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한 자리에 모인 향수

사려울 2013. 9. 15. 20:04


사용중인 향수가 한 자리에 모여 서로 개성을 비교하고 있으며 뒤에 맥북에어11은 심판을 보시겠다.

회사에서 고군분투하시는 님은 그라운드에 참석하지 못해서 열외로 하고 우선...

좌측부터 불가리 블루, 존바바토스 블랙, 누보 콜로뉴, 얼릭 드 바렌스, 버버리 터치.

영입은 불가리 블루>버버리 터치>얼릭 드 바렌스>존바바토스 블랙>누보 콜로뉴 순으로 탄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데 내가 구입한 건 존바바토스 블랙 뿐..

그렇담 좌측부터...

1)불가리 블루, 향이 강렬하고 매혹적이랄까?

아마도 우리 나라에서 단일 모델로는 가장 많이 팔린 향수가 아닐까 싶다.

첫 느낌은 부드러움과 강함이, 시간이 지날수록 향긋한 남성의 향취.

은은한 생강 내음도 있는데 지속력은 아주 오래가지만 난 이 향수를 거의 쓰질 않는다.

이유는 대중 교통을 포함하여 공공장소에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선 아직도 이 향의 한 번 정도는 맡을 수 있는 만큼 너무 흔한 향이 되었으며 특유의 매캐함에서 별 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다.

지금은 벽장에 걸린 셔츠를 타깃으로 어쩌다 한 번씩 뿌릴 뿐.

2)존바바토스 블랙, 향이 새콤하고 달콤하여 중성적인 매력이 있다.

향수병은 그리 이쁘단 생각이 들지 않지만 재질은 등나무에 병을 넣어 놓은, 그 중 가장 개성적인 외형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무난하다.

이 녀석의 첫 느낌은 상큼하고 발랄하면서도 치고 나가는 개성을 억누르는 진득한 면이 있다.

지속력은 상당히 약하지만 개운하고 새콤한 여운은 몇 번을 뿌려도 그리 질리지 않는다.

주로 출퇴근 시간에 사용하는 대중적으로 얌전하고 수줍음 많은 녀석이다.

3)누보 콜로뉴, 가장 여성적인 향수에 가까운 향긋하고 아릿다운 향 속에 개운한 향이 공존한다.

외형을 보시자면 뒷편에서 심판을 봐주시는 맥북에어와 있을 때 가장 어울리는 특출나지는 않지만 친근하고 사이버틱하면서 균형 잡힌 몸매를 가지고 있다.

이 향수와 만난지는 불과 한 달하고도 보름 정도지만 튀거나 강렬함은 없는 대신 존바바토스처럼 무난하면서 차분하고 첫 느낌과 그 후의 느낌이 다른, 잠재적인 끼를 가지고 있다.

이 또한 출근 시 종종 사용하거나 휴일처럼 편안한 날 사용을 하게 되면 여유의 커피 향처럼 긴장이 이완된다.

4)얼릭 드 바렌스, 가장 남성적인 향수로 누보 콜로뉴와 상반된 시원하고 역동적인 향에 오랜 지속성과 일관되면서 강렬한 향을 발산한다.

가장 개성이 적은, 프랑스 화장품처럼 용기 드자인은 볼 품 없지만 강철과도 같은 꺾이지 않는 향으로 인해 거의 사용하지 않을 만큼 이 향수를 사용하게 되면 주위 왠만한 사람들이 코를 킁킁 거리게 된다.

미식 축구의 남자 답고 역동적인 제품이랄까?

손수건이나 겨울 머플러 정도면 향이 어느 정도 갇혀 전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한 나절 정도는 기분 전환이 가능할만큼 남발하면 때론 민폐가 될 수도 있다.

5)버버리 터치, 이 또한 남성적이긴 하지만 얼릭 드 바렌스보단 간결하고 좀 더 일관성 있는 향.

향수 중 가장 단편적이라 처음과 끝이 거의 변화가 없으며 강렬함은 다섯 가지 중 중간이다.

전통적인 버버리향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조금은 보수적이고 드자인 또한 여느 버버리에 비해 딱 짜여진 건 아니나 군더더기 없이 점잖하고 신사적인 이미지는 그대로 유지시켜 놓았다.

가끔 여행이나 출장 시 챙기는 향수로 평소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빈도에 반해 은근히 아끼는 녀석이다.


혼자서 끄적인 향수에 대한 간단한 품평.

막상 몇 개를 갖추더라도 대부분 사용하는 제품은 아이폰 어플처럼 한정적이더라.

그렇더라도 있던 녀석이 하나라도 없어지면 그 허전한 기분은 뭔가 하려다 갑자기 잊어 버린 찝찝함과도 같다.

어차피 향수야 왠만하면 그 향이 날아가지 않으니 여가가 허용될 때 이래저래 한 번씩 뿌려보고 아로마 힐링(?)을 하는 것도 좋은 생각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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