된 혼을 기렸다. 계속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경업대에 서자 마치 거대 공연장의 홀에 서서 객석에 자리 잡은 여러 신들의 울림을 듣는 착각에 빠졌고, 그로 인해 세속의 잡념은 공연의 소소한 에필로그처..

석양의 자장가에 잠들다, 취묵당_20220103

발아래 흐르는 달천의 유유한 평온을 싣고 마치 뒷짐을 진 채 유유자적 서산마루로 넘어가는 석양이 하루의 희로애락을 노래하며 불그레 세상 이야기를 아름답게 흩뿌렸다. 새해가 밝아도 여전히 시간은 제 앞길만 바라며 주위를 둘러볼 틈 없이 빠르게 흐르건만 그 사이를 흐르는 강물은 고뇌를 달래느라 흰물결을 겨울 아래 숨기고 발자국 소리 없이 시나브로 지나간다. 겨울 낮이 짧아 아쉬움은 배가 되어 떠나는 석양의 뒷모습에 작별 인사할 겨를 조차 없었다. 취묵당 취묵당은 1662년(현종3년)에 김시민의 손자 백곡 김득신(栢谷 金得臣)이 만년에 세운 독서재(讀書齋)이다. 팔작지붕에 목조 기와집으로 내면은 통간 마루를 깔고 난간을 둘렀다. 비교적 보존상태가 양호하며 괴강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더불어 정자건축의 전형을 보..

고요한 민족의 혼, 김시민 장군 충민사_20220103

시간도 잠시 쉬며 추모하는지 석양도, 강물도 얼어 버린 채 하늘은 붉게, 강물은 하얗게 물든 김시민장군 충민사는 그렇게 하루가 저문다. 낡은 다리를 건너 적막강산에 고이 서린 영혼이 잠들어 다시 불거질 핏빛 치욕을 암시했건만 과욕에 눈은 멀고, 그로 인해 원숭이가 한반도를 다시 능욕하였다. 역사를 배운다는 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인데 악마에게 영혼을 헌납한 나머지 사욕으로 흘린 피가 범람하는 강과 같다. 백성을 버리고, 국민을 찌른 역사가 반복되는 건 그 숭고한 정신으로 간파될까 두려워 덮고, 숨기는 것. 따스한 겨울 촉감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향긋한 낙엽 내음의 작은 위로로 길 나선 여행에서 든든한 온기로 되돌려 받는다. 김시민 - 나무위키 이 저작물은 CC BY-NC-SA 2.0 KR에 따라..

소소한 절경의 향연, 수주팔봉_20220103

거리에 부담이 없으면서 막연히 성취감을 얻고 싶었다. 그러기에 언뜻 머릿속에 선명히 떠오르는 곳, 충주 수주팔봉을 향해 달렸고, 더도 말고 거의 1년 전과 비슷한 감흥을 기대했다. 내린 눈이 얼어 아슬아슬한 충주 초입을 벗어나 수안보 방면으로 달릴 땐 다행히 눈 내린 흔적은 거의 없었는데 뽀송뽀송한 도로 컨디션을 보고 운전하기 수월한 19번 국도 대신 예전 도로인 문산재로 꺾어 서행으로 꼬불길을 올라갔다. 강, 산 그리고 사람이 만나는 오작교, 수주팔봉_20210128오죽하면 강산이 고유명사처럼 사용 되었을까? 뗄 수 없는 인연의 골이 깊어 함께 어울린 자리에 또 다른 강이 함께 하자고 한다. 태생이 다른 세 개의 사무친 그리움이 심연의 갈망을 이루기 위meta-roid.tistory.com편하게만 여겼..

강, 산 그리고 사람이 만나는 오작교, 수주팔봉_20210128

오죽하면 강산이 고유명사처럼 사용 되었을까? 뗄 수 없는 인연의 골이 깊어 함께 어울린 자리에 또 다른 강이 함께 하자고 한다. 태생이 다른 세 개의 사무친 그리움이 심연의 갈망을 이루기 위해 지극히 무거운 걸음을 옮겨다다른 곳, 그래서 그 그리움을 잊지 않기 위해 첨예한 자연의 칼로 올곳이 조각하여 그리도 간절한 애정을 주홍글씨 마냥 그려 넣었을까? 만남은 그간의 애달픈 인내 였는지 갑작스런 눈발이 슬픈 곡조로 허공을 활보한다. 달천, 석문동천, 팔봉이 만나는 곳. 숨겨진 명소라 사위는 고요하고 인적은 뜸했다. 허나 숨은 보석처럼 미려한 곳이다. 출렁다리 밑 석문동천이 달천과 합류하는 곳으로 사람이 일부 가공했단다. 칼날 같은 능선을 따라 오르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전망대에 다다르게 된다. 데크길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