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171027

사려울 2019. 1. 13. 23:52

동탄을 돌아다니다 언젠가 부터 이 구도와 색감에 반해 아침 출근 길에 조금 넉넉하게 집을 출발하여 이 모습을 바라본다.

나무 꼭대기에서 내려오기 시작하는 빨간 색감이 점점 밑으로 번져 내려오는 이 시기부터 같은 자리에 서 있다 보면 가을의 소소한 광경을 오버랩 시킬 수 있는데 잠깐 서 있는 사이 아침 출근길에 잰걸음을 딛는 사람들도 한 번씩 쳐다보며 제 갈 길을 바삐 간다.




퇴근 후에 다시 들러 아침과 같은 자리에 서 있다 보면 폰카가 담지 못하는 가을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적당히 싸늘한 날씨는 가을 구경으로 걷다 보면 전혀 한기를 느낄 수 없어 바로 요맘때가 산책이나 활동하기 적기다.





10월 중순까지 요지부동이던 청단풍도 서서히 버틸 재간을 잃고 가을빛 빨간 옷으로 갈아 입기 시작한다.

가로등 불빛이 투과되어 녹색과 빨간색이 한데 어우러지는 오묘한 빛깔은 조금만 자세히 감상해도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물들일 수 없는 고운 빛깔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여름 내내 붉던 단풍은 그 생명의 끝을 암시 하듯 잎사귀가 오그라들기 시작한다. 




그리 깊은 밤이 아닌데 거리는 거짓말처럼 한적해져 버렸다.

간헐적으로 지나는 차량의 바람 가르는 소리가 유독 거칠고 크게 들릴 만큼 동네가 고요하다.






청단풍은 서서히 가을색을 드러내고, 이에 질세라 다른 나무들도 그들만이 간직했던 사연인 양 각자 고유의 빛깔로 중무장하고 있다.

가을 내내 찍은 사진들은 대부분 이런 평이한 계절 일변도지만 언제 봐도 지겹거나 시신경이 지칠 기색이 없다.

그만큼 매년 맞이하는 가을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으며, 얼마나 많은 기대에 부응하는 설렘과 만족을 줬던가.

내일도, 글피도 가을이 이 세상에 쉬는 동안 많은 진면목들을 숨은 그림찾기처럼 찾아 헤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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