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유해준 - 나에게 그대만이(다함께 차차차 OST-2009)

사려울 2015. 8. 21. 03:54

제천 리솜 포레스트에 가족 여행을 갔던 차, 조카가 내 UE 메가붐을 만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제 폰에 페어링해 버린다.

내 음악을 감히 네가 끊어 버린다냐!

괘씸한 노릇에 뭐라 한마디 하려고 했더니 다른 음악이 흘러 나오는데 애시당초 하려고 했던 훈계를 잊어 버린채 끝까지 듣게 만든 마력을 가득 품은 곡이 당췌 한 번 듣고 더 들어야만 하는 집착이 생겨 버린다.

곡을 물었더니 유해준의 `나에게 그대만이'란다.





짝사랑에 대한 지독한 집착과 포부가 흐느끼는 가수의 텁텁한 저음과 만나 강렬한 호소력을 지닌채 눈물을 흘리며 그 프로포즈를 받아줘야만 할 거 같다.

단순하고 즉흥적이며 산만하거나 충동적이지 않은, 도리어 집요하면서도 다독여 줄 심산에 온 몸 구석구석 긴장을 이완시키는 달콤한 수면의 아량마저 품으면서 솔향 물씬한 훈풍을 부채질하며 흩어진 머릿결을 부드러운 손길로 스다듬어 줄 것만 같은 이 곡은 2009년 드라마 삽입곡이다.

어설픈 프로포즈를 할 바에 차라리 따스한 베이스를 표현해 낼 줄 아는 스피커로 비오는 날에 아이들이 떠나버린 조용한 공원에서 들려 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한 번 듣고 또 다시 듣지 않으면 온 몸을 둘러싼 냉기를 감당할 수 없게 만드는 따사로움이 느껴지는 이 곡은 사실 잔뼈 굵은 싱어송라이터 유해준의 곡인데 유해준이 누군가를 찾아 봤더니 박완규 `천년의 사랑'`약속'외 다수의 솔로 앨범, 캔의 `천상연', 정재욱의 `잘가요', 박상민 `무기여 잘 있거라'`애원', 겨울연가 OST 등 다수의 곡을 만든 숨은 실력파 였었다.

뼈저린 사랑을 한 적도 없고, 시건방진 애정 고백을 하곤 이기적인 사랑을 강요에 길들여져 있어도 이 곡을 듣는다면 뭉클해지고 숙연해지겠다.

가끔 이런 지나쳐 왔던 곡들을 재조명할 때 넘쳐나는 신곡보다 더 파릇한 호기심 충족이 된다.

한바탕 감미로운 낮잠과 비유해도 전혀 어색할 수 없는 멋진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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