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5

지나는 가을의 길목_20171106

이튿날 부시시 잠에서 깨어 서둘러 떠날 채비를 한다. 각자 가고 싶어하는 곳이 달라 의견이 분분 했지만 오마니 의견에 따르기로, 그러자 모두 동의하여 하회마을로 향했다. 이틀을 묵어야 하니까 휴양관 일대 안동호 구경은 에너지가 어느 정도 소진된 후에 하기로 했다.가까운 곳에서 에너지가 고갈되어 버리면 정작 가봐야 되는 곳은 출발 전에 의기소침 해져 버리니까 에너지가 충만할 때 거리가 어느 정도 되는 하회마을을 앞뒤 돌아보지 않고 재촉해야만 했다.휴양관에서 나오는 길에 미련만 남겨둔 안동호수를 훑어 보자 전형적인 가을의 따가운 햇살이 하염 없다. 하회마을은 2개월 여 전 경북도청 신청사 방문 때(낯설던 예천과 친해지다_20170901) 인근이었단 걸 알고 잠시 들릴려다 지체할 수 없는 사정으로 차후를 기약..

선거날_20160413

봄의 정점에 국회의원 선거날.덕분에 이 좋은 시절을 푸근히 누릴 수 있구나, 하여 얼른 한 표를 행사하고 가까운 동네 산책으로 봄을 만난다. 어느 아파트 단지에 탐스럽게 익은 볼그레한 벚꽃 송이송이들의 유혹에 참지 못하고 들어가 담아 둔 몇 장의 사진들 퍼레이드.겨울이 만들어 놓은 여백과 새롭게 탄생하는 숨어 있던 색상이 공존하는 봄은 이런 매력이 있어 흔히들 기다리나 보다.피어 나는 그 새로운 색상엔 향이 불거져 나오고 그 이끌림에 분주한 소리들도 빠질 수 없지.게다가 겨울에 익숙해진 폐부에 느껴지는 훈풍은 이 모든 늘어진 감각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땅에 붙어 쉽게 지나치기 쉬운 꽃들은 관심이 없더라도 어디선가 열심히 그 매력을 발산 중이다, 성숙해 지기 위한 통과 의례로 꽃 잎을 떨구고 본격적인 도..

홍천에서의 평온한 하루_20151020

평소와 같은 잠깐의 여유라도 다른 계절엔 지루한 시간일 때가 많지만 가을만큼은 지루할 틈이 없다. 홍천에 들렀던 이틀의 짧지 않은 시간 조차도 난 넘치는 심적 여유로움에 유영할 만큼 타인에 비해 압도적인 많은 추억을 쓸어 담았다. 홍천에 지인이 살고 있다지만(홍천 고사리 채취), 그리고 비발디파크에 가족 여행을 종종한다지만 서먹할 수 밖에 없는건 자유 여행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내 소갈머리에 치밀한 경로와 목적지를 미리 정하기는 싫고.지나던 길에 홍천유원지 이정표를 바라고 무조건 왔더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매끈하게 가공된 공원이 아니었다.말 그대로 강 가에 넓직한 공간이 있고 잠시 궁뎅이 붙일 수 있는 곳도 여기를 제외하곤 전무후무한 상태나 마찬가지.막연히 왔던 만큼 실망은 없었지만 ..

20140517_주말 밤 풍경들

평소 걷기를 많이 한다고 생각했던 얇팍한 생각이 지난번 금호강 자전거 라이딩 때 저질체력이 드러나면서 나름 충격을 먹곤 틈틈히 걷는 운동을 해야 겠다는 다짐이 들더라. 직장 생활 중에선 규칙적인 시간을 할애하기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조금이라도 자주 걷기를 하지만 불쑥 찾아드는 귀차니즘은 극복하기 힘든고로 주말이나 시간이 편안한 시간에 카메라를 메고 동네라도 돌아다니기로 했다.그게 의외로 많은 양의 운동도 되고 덜 지치는데다 사진 찍는다고 요리조리 왔다리갔다리 하다 보면 꽤 많이 걷게 되어 있단다.그래서 칼 뽑은 김에 무우라도 잘라 버릴 심산으로 낮에 잠시 걷는 동안 받았던 삘을 그대로 이어가자꾸나. 해가 지고 땅거미도 질 무렵 집에서 나섰으니 이른 시간은 아니겠다.동탄의 야경은 그리 이채롭지는 못한 게-..

눈보라 세찬 늦겨울 밤

어젯밤 퇴근 후에 하루 온종일 내리던 눈발이 더 세찰 무렵 혹시나 싶어 엑백스를 들고 가까이 나가 봤...그러나 눈보라가 강해서 나조차 못 추스르겠더라.엑백스 렌즈 덮개를 열려니 렌즈에 곰보가 찍힐 까봐 눈을 피해 몇 장 후딱 찍곤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 와부렀스~단 두 장을 찍었는데 혹독한 일기에 찍어서 그런지 혼자 감동 백배! 눈이 살포시 입혀진 가로수에 가로등 불빛이 굴절되면서 이 아름다운 장면이..ㅠ.ㅜ아주 미세한 네온사인을 덧대어 놓은 듯 자체 발광을 하는 것 같다.이거 실제 봤을 때 넘무넘무 이뻐서 그냥 지나치면 일 년 동안 후회할까봐 위험(?)을 무릅 쓰고 찍었다. 올 겨울 찍어 놓은 눈꽃 사진이 별로 없어 이 조차도 귀하디 귀한 사진이라 여기고..거기다 딸랑 한 장만 찍고 들어가려니 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