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2일째 되는 날은 딱 2군데만 들리기로 했다.
회사 동료 한 명이 구례가 고향이라 강추한 맛집과 외지인이 잘 모르는 한적한 드라이브 코스를 빼곡히 귀띔해 줬는데 사실 혼자라면 모를까 그게 아닌 이상 잦은 이동에 따른 체력적인 부담과 더불어 피로도가 증가할 수 밖에 없어 최대한 동선을 줄이면서 알짜배기만 다니기로 했다.
그래서 화엄사와 구례 맛집 2군데를 들리기로 했는데 화엄사는 동료가 추천한 건 아니고 지리산, 아니 전국 사찰을 통틀어 워낙 유명한 사찰이라 어찌보면 당연하게 방문해야 되는 것 아니것소잉.
아침에 자고 일어나 넓게 트인 전망으로 난 커튼을 열어 젖히자 아쉽게도 대기가 뿌옇다.
이미 뉴스에서 한 바탕 호들갑 떨었기 때문에 감안은 했지만 막상 미세 먼지로 뿌연 대기를 마주하자 아쉬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날, 먼길을 달려온 여독이 남아 숙소를 제대로 찍기 귀찮아 외형을 남기지 않았는데 구례로 나서기 전 한 번 삥 둘러 봤다.
테이블이 있는 테라스에 천막까지 길게 늘어 뜨릴 수 있어 구색은 제대로 갖췄다.
야생화 테마랜드가 아직은 완전체를 갖추지 않아 군데군데 공사 현장도 쉽게 포착되는 만큼 소음도 심심찮게 들렸고, 다행인건 우리 숙소가 가장 내부의 높은 곳에 있어 그나마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한눈에 봐도 훤칠한 노고단을 알아 챌 수 있다.
숙소를 출발하여 큰 도로를 버리고 섬진강 지류를 따라 꼬불꼬불한 강변길을 달리던 중 지나던 길에 지리산 위용을 마주하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논두렁길로 들어가 탁 트인 전망의 지리산을 마주했다.
지리산의 위용은 장엄하다는 서술적인 표현 하나만으로 민망할 정도로 언어의 한계를 초월해 버렸다.
전체적인 고도가 높은 강원도 산간지대에 비해 구례는 지표면이 그리 높지 않아 거대한 위용을 여과 없이 마주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더 적나라한 규모에 압도당할 수 밖에 없다.
어느 누구도 여기를, 지리산 자락을 밟고 있다면 장벽처럼 우뚝 솟은 지리산에 대해 위압감과 더불어 경탄하게 된다.
어쩌면 지리산은 구례를 포함하여 남원, 하동, 산청, 함양 일대를 아우르는 생명의 젖줄과도 같은 수호신이자 가장 근엄한 어른이요 가장 포근한 엄마 품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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