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6

짙푸른 수평선을 걷다, 삼사해상산책로_20220316

기억은 망각과 추억의 기로에서 시간의 조언에 따라 그 갈림길을 선택한다. 추억의 길로 접어드는 순간부터 특정 기억의 형상화를 통해 채도를 올리게 되는데 바다 또한 그렇게 될 수 있다. 형체가 없는 바다는 전체를 아울러 그 자리에 섰을 때 감회가 입혀지고 각색과 착색의 담금질과정을 거쳐 온전히 인생의 퇴적물이 된다. 이튿날 7번 국도를 질주하기 시작할 무렵 이정표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길에 이끌려 바다의 작은 음악회를 감상한다. 별 기대 없이 들렀다 심플한 내부와 바다를 향한 통유리창에 꽤 만족했던 콘도미니엄. 떠나는 길에 뒤돌아 만족을 표했다. 영화 '가을로'에 노출된 곳이기도 했다. 요즘 하나둘 생기는 바다 산책로가 여긴 진작에 들어섰는지 최근 작품은 아닌 것 같았다. 지나는 길에 들렀는데 이 바닷길을..

시간이 졸고 있는 영덕 해안마을_20220315

동해 해안도로 따라 여정길에 만난 한적한 어촌마을이 한가득 쏟아지는 햇살을 쬐며 갈매기와 함께 했다. 겨울이 떠나고 봄을 맞아 한창 분주한 시간 조각을 끼워 맞추는지 인적의 흔적은 없고, 그 공백을 빼곡히 채운 나른한 아침의 바닷바람만 졸고 있는 고요한 마을을 깨울새라 소리 없이 휘날렸다. 이튿날 나른한 봄빛이 수평선까지 닿고, 그 볕은 꿈틀거리며 바다로 열어젖힌 창을 넘어 개운하게 인사를 건넸다. 숙소와 바다 사이 작은 공간에 소소한 밭을 일구는 손길에서 갤러리에 들러 한 폭 그림을 감상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느지막이 숙소를 출발하여 영덕 강구를 기점으로 매끈한 7번 국도를 버리고 구불한 해안도로로 핸들을 돌려 다시 도로 따라 천천히 진행하던 중 강태공들이 분주한 작은 어촌마을 방파제로 걸었다...

매력의 고유명사, 장호항_20210630

장호항(莊湖港)은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장호리에 있는 어항이다. 1971년 12월 21일 국가어항으로 지정되었다. 관리청은 해양수산부 동해어업관리단, 시설관리자는 삼척시장이다. 장호항은 우리나라 지도에서 호랑이 등처럼 생긴 부분에 위치하며, 본 항이 위치한 장호리는 항의 형상이 장오리와 흡사해서 장울리, 장오리라고 부르다가 장호리가 되었다. 장호항은 방파제가 있어 파도와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며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항으로 1973년 기본시설계획을 수립했으며 1993년 정비계획을 수립하면서 현재의 안정된 항세를 갖추게 되었다. 수로부인 설화로 유명한 헌화가의 발원지로 나폴리형 해안선이 있어 동양의 나폴리라고 부른다. 장호리 당두산 연안에 내장오, 외장오가 있어 깊은 어항으로 어족이 풍..

나른한 진풍경, 송지호_20200414

화진포에서 다시 남쪽 방면을 향해 7번 국도의 매끈한 직선을 따라 출발, 송지호의 평온에 이끌려 옆길로 샜다. 텅 빈 해변에 발을 들여 걷기 힘든 고충도 잊고 바다 가까이 다가서서 바다내음 짙은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시야가 뻥 뚫리는 기분, 동해의 매력엔 가희 반할만하다. 파도가 해변을 집어삼킬 듯 돌격해 오다 해변의 평온에 중화되어 급격히 잠잠해진다. 큰 파도에 아슬아슬한데도 갈매기들은 아랑곳 않고 태연하다. 가끔 녀석들끼리 침묵을 깨는 장난과 울음소리가 들리다가도 이내 다시 찾아온 평온. 한 마리 갈매기의 비상, 미친 듯 부딪히는 파도와 미동도 하지 않는 죽도, 바다를 둥둥 떠다니는 고깃배... 몽환적이다. 바다에 죽도란 섬이 있는데 이 섬을 돌아온 파도가 죽도와 해변 사이에서 서로 맞부딪히는 게 ..

바람과 갈매기 세상_20160123

유별나게도 춥던 주말, 욕 나올만큼 수은주도 영하 18도란다, 18 언제 갔던지 기억도 까마득한 서해-같은 화성인데도 여긴 동탄에서 1시간 이상을 가야만 한다, 역시 화성은 뎁따 커!- 바다가 만수무강히 잘 계시나 궁금해 찾아 가던 중 갑자기 내리는 눈보라가 바닷가가 가까워 질수록 예봉이 날카롭다.그래도 차가 우리를 모셔 주시니 아니 갈 이유는 없잖여.인가는 거의 없는 궁평항에 도착, 수산공판장 인근에 차는 줄지어 서 있는데 지나는 사람들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이유는 눈보라가 거의 태풍 수준이라, 가뜩이나 기록적인 한파라는데 바람살까지 워낙 거세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를 밑돈단다.내가 질수 있으랴!방파제를 따라 나름 무장을 하고 걸어가는데 워찌나 바람이 세차고 추위가 막강한지 한 발, 한 발 떼기가 인내..

겨울 바닷가_20141213

전날 퇴근해서 바로 동서울터미널로 가서 울진행 버스를 탔지만 원주 지날 무렵부터 대책없는 폭설로 더디게 나아갔다. 오늘 중으로 도착할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그나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할때 즈음이라 생각보단 이동 속도가 괜찮았고 강릉을 지날때 밖을 보니 그짓말처럼 화창해서 밤하늘에 별이 쫑알쫑알 빛나는 중이었다.6시간 채 걸리지 않았으니 그나마 선방했다고 봐야지. 완전 텅빈 울진 터미널에 도착해서 일행을 만나기 전에 올라가는 차편을 생각하지 아니할 수 없는 벱이쥐.일단 아이뽕으로 시간표 정도는 챙겨 놓고~동서울에서 출발한 고속버스는 삼척-임원-호산-부구-죽변을 거쳐 울진을 종착점으로 하는데 앞 터미널에서 내리는 승객들이 많아 마지막 울진에선 나를 포함 3명 뿐이었다.추운 겨울에 적막한 터미널 안은 자그마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