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드레 5

오래된 곤드래밥집, 동박골_20190217

정선에 오면 곤드레밥을 줍줍해야 되지 않겠어?정선으로 들어오던 중 자동차 전용 도로가 생겨 얼떨결에 그걸 타고 정선을 지나쳐 버렸다.다시 돌아서 정선으로 들어오던 길은 처음 차로 정선을 들어오던 평창에서 정선으로 진입하는 길이었다.15년 전 아무런 지식도, 네비도 없이 퇴근 후 늦은 밤에 정선으로 첫발을 들였던 날, 평창 지나 이길로 오는 과정은 힘들었다.9시 좀 넘어 연당으로 빠져 불티 하나 없는 밤길을 운전하는데 이게 맞는 길인가?앞에 거시기한 뭐시기가 나오는 게 아닐까?이러다 산사람 되는 거 아닌가?안개 같은 의심을 뚫고 가리왕산을 굽이치는 이 자리에서 정갈하게 켜져 있던 가로등을 보고 월매나 반갑고 안도 했던가!다시 이 자리에 수 없이 많이 지나쳤지만 급작스레 튀어 나오는 회상을 어찌 막으랴.대기..

오늘도 비가 주룩_20170819

하루도 빼놓지 않고 며칠을 비가 내렸던가?비가 내릴 때 특유의 착 가라앉은 센치함도 좋고, 여름이 떠나가는 마당에 시원해서 좋다만 맛있는 음식도 편식을 하게 되면 물리는 벱이지.가족들과 곤드레밥집에서 배를 두드리며 나오는 사이 잠시 그쳤던 빗방울이 굵어져 대충 찍은 사진에도 짧은 직선을 그리고 있다.오늘 식사를 했던 곤드레밥집은 간소하지만 풍성한 밑반찬에 단촐한 메뉴가 마음에 들었다.가장 중요한 맛은 딱! 내 입맛으로 과하게 기교를 부리지 않아 양념장이나 된장을 기호에 맞게 비벼 먹을 경우 곤드레 향을 많이 해치지 않으면서도 있어야 될 미각의 즐거움은 놓치지 않았다.비비는 양념의 가지 수가 많다면 좋긴 한데 어설픈 맛과 향이라면 차라리 이 집처럼 간장과 된장이 주가 된 양념이 낫다.게다가 밑반찬으로 나왔..

태백에서의 셋째 날, 떠나기_20170529

전날 열심히 다녔던 여파는 잠에서 고스란히 드러나 엥간하면 자로 잰 듯 일찍 기침하시는 분인데 이날 만큼은 늦게-내 기준에는 여전히 이르다-까지 누워 계셨다.체크 아웃 해야 되는 시각이 있어서 일어나자 마자 전날 미리 마련해 놓은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고 떠나기 전 베란다로 나가 주위를 둘러 봤다. 멀리 함백산 봉우리의 송신탑이 보인다.사진으로만 봐도 목이 탈 정도의 뙤약볕은 모든걸 홀라당 태울 정도로 강렬한데 여전히 그늘 아래는 시원하다. 정면 골프장은 텅 비어 있는게 아마도 누군가 필드에 나왔다 강한 햇볕에 도망 쳤겠지?이런 탁 트인 전망을 뒤로 하고 돌아가는 발걸음은 얼마나 무거운지... 돌아 오는 길은 증산을 지나 국도 바로 옆, 곤드레 밥집을 택했다.2015년 초겨울 함백산을 다녀 오는 길(눈꽃..

태백에서의 둘째 날, 정선아리랑과 바람의 나라_20170528

막상 출발은 했지만 생각보다 오마니께서 피곤한 기색이 있으셔서 마음이 무거웠다.젊은 시절 여행은 사치라고 여기실 만큼 평생을 자식에게 헌신한 분이라 익숙지 않은 먼 길 이었던데다 오시기 전 컨디션도 그리 좋지 못하셨다.가급적이면 가시고 싶으신대로 모셔 드리려고 했음에도 정선 장터만 알고 계신 터라 증산에서 화암약수와 소금강을 지나는 산길을 통해 정선 장터로 방향을 잡았다. 원래 들릴 예정은 아니었지만 지나는 길에 늦봄의 뜨거운 햇살이 가져다 준 갈증으로 인해 화암약수를 들리기로 했다.조용했던 초입과 달리 약수터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약수를 뜰 만큼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이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사람들이 빠져 나가면서 순간 조용해졌다.뒤이어 관광버스와 몇몇 커플들이 오자 다시 떠들썩해 졌지만 오래 머무르..

하늘 아래 가을 나린 태백, 정선_20141019

첫째날이 정선행이었다면 이튿날은 태백으로 방향을 잡았다.원래 매봉산과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 갈 목적이었으나 매봉산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덕분에 검룡소는 다음으로 기약하기로 하자. 태백에 오면 늘 들리는 통과의례는 바로 정선에서 넘어가는 길목에 우두커니 내려다 보고 있는 울나라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추전역이다.지금은 폐역으로 분류되어 정식으로 열차가 정차하지는 않지만 관광지로 나름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곳이라 내가 찾아간 그 날도 꽤 많은 사람들이 들렀다.어떤 이들은 옛추억에 서린 간이역을 회상하기 위하여, 어떤 이들은 가장 높은 역이라는 나름 상징성이 주는 호기심에서, 또 어떤 이들은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좀 더 해맑은 가을 산중을 구경하기 위함 일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관광지로 뜨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