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20140503_대구에서의 둘째 날

사려울 2014. 5. 7. 23:36

전날 열심히 씹다가 턱 관절에 사알짝 무리가 온데다 뱃속에서 반응을 일으킨 쐬주로 인해 열심히 주무시고 이튿날 10시쯤 부시시 일어나 계획대로 자전거 여행 출발~



언제나처럼 지하철 1호선 동촌역에서 자전거를 빌려 금호강 하류 방면으로 강물처럼 흘러갔다.

아뿔사! 여러 자전거 중 내가 좋아하는 실버 색상이 있어 이걸 골랐더니 허벌나게 빡세다.

게다가 세찬 서풍 덕에 바람을 안고 타야 하는 극악의 조건이었으나 난 굴하지 않으니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함 해보자! 싶었던 의욕은 과욕이었다.

이 날은 내 저질 체력에 확신을 심어준 날이었으니까.

우선 출발은 동촌 구름다리에서 솟아나는 신록의 응원을 받아 힘차게 내딛었다.

지금 봐도 여름의 풍성한 신록보단 갖 부화한 신록의 의욕 넘치는 태생이 더해진 기대감과 새로움으로 인해 설레고 정겹다.



금호강을 따라 달리다 보면 경부고속도로를 지나 벌판에 펼쳐진 일직선 자전거 도로가 나온다.

올 초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방향을 보고 사진을 찍었었는데 그 때의 갈대가 그대로 남아 `지금까지 오빠 욜라 기다렸는데 이제야 나타나셨사옵나이까'하는 것처럼 바람 따라 손을 흔들어 댄다.

갈대밭과 금호강을 너머 있는 아파트 단지가 이시아폴리스고 그 아파트 너머 가장 아득한 산봉우리가 팔공산 정상이올시다.

이제 싹을 트기 시작하는 이 신록들이 참 아름답고 정겹지 아니한가?

아님 말고...



다시 팔공산 정상을 향해서 한 장.



한창 앞을 보고 달리다 잠시 쉬기 위해 머문 곳은 팔달교를 훨씬 지나 경부고속도로 금호분기점을 부근이자 강 너머 아파트 들어서는 곳이 금호택지 개발지구란다.

전방에 보이는 다리가 와룡대교며 서 있는 위 고가도로는 서재로고 그 옆엔 경부선 철길이 지나간다.





그 자리에 잠시 앉아 꽃도 찍고 강도 찍었는데 강에 허연 백로(?) 한 마리가 서서 사진 찍어 주길 기다린다.

실제 사진 몇 장을 찍어도 가만히 서 있다 한참 지나 날아가 버리는 걸 보면 내가 나쁜 거시기는 아니라 여겨서일게다.

이 녀석이 그 자리에 서 있는 걸 보면 수심도 얕을 것 같고...



다시 앞을 보고 돌격 앞으로!

다사 서재리를 지날 무렵 광활하게 펼쳐진 금호강의 자연 생태 하천이 눈에 띄인다.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 가공하지 않은 하천이다 보니 곳곳에 퇴적물이 만든 섬과 무성한 숲이 보인다.

공교롭게도 그 너머 개발이 한창인 달성세천지구의 첫 번째 주자인 한라비발디 아파트 건설현장이 보이는데 이왕 개발하는 거라면 자연과 인공 구조물이 조화롭게 공존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그 위치를 상상하노라면 경관이 월매나 따봉일까 생각하다 다시 돌격 앞으로!



여기가 내 자전거 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다사 대실역 부근이다.

대략 여기까지 오는데 아이뽕 GPS 경로 지도를 보니 30여 km인데 여기까지 무리하게 와서 그런지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하더라.

큰일 이지?

앞으로 30여 km를 다시 가야 되는데 여기서 노닥거리는 바람에 5시 반 넘어야 출발했으니 지는 해도 생각 아니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해가 지면 칠흑 같은 어둠으로 자전거 길이 잘 안 보이기 때문이었다.




거기 카페 베네 앞에 자전거를 요따구로 세워 놓고 아메리콕(?)을 시켜 쳐묵쳐묵 했는데 커피와 콜라의 청량함이 갈증에 지친 나에게 구세주였당께.

최소한 이 동네에서 한 시간 반 이상을 허비한 것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발에 쥐가 나기 시작하더니 조금만 무리해도 바로 발이 마비되고 통증이 밀려 오는 것이여.

마음은 급한데 급한 맘에 에너지 보충 조차 안 했으니 산 넘어 산이렷다.



금호강 건너 성서가 보이는데 여기 강변의 비경이 생각보다 비범하다.

이런 광경을 쫓기는 시간에 흘려야 된다니 나 또한 아쉬움은 가득찬 강물 못지 않으리.



이 정도다, 풍광이~



오면서 두 번 다리 쥐가 오셨다 가셨는데 금호강의 광활한 풍경이 그 나마 내게 밀려오는 후회를 싸그리 싣고 가 버릴 만큼 탁 트인 전망이 압권이다.

멀리 금호강을 끼고 있는 마을이 다사 서재란다.

여기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 못해 시기심까지 생기는 건 좋은 전망 + 계속 되는 다리의 마비와 통증 + 허기증 때문이다.



찍던 자리에서 바로 발치에 금호강과 관망대.

이런 잠시 쉬어가는 자리의 여유가 참 너그럽기도 하고 관대함도 느껴지지만 나는 앞만 보고 가야될 사람이 이런 여유는 사치 아닌가 싶다.

그 이후로 나는 동촌에 9시 반 넘어서 도착했다는 거~ 가는 도중 몇 번의 다리 쥐가 났다는 거~ 그리고 허기가 너무 심해 가는 도중 쥐는 안 잡아 먹었지만 상점에 들러 거식증 걸린 사람처럼 앉은 자리에서 빵4개에 쥬스 1리터에 초코파이 5개를 해 치워 버렸다는 거~

나중에 자전거 반납하곤 빵과 쥬스 먹은 것도 모자라 범어역 부근에서 까르보나라까지 쳐묵쳐묵하셨다.

이거 완죤 글이 아니고 낙서 수준이구먼.

암튼 이 날은 여행의 마지막 밤이었고 혹독함 또한 배 부를 정도로 푸짐했지만 여행의 참맛은 고생과 경이로움이 적절하게 섞인 외지의 생활 아니것는가 싶다.

원래 단조로운 기억보단 일상과 확연히 다른, 그것이 좋건 나쁘건 간에 최악만 아니라면 그 이색적인 기억이 더 진한 추억이 아니것소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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