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다시 찾은 영양의 가을, 한티재에서 생태숲 _20181026

사려울 2019. 7. 25. 01:05

앞전과 같은 동선을 따라 이동하다 구부정한 한티재 고갯길을 넘던 중 가파른 언덕에 도배된 들국화 군락지를 발견했다.

오지 마을에 이런 광경이 사뭇 신기하다.

비교적 굵어진 빗방울을 우산 없이 맞으며 카메라가 젖는 위험을 무릅쓰고 사진 몇 장을 남길 요량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숨 막힐 듯 매캐한 들국화 향이 대기의 분자 분포도를 뒤틀어 버렸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고갯길에 먼 곳부터 서서히 다가가며 찍는 동안 내리는 비를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한티재 주유소에 들러 굶주린 차에 식사를 든든히 채워 주고..



다시 갈 길을 재촉하며 수비면을 지나는 길에 학교가 보여 잠시 차를 세우고 차창만 연 채로 한 컷.





희안하지?

반딧불이 생태숲에 2번을 왔었는데 한결 같이 굵은 가을비가 카메라를 허락하지 않고 기억의 창고만 허락한다.

아쉬운대로 이번에도 아이폰으로만 사진을 담았는데 더 나아가 진동에 튀는 동영상 촬영을 감수하고 녹화 버튼을 눌러 지난번 담지 못했던 하늘광장을 촬영했다.

생태숲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아 그러잖아도 찾는 이가 거의 없는 이 너른 공간에 더더욱 적막이 감돌고, 문명의 소리는 완전히 차단 되어 버렸다.

때마침 지나가는 구름과 짙게 물든 가을이 한 데 어우러진 경관은 오래 머물지 못하는 아쉬움을 마비시켜 갈 길이 먼 발을 붙잡아 한 동안 생태숲에 머물며 우산에 부딪히는 익살맞은 비소리를 감상하며 형형색색 다양한 가을에 잠시 눈이 멀어 버렸다.





타들어가는 미련처럼 굵직한 빗방울이 차로 번진 가을 불티에 기름인 양 더 찬연하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억누르고 험한 고갯길을 넘어야만 하는 최종 목적지, 통고산의 가을에 힘을 실어 떠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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