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금요일 밤 산책_20150424

사려울 2015. 9. 8. 02:48

봄이 되면 밤에 싸돌아 댕기는 사람이 나 뿐인지 알았건만 의외로 군데군데서 나랑 비슷하게 밤산책 나온 사람들이 몇몇 된다.

일단 모기 시끼들이 없을때 많이 다녀야 되고 요맘때 되면 이제 슬슬 낮에 햇살이 따가워지기 시작하는데 밤엔 가만히 있으면 서늘한데 도보를 이용하다 보면 그 서늘함에서 적당한 청량감을 느낄 수 있어 조~타.

모처럼 반석산에도 올라가 보고 동탄 외곽으로도 좀 다녀볼 요량으로 카메라를 작은 삼각대에 끼워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엔 쉴 새 없이 연주하는 스피커 음악을 든 채 정처 없이 다녔다.



사진 찍으려는데 학생 몇 명의 무리가 자전거 타고 가다 그 중 한 명이 내 앞에서 자빠져 한동안 이렇게 앉아 있다.

걍 인증샷으로 한 컷.



노작마을로 넘어가는 육교가 마치 외계인처럼 보인다.

팔을 쭉 뻗고 벌 쓰는 중인가?





오산천으로 방향을 틀어서 산책로를 전세낸 사람처럼 한 동안 여기서 사진을 찍어 댔다.

아주 가끔 지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대낮에 비하면 아주 한적한 편이다.

모기도 없으니 날아갈 기분이며 한 자세로 있어도 두려울거이 없스!




사랑밭재활원으로 이동 중에 보니 영산홍이 참 많기도 하지만 하나 같이 곱기도 하다.

다행히 바람이 없어 사진 찍으려고 장노출 해도 포즈를 오랫 동안 취해 준다.




저 가로등 불빛에 굴절되는 녹색 보게나.

어찌나 곱디고운지 만지면 시원하고 보드라울 것만 같다.



여전히 겨울 때가 많이 남았는데 곳곳에 녹색의 신록이 허물 벗듯 겨울 잔해를 박차고 나온다.

그 풀 한 포기 조차 봄엔 진귀하고 고울 뿐.




텅빈 거리엔 가로등 불빛이 가득 퍼저 자리를 잡았다.

마치 예전 골목의 후미진 정취가 느껴지기도 하는데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담배 연기 한모금을 뿜어도 좋을만큼의 여유도 보인다.



평소에도 여긴 사람들이 거의 없는데 밤이라고 있으려나 싶어 갔더니 역시나!

미세한 봄바람에 실린 음악 소리가 향수처럼 향긋하다.





꽃이 가진 색깔을 단색으로 표현하자니 균열하게 물들지 않았다.

노란색이라고 해도 다 같은 노랭이가 아니라 그들만의 구분 짓는 언어가 별개로 있나 보다.



밤이 깊어 공원은 텅 비어 적막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그 너머 아파트엔 주말을 앞둔 시간의 아쉬움이 계속 켜져야경의 한 픽셀로 반짝인다.

지금까지 꽤 많이 걸었다 싶은데 낱낱이 주위 풍경들을 보면서도 전혀 지친 기색 없이 발발이처럼 싸돌아 다니는 것도 활동하기 좋은, 활동하고 싶은 봄이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밤 늦은 시각까지 문을 열어 놓은 카페에 들러 라떼 한 잔을 곁들여 한숨을 돌리는 것조차 흥미꺼리에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처럼 눈이 초롱초롱허니 이른 잠을 청하긴 글렀다.



하다 못해 이런 뭉뚱그려서 찍어 놓은, 전혀 새롭지 않은 풍경들도 봄 가을엔 왜캐 아름다운 거시여!

늘상 변하지 않는 것들을 변화 시키는 봄, 그래서 어떻게 변모시켜 놓았는지 확인하는 깨알 같은 재미는 돌아 오는 가을과 내년 봄에도 쭈욱~ 계속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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