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6

고창의 배려_20220918

지역적 특성이 운전 중에 나타날 때가 있다.그중 배려 가득한 아름다운 광경, 양방향 주행 중인 차들이 가장자리로 붙어 상대 차량에 대한 배려, 고창에 있는 동안 뻔질나게 이 도로를 오고 가는 동안 풍습에 가까울 정도.양방향 차량이 교차할 때 습관적으로 가장자리에 근접 운행함으로써 맞은편 주행 차량을 배려하는 모습.고창읍에서도 마찬가진 걸 보면 온화한 지역적 특색 아닌가 싶었다.원래 등잔밑이 어두워 지역 사람들은 무심할지 몰라도 3자는 냉철하고 객관적인 법이지.끝까지 고창이 아름답던 순간이었다.

역사적 자취의 침묵과 평온, 고창 무장읍성_20220917

흔하던 시간이라 아무 감정의 소비도 없었는데 막상 작별의 귀로에서는 보이지 않던 아릿다움이 저녁 땅거미가 사라지듯 흩어지고, 지워지길 바랬던 처절한 과거는 저녁노을과 같은 궤를 밟으며 엮인 성벽 사이로 어렴풋한 찬가가 진동했다.오래된 것들과 새로운 것들이 엮은 대지의 파란만장한 기록들, 보잘 것 없는 돌이 갈망의 자력으로 결속되어 영근 이 자리에 붉은 노을 파도가 철썩일 때마다 부서진 빛의 잔해들은 평온이 서린 대지에 누워 콧노래 흥얼거렸다.발자국 소리가 큰 반향이 되는 평온한 마을에서 발끝 힘겹게 솟는 들판의 작은 풀도 역사의 그림에 한 터럭 붓이며, 토성의 한 뿌리에 매달린 곁털인 것을, 무심한 석양이 단호히 빛가지 거둘 때 돌아가는 등 뒤로 작은 진공으로 먹먹했다.무장읍성(茂長邑城)은 전북특별자치도..

간극의 숙명, 고창 병바위_20220917

이별도, 그리움도 못내 지우지 못할 운명, 그러면서 홀로 설 수 없는 숙명을 가진 묘한 인연은 마치 악몽을 떨치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 현실임을 간파하는 형세였다.서강의 선돌이 그렇고, 선유도 망주봉이 그렇듯 절묘한 간극이 빚어낸 두 개의 홀로서기가 그려낸 하나의 평행은 병바위 또한 시선의 종착점을 기렸다.석양이 지기 전 마지막 여정, 무장으로 떠나는 걸음이 무거운 이유였다.병바위는 고창군 아산면 반암리에 위치하며, 신선이 잔치를 벌이고 취하여 자다가 소반을 걷어차 거꾸로 선 술병이 병바위가 되었다는 유래가 있다. 1992년 고창군지편찬위원회에서 발행한 '고창군지'에 실려 있으며, 2009년 고창군지편찬위원회에서 간행한 '고창군지'에 병바위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선동(仙洞) 뒤 선인봉에 사는 신선이 ..

바위와 하늘이 만든 고창 두암초당_20220917

염원과 신념은 자연 위에 군림하지 못할지언정 아우를 수는 있다.바위에 새겨진 불상처럼 철학과 종교의 아슬한 경계의 외줄을 타고 신념 혹은 염원의 추에 매달려 아찔하게 지탱한 결실은 시간도 숙연해한다. 어릴 적 시골집에 독사가 무척 많았는데, 바위산 중턱에 웬 비단개구리가 많나 했더니 어김없이 녹색으로 독이 잔뜩 오른 독사 하나 황급히 계단길을 벗어났다.아이 때 독사를-심지어 뒷산 이름은 뱀산이었다- 지겹도록 봤음에도 여전히 친근함과 거리는 먼데 다행이라면 사람보다 뱀이 더 놀라 자빠질 정도라 괜한 위협보다 침착하게 주위를 살피는 게 낫겠다.두암초당은 고창 아산면 반암리에 있는 초당으로 호암 변성온(1530~1614)과 인천 변성진(1549~1623) 형제가 만년에 머물렀던 곳.[출처] 두암초당_디지털고창..

꽃무릇 화염 속 선운산 도솔암_20220917

파도를 타듯 엄청난 인파에 휩쓸려도 좋다.선한 여름기 남아 성숙의 결실을 위한 파란만장한 자연의 추동과 더불어 그 모든 걸 담은 선운산의 옹골찬 의지와 염원은 인파만큼 충천한 꽃무릇과 비할만하다.급한 계단을 오른 의지는 바위틈을 흐르는 목탁소리의 유혹이라 하기엔 이끌린 여운이 대기를 비집고 사방으로 은은히 퍼지는 풍경소리에 비할 수 있다.지고지순한 소망의 결정체, 석탑의 한 귀퉁이가 깨질지언정 바스러질 수 없고, 산사의 기세 등등한 칼바람이 옷깃 여밀지언정 끈끈한 거미줄의 숙명을 도려낼 수 없다.선운산은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아산면과 심원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그리 높지 않은 336m 고도지만 울창한 수림과 계곡, 사찰과 많은 문화재가 있어 1979년 12월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원래 도솔산이었으나 ..

고창 가는 길, 그리고 단아한 맛과 멋_20220916

봄에 가려다 불발되어 뒤늦게 고창으로 향했다.하필 한여름 같은 초가을, 일기예보에서 낮기온 30도 넘는 폭염이란다.그건 내가 신경 쓸 바 아니라 계획에만 충실하자.상습정체구간을 지나 어느 순간 고속도로는 거짓말처럼 한산하고 뻥 뚫렸다.옅게 뿌리는 빗방울이 그치고, 형체가 보이지 않던 방문산에 구름이 걷히며, 고창에서의 시간이 열렸다. 간헐적으로 옅은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천안 지나 정안까지는 꽤 차가 많았었는데 서천공주 고속도로를 타면서부터 금욜 같지 않게 한적했다.오후 햇살이 서녘으로 많이 기울어 약한 빗방울이 창을 때리다 그쳤다.부여를 지날 무렵이었다.서천으로 넘어가 조금만 더 진행하면 서해안 고속도로에 합류가 임박했다.서천공주 고속도로가 끝나고 서해안 고속도로에 합류하는 중이었다.서천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