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12

겨울의 창대한 밀림 속에서, 태백 함백산, 창옥봉과 만항재_20240124

발왕산의 설경은 지형적인 특성이 그대로 용해되어 장쾌하고 하늘과 적재적소에서 어울린다면 태백의 설경은 정형화된 게 없이 야생의 밀도가 높고 여백 사이로 섬세하게 터치하여 한 올 한 올 자수를 놓았다. 물론 이분법적으로 어디가 상대적으로 좋고 나쁨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매력을 지극히 주관적으로 정의한 거라 두 곳 모두 놓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발왕산은 홀로 우뚝 선 마냥 시선의 반은 하늘이었고, 그래서 솟구치고 도드라진 느낌이 동행했었는데 함백산은 지형적으로 발왕산과 달리 일대가 거의 비슷한 고봉들이 산재해 있어 설경의 밀림 속에 은둔한 느낌이었다. 무심히 지나는 한 조각구름조차 원래부터 있던 자리처럼 제 소향에 맞춰 춤을 췄고, 아주 가끔 마주치던 사람이 지나간 자리엔 공백의 정적도 제 역할인..

위대했던 겨울 왕국, 평창 발왕산_20240123

동장군이 만든 절정의 겨울 미소에 흠뻑 젖어 추위도, 현실도 잊게 되던 날. 교통체증과도 같은 현재를 잊기 위해 지금 이 순간 겨울 왕국에 발을 들였고, 먼지에 휩싸인 내일을 잊기 위해 이 계절이 만든 새하얀 불꽃에 넋을 태웠다. 계절은 악마가 아닌 천사가 흘린 미소며, 그 미소는 찌푸려 흐느끼는 사유를 비켜갔다. 알을 깨고 나온 새가 눈부신 세상의 파란 하늘로 유영하듯 구름이 집어삼킨 산마루 하늘빛이 뿌연 대기를 깨고 하늘 향해 역동하며 겨울 아름다움 고이 입어 옷자락 드날렸다. 모나 용평:발왕산 관광케이블카 본문 시작 발왕산 관광케이블카 '출발' '챔피언' 왕'이 날 자리가 있다는 의미의 발왕산, 평창올림픽을 개최한 그곳, 발왕산 케이블카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레포츠 운영안내 --> 이전 이미지 다음 ..

일상_20180113

전날 늦은 밤부터 내린 눈은 다음날 이른 아침에도 고스란히 결정체를 유지한 채 내려 앉을 수 있는 모든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한 동안 매형이 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중 몇 군데 매입을 했는데 한 곳에 컨테이너 집을 한 채 두겠단다.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부시시한 잠을 깨워 끌려가다 시피 화성의 한 업체로 찾아 갔는데 생각보다 짜임새 있고 집을 잘 조립해 놓았다. 유명 업체라는데 한참 지난 지금 찾아 가라면 모를 만큼 업체명이나 가는 길이 낯설었다.결국 이 집으로 하지 않았다는 반전.

일상_20171221

연일 눈 내리는 날이 많아 출퇴근 길은 번거롭지만, 그냥 지켜보는 재미는 삭막한 겨울보단 찰지다.새벽에 기습적인 함박눈이 펑펑 내려 눈꽃이 세상에 만발했다.출근길에 이런 여유는 호사라고 해야 할까?아마도 눈꽃의 매력에 도치되어 끌어낸 여유겠다. 목화솜이나 한여름에 인기 있는 빙수가 생각나는 아침, 화사하게 눈부신 세상으로 인해 기분이 전환되는 출근길이었다. 화사하던 아침과 달리 저녁 퇴근길은 빙판으로, 내가 다른 세상으로 온 것만 같다.

