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고 4

갈대와 어울리는 가을

가을하면 떠오르는 풍경들 중 하나가 바로 갈대겠다.근데 동탄 오산천 인근에도 갈대가 예년처럼 한창이라 언젠가부터 벼르고 별렀다는 듯 거의 매주마다 가서 그 녀석들이 잘 크고 무르익어가나 싶어 찾아보곤 하는데 아뿔사! 마음이 넘무 앞선 나머지 나으 엑백스를 놔두고 가버렸지라잉~하는 수 없이 아이뽕5로 찍는 수 밖에 없어, 내 실력 문제였지 도구 문제는 아니었지 않나 싶어 돌리려던 발걸음을 고쳐 잡고 가던 길로 고고씽. 아직은 녹색이 빠지지 않아 갈대밭 특유의 멋이 조금 덜하지만 텅빈 의자가 있어 서로의 공허함을 상충시켜 준다.하나씩 놓고 보면 초라하게 보이는 것들이 모여 초라하기 보단 도리어 화사하고 정겨워져 다시 가서 이곳에 잠시 머무르고 싶은 충동까지 생긴다.바람결에 살랑이는 갈대가 사색의 소재도 제공..

야심한 산책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하자마자 스원야릇한 바람을 맞으러 집을 나섰다. 비교적 서늘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 오는 그 냄새에 끌려 정처 없이 방황하길 약 2시간 가량.아직은 나뭇잎사귀들이 울긋불긋하진 않지만 머지 않아 그리 변할 것처럼 이파리 끝부터 녹색이 빠져 나갈 조짐을 보인다. 세찬 바람으로 주변 나뭇가지가 심하게 흔들려 상이 제대로 잡히지 않지만 유독 은행나무는 꼿꼿하다.밤에 도시의 조명에서 뻗어 나온 희미한 빛들이 은행잎을 투과하자 고운 빛깔이 묻어 나와 꽃의 화려함을 부러워 하지 않는 꼿꼿함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나무가 있는 와중에도 그 색상의 투명함으로 인해 한눈에 봐도 눈부실 만큼 돋보인다. 동탄국제고 뒷편에 사람들이 떠난 을씨년스런 놀이터에도 나름대로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나..

조용한 한가위 연휴 첫 날

전형적인 가을 날씨다.제수용품 마련 한답시고 커피빈에서 한 시간 가량 트윗보다 그냥 발길이 닿는대로 간다는게 반석산 산책로로 향했다.연휴 첫 날, 한가위 전 날이라 공원은 사정 없이 텅~! 비어 버렸다.산책로를 가는 중간중간 사진을 찍었는데 우째 사람이 전멸했다.노작공원에서 부터 동탄 나들목까지 가는 방향. 가는 도중에 길을 넘어 온 칡꽃.모처럼 보는 꽃 봉오리가 칡 답지 않게 아름답고 우아해 보인다.원래 칡꽃은 이쁘면서 향도 좋지만 벌레가 많다.제수용품이라는 특명만 없어도, 그리고 엑백스만 있었어도 유유자적하면서 느긋하게 사진도 찍고 주위도 감상했을 것을... 호랑나비가 들꽃에 앉아 식사에 열중이다.여기 일대가 민들레도 많고 햇볕도 따사로워 호랑나비가 꽤 많던데 사진 찍으려고 아이뽕을 들이 대기 무섭게..

휴일 힐링 프로젝트

더워도 넘무 덥다.이거 어디 멀쩡한 사람이 살 수 있는 날이 아니다 라고 한다면 여름에 실망시키지 않는 대구나 전주-내가 살아 보니 여긴 덥긴 덥더라-를 생각해 보면 이런 푸념은 고문 당할 짓이여.이열치열이라고 얼큰한 국물 한 사발에 푸짐한 점심 너끈히 드시고 또 가출(?)해 버렸다.처음에 땀이 나기 시작할 즈음엔 고통스럽기도 하고 화닥질도 나지만 그 밴댕이 소갈머리 자~알 억누른 채 고비만 넘기면 그까잇꺼 별거 없어부러~이왕 사기를 화끈하게 올려 놓은 김에 동탄 끝까지 땡겨 보자. 동탄나들목이 바로 좌측에 보이는, 산책로의 끝까지 와서 잠시 쉬어 본다.산책로의 끝이자 그 길과 평행선을 그리는 인공 개울-인공하천이란 표현보단 이게 이쁘다. 아니면 인공여울?-의 끝이기도 하다.전방 우측에 현수막이 개울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