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장날이 바로 이런 말이렷다.
때마침 보은장이라 복잡한 도로를 엉금엉금 기어 겨우 차를 세워 놓고 시장통을 방황했다.
분주한 한길과 달리 시장길은 생각보다 썰렁한데 그나마 큰 통로는 행인이 보이지만 살짝 뒷길로 접어들면 장날을 무색케 한다.
그래도 내겐 여전히 신기하고 정감 가득한 곳이다.
재래시장 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 바로 순대와 먹거리다.
메인 통로인데 진입로가 북적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적하다.
이름 멋지다.
결초보은이라~
낮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정이품송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서둘러 법주사 방향으로 출발했다.
역시나 빠져나오는 것도 쉽지 않아 짧은 구간에서 한참 가다 서다를 반복하여 겨우 빠져나와 곧장 법주사로 향했다.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방울이 서서히 굵어져 법주사 가던 길목에 선 정이품송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마치 온실에서 유들하게 자란 것 같지만 세상 모든 생명들처럼 정이품송도 고난이 있었다.
영월 솔고개 소나무가 삶의 애환에 셀 수 없는 굴곡의 연속이라면 정이품송은 곧은 기개의 자부심이 가지로 승화하여 사방으로 팔을 한껏 벌리고 서있다.
같은 소나무지만 하나는 힘든 고개길 너머 깊디깊은 골짜기에 희망을 찾는 절망에게 배려의 진수가 녹아 나무 그늘까지 내어줄 아량이고,
나머지 하나는 굽히지 않는 절개 내면에 굳건한 호연지기와 단아한 품새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아를 단련하는 극기의 표본이다.
오랜 시간의 시련에 이제는 하나둘 팔이 꺾일지언정 그 푸르름은 생명의 시그널인 양 곱게 단장하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는 나무를 보며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을 가진 내가 눈 깜짝할 정도의 찰나에 지나치게 마음을 학대하는 게 아닐까?
그런 마음을 헤아린 하늘이 가느다란 비를 뿌리며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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