첫 눈_20171124

겨울의 첫 눈 치곤 제법 많이 내리던 날.겨울이라고 해도 한 겨울처럼 기온이 그리 낮지 않아 내린 눈은 금새 녹아버리고 녹은 눈더미들은 진흙처럼 길가에 쌓여 있지만, 그래도 첫 눈의 설레임이 금새 회상되는 날이다.가을이 얼마 지났다고 벌써 겨울의 설레임이라니.모든 계절은 그래서 매력 덩어리고, 그 매력에 취해 계절을 즐기게 된다. 가지에 켠켠이 쌓이고 이파리에 핀 눈꽃은 오래 동안 피어 있지 못할 시기라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겠지만, 내리는 눈이 즉석에서 만들어 내는 작품들은 한결 같이 매혹적이고 화사하다.이제 겨울이다~!!!

겨울도, 눈도 끝물_20160228

그래도 여전히 겨울이다.기습적으로 찾아 오는 매서운 추위와 퍼붓는 눈은 영락 없이 '아직 겨울이거덩!' 항변하듯 풀어 놓은 긴장의 허술한 빈틈 사이로 매섭게 파고 든다.퍼붓는 눈이야 그래도 이내 녹아 버리니까 이쁘게 봐줄만 한데 추위는 말 그대로 복병한테 허를 찔리는 기분이 든다.사실 그리 추운 날은 아니었음에도 이미 추위에 대한 긴장의 끈을 한풀 늦춰 놓은 탓에 스쳐지나는 추위도 매섭게 느껴지두마 결국 큼지막한 눈송이를 펑펑 떨구어내는 눈 내리는 휴일, 추위를 이겨볼 심산으로 카메라와 음악을 들려줄 스피커를 챙겨 눈구경 산책을 떠났다. 눈 송이 자체도 들쑥날쑥인데 큰 건 목화솜 통채로 뿌리는 정도?다행히 날이 포근한 편이라 내리는 눈으로 생긴 눈꽃들이 먹는 빙수-여전히 먹는 이야기에 몰입-처럼 사각거리..

눈꽃들만의 세상, 함백산_20151128

기대했던 일들에 반하여 아쉬움도 크다면 떨칠 수 있는 노력은 해봐야 되지 않겠는가. 사북 하늘길이 막혀 버려 검룡소를 가게 되었는데 예상외로 멋진 눈꽃 세상을 보게 되어 내 마음 속의 프랑켄슈타인이 간땡이가 커져 버렸다.그 표정을 알아 차린 일행의 제안으로 망설임 없이 함백산 자락에 얹혀 살아가고 있는 오투리조트로 날아갔다. 큰 산들 사이를 비집고 자리를 튼 태백시내가 어렴풋이 보이는데 대기가 조금 뿌옇긴 해도 검룡소에서 내린 눈발은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하늘은 아이의 눈망울처럼 맑기만 하고 앞으로도 눈비는 커녕 먹구름조차 개미 똥꼬만큼도 보일 기색이 없었다.망원으로 찍어서 가깝게 보이지 실제 라섹수술하지 않았다면 태백시내는 보이지 않았겠지.멀리 오렌지색 건물들이 청정지역 태백의 대기를 뚫고 해맑게 ..

한강의 세상 만나기, 검룡소_20151128

작년 11월 말에 정선 하늘길 트래킹(사북의 잃어버린 탄광마을_20141129)을 다녀온 후 몰아 닥친 한파는 마치 내 여행길을 자연의 배려로 착각했고, 올해도 비슷한 시기인 11월 마지막 주말을 이용해 여행 계획을 잡으며 의례히 축복을 자만했건만 이번엔 그런 자만을 비웃듯 여행을 터나기 하루 전에 한파가 복병이 될 줄이야.그렇더라도 내 꿋꿋한 의지를 꺾을 수는 없는 벱이라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를 타고 설레는 마음을 그대로 실은채 신고한터미널로 3시간 반 동안 날아갔다.동서울에서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리즈로 꿈 꾼걸 보면 한 주 동안의 피로 회복엔 더할나위 없는 명약 처방이었다.이번 숙소는 고한과 사북의 길목에 자리잡은 메이힐즈 리조트.원래 하이캐슬을 선호한데다 원래 여행의 코스가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