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창원으로 가게 된 건 작년 학습에 자료를 제공해 준 분께 감사의 표현이자 받은 자료를 고스란히 전달해 주기 위함이었다.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선뜻 자료를 전달해 주시면서 많은 분들이 그 자료를 통해 합격의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선행에 너무 감사했다.
같이 공부하던 학우들 중에선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고, 필요에 의해 없는 건 제공 받을 지언정 가지고 있던 자료는 꽁꽁 숨겨 혼자, 아니면 가까이 친분을 둔 학우들과 공유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상대 평가도 아닌데 많이 합격하면 심사가 뒤틀린다는 심보려나?
그렇게 순수한 선행이 고마워 택배로 자료를 보내기엔 감사의 표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거 같아 직접 찾아 뵙겠다고 미리 밝히고 내려가는 길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보은을 지나 속리산 부근으로 지나던 중 갑작스런 진눈개비가 거의 쏟아지는 수준이라 너무 늦은 시각에 도착하게 되면 결례가 될까 초조해 하던 조바심을 부추겼고, 막상 내려가는 거리 또한 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한참 운전대를 잡아야 했다.
창원에 도착해서 잠시 선물을 산다고 들렀던 올리브영 즈음 소나기가 갑자기 쏟아지더니 그칠 줄 모르고 끊임 없이 쏟아지고, 어쩔 수 없이 몸이 흠뻑 젖은 채 멀찌감치 세워둔 차로 달려야만 하는 고충도, 길을 잘못 들어 부근에서 헤매던 고충도 늦은 시각에 사람을 커피 한 잔 나누는 사이 그래도 직접 오길 잘 했다는 성취감에 위로가 충분했다.
늦은 시각이라 오래 이야기 나누지 못하고 미리 잡아 놓은 부산 해운대 신라스테이로 다시 출발, 부산이 맞나 싶을 만큼 한산한 도로를 달려 해운대 신라스테이 도착은 자정이 될 무렵이었다.
출출한 배를 달랜답시고 밖을 나가 눈에 보이는 맥도날드 매장에서 버거 두 개를 허겁지겁 먹곤 다음날 일어나자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에 해운대 백사장이 눈부실 정도 였다.
부산은 실로 오랜 만에 방문인데 거의 4년 전 친하게 지내던 유일한 부산 친구가 생을 마감하여 내려온 이후 처음이다.
그 친구도 사실은 서울에서 대학과 회사 생활을 하다 뒤늦은 7급 공직 생활로 부산에 지내 직접 여길 내려와 알게된 지인은 전무후무한 상태.
때마침 그 친구와 가까이 지내던 지인들과 몇 번 본 사이 친분이 생겨 미리 연락을 취하자 운 좋게도 점심을 같이 나눌 시간이 되었단다.
오기 쉽지 않은 부산에 방문하여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다는 흥분으로 금새 부산 도심으로 달려가 함께 점심을 나누며 부산 사람들 특유의 호탕한 기질에 금새 친근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시간 가는 줄 모른채 앉아 수다를 떠는 사이 다음 여정인 포항과 울진이 지체될 걱정에 서둘러 작별을 하고 떠났다.
주위 사람들이 늘 털어 놓던 부산에 대한 동경 때문일까?
마치 세뇌된 사람 마냥 나도 뭐가 그리 설레는지...
그리하야 미세 먼지로 탁한 대기보다 차라리 타버릴 지언정 따가운 햇살이 좋은 부산의 짧은 여정이었다.
'일상에 대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마을의 봄_20190314 (0) | 2019.08.17 |
---|---|
7번 국도 울진 도화 공원까지_20190313 (0) | 2019.08.17 |
작별, 그리고 아버지 성묘_20190306 (0) | 2019.08.17 |
봄과 새로운 만남_20190304 (0) | 2019.08.13 |
대가야 품으로_20190303 (0) | 2019.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