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에 설악산으로 가는 계획은 전혀 없었고 그럴 예상도 못했었다, 전날 누나네가 유혹하기 전까지는..
매형은 모임에서 골프를 간데나 뭐래나?
행여 술 한 잔 하게 될 수 있고 그러면 1박을 하는데 숙소를 하나 더 잡아서 형제들끼리의 여행도 병행해 보면 어떻냐 길래 짜증을 내면서 '그건 나한테 안 물어봐도 당연 콜~!'
토요일 이른 아침에 출발이라 아침 잠 많은 내가 좀 힘겹겠지만 가는 길에 눈 좀 붙이면 되는걸.
역시나 차는 많고 길은 멀지만 원래 여행에서 가장 설렐 때가 출발 전에서 부터 출발 후 가는 길 아니던가!
미시령 넘어갈 무렵엔 드뎌 설악산이구나 탄성이 나오는데 난 그때까지도 비몽사몽.
미시령을 넘어 울산바위가 보이자 나를 제외하곤 부산을 떨며 사진을 찍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여전히 달콤한 잠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고 정신 차리고 서야 사진으로 담지 못한 아쉬움에 누나가 찍어 놓은 사진을 뺐는다.
그러곤 이렇게 슬쩍~
한화설악리조트 쏘라노에 넓직한 숙소를 얻은 덕에 후딱 짐을 풀고 간소한 차림으로 찾아간 곳은 바로 오색약수인데 굳이 왜 오색약수?
2013년 느즈막한 여름 피서때(늦은 피서의 정리_셋째 날(2)) 왔다가 연세 드신 오마니 기준으로 산책하기 참 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초여름의 휴일치곤 사람들은 많은 편이지만 산책 후에 내려왔을땐 그짓말처럼 사람들이 바닷가 밀물처럼 싹! 빠져 나갔더군.
집에서 출발하야 설악산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시간이 있어 남은 하루가 넉넉하지 않아 감상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고!
조금 걸었는데 벌써 우리를 반겨 주는 신록과 물소리.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든 기운이 안 날래야 날 수 밖에 없다.
계곡을 따라선 푸르름과 빼어난 바위산들이 역시 설악산이라는 감탄을 자아낸다.
편집 없이 그냥 올려 놓는 겁 없는 다람쥐.
성국사라는 자그마하고 조용한 사찰을 지나 골짜기를 오를 무렵 몇 마리 다람쥐를 발견, 무언가를 열심히 쳐묵하신다.
귤껍질도 있는 것 보면 아마 관광객들이 다람쥐에게 준 특식 같은데 요 녀석들은 사람을 보고도 겁을 내지 않고 혹시 무언가 주려나 싶은지 가까이 다가와 째려보길래 아하! 먹을 꺼리를 주지 않을까 기다리나 보다.
그래서 일대에 과일 껍질이 많았구먼.
잠깐 서서 구경하다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해도 주변에 서성이며 이렇게 쳐다 보기를 반복하지만 우린 촉박한 시간에 다녀올 심산으로 간소하게 온 탓에 너희에게 줄 께 없단다.
다음에 오게 되면 파스타나 함 쏠테니 넘 실망하지 말거라, 아그들아.
짧지만 듣기 좋은 계곡의 물소리.
2년 전 부터 급 체력이 나빠지신 오마니가 힘들어 하시어 선녀탕?까지 걸어 갔다 잠시 부는 바람에 땀을 맡기고 다시 쉬엄쉬엄 걸어오면서 곁에서 함께하는 흐르는 물소리가 흔하디 흔한 소리가 아니라 아주 특별나고 유별나게 들린다.
그럴 만한게 우리가 흔히 듣는 물소리란 건 매끈하게 가공하고 다듬어 놓은 범주 안에서 갇혀 있어서 그렇게 들릴 수 밖에 없었는데 여긴 물과 스치는 것들이 전부 꼬락서니가 틀려서 그렇다.
그럼에도 마치 물이 잊고 있었던 소리가 이런 것 마냥 전혀 다르게 들린다.
내려 가는 길에 가끔 마주치는 사람들도 우리처럼 비슷한 표정과 소리를 연발하는 거 보면 설악산 인물이 단순하게 범상하다는 표현은 너무 식상한 게 아닐까?
좀 더 풍부한 의미의 범상한 표현을 찾아야 될 터.
이건 왜 찍었다냐?
동굴 발견!
혹시 저 안에 선녀가 대피해 있는 건가?
설악산을 느끼느라 사실 힘 들이지 않고 올라 갔다 내려 왔고 어느새 출발지점과 가까운 성국사라는 조용한 사찰에 다다랐다.
늘 여기는 조용한 사찰이었는데 이 날은 예외.
단체 관광객들이 늘 웅크리고 있던 적막을 깨워 여기가 내가 알던 조용한 사찰 맞나 싶을 정도 였다.
양보하듯이 자리를 비켜 서둘러 출발지로 고고씽~
성국사를 지나치며.
한창 피어나는 신록과 어우러진 성국사도 나름 볼만 하구만.
출발지까지 돌아와 급격하게 느껴지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래도 명색이 오색약수터를 왔는데 걍 지나칠 수 있나!
출발할 때 그 많던 사람들이 그짓말처럼 어디론가 다 떠나가 버리고 이렇게 조용하다 못해 썰렁해졌다.
덕분에 약수는 느긋하게 신선처럼 즐길 수 있었단다.
저녁 끼니를 해결할 참으로 봉포항에 당도할 무렵 이렇게 해는 서산으로 뉘엇뉘엇 기울어 급기야 빛커튼을 치기에 이르렀다.
봉포항에서 저녁은 실망 그 자체 였는데 어차피 흔한 일상은 아닌지라 내가 참는 걸루 하고 짧은 시간의 하루, 설악산 찔끔 탐방을 끝낸다.
이 날의 교훈, 멋진 풍경에는 그 격에 맞는 성능 좋은 카메라 필수 지참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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