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원시 호수의 형태, 우포_20201119

사려울 2023. 1. 3. 05:26

우포는 크게 우포, 사지포, 목포, 쪽지벌이 있는데 우선 우포 먼저.
사는 인근에도 큰 저수지가 몇 개 있긴 하나 우포는 4개의 호수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늪지대이자 자연 생태지역이나 진배없었다.
산과 달리 주변을 돌며 산책하기 좋은 평탄한 길인데다 수도권과 달리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인가도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전체를 본다면 마치 테마별 분류한 것처럼 분위기가 조금씩 달랐다.
4개의 호수 중 가장 큰 우포늪을 먼저 밟으며 걷기 좋은 대대제방으로 향했다.
이미 떠난 가을의 흔적만 남아 퍼붓는 비와 세찬 바람이 더해 을씨년스러웠다.
이따금 우두커니 서 있는 버드나무의 노랑이 바람결에 펄럭이며 바람을 뒤따르려 하지만 매몰찬 바람은 멀찍이 남겨 두고 어디론가 총총히 사라져 버렸고, 호수 한 켠에 빼곡히 자리 잡은 철새들은 미리 계절보다 한 발 앞서 호수에 뿌리를 내려 작은 행복의 씨앗을 뿌리는데 분주했다.
오래전부터 내륙 깊숙한 곳에 작은 바다를 만든 우포는 한 때 문명의 오염에 홍역을 앓았지만 이제는 인간과 타협하여 인간은 우포를 향한 길을, 우포는 인간을 향한 안식을 교환했다.

우포는 경상남도 창녕군 이방면과 유어면ㆍ대합면에 걸쳐 있는 늪지성 호수로 일명 소벌못ㆍ이지포(梨旨浦)라고도 한다. 면적은 2.505㎢에 달하며, 가로 약 2.5㎞, 세로 약 1.6㎞이나 홍수 때는 면적이 확대된다.
우포는 우포(소벌), 목포(나무벌), 사지포(모래벌), 쪽지벌로 이루어진 복합적인 습지다.
동쪽으로 대대제방을 경계로 농경지가 많으며, 다른 방향은 산으로 둘러 쌓여 있다.
[출처] 우포(牛浦)_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우포(牛浦)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ncykorea.aks.ac.kr

찾아간 우포 초입엔 생태관이 있는데 우포를 재현해 놓은 유료의 생태관보다 무료 우포가 훨씬 좋았다.

그래도 먼 길 달려간 만큼, 또한 비도 피할 요량에 전체적으로 둘러볼 만했다.

우포늪 안내소를 지나 호젓한 길 따라 조금 걷다 보면 넓게 트인 우포가 있는데 철새 도래지인 만큼 철새들이 놀라지 않게 가림막이 있어 거기에 뚫린 윈도우 너머 녀석들을 충분히 살필 수 있었다.

망원 렌즈가 없어 더 당겨 보지 못했지만 유유자적하는 철새들을 보는 게 도시 생활에 길들여진 내겐 꽤 신기했다.

때마침 우포 둘레길 부근에 전망대가 있어 잰걸음으로 올라가 보니 방문한 사람이 적은 지 거미줄 투성이에 비교적 오래된 구조물이라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고 창 너머 우포를 바라보자 그리 넓은 우포의 제방 방면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로써 제방 쪽으로 진행하리라 마음먹고 다시 둘레길로 내려와 시계 반대 방향인 제방으로 향했다.

나지막한 오르막길을 따라 제방에 오르면 당당한 우포 표지석이 있는데 굳이 이게 없어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는 우포의 위용이 느껴진다.

곧게 뻗은 제방 따라 걸으면 군집한 철새들이 떠다니는 섬처럼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름 인척을 느꼈는지 물에 뜬 채 두둥실 멀어져 갔다.

우포 제방을 따라 계속 진행하다 보면 사지포로 가게 되는데 제방이 거의 끝날 무렵엔 전형적인 늪의 형태로 호수와 나무숲이 뒤엉켰다.

사진 중앙에 수평으로 뻗은 제방을 지나 우포 반대편은 원주민의 경작지로 화왕산 방면까지 시야가 뚫린 너른 평원과 같았다.

하늘은 곧 빗방울을 쏟을 기세로 무겁기만 했다.

사지포와 우포의 근원인 토평천 따라 효정마을로 나뉘는 갈림길에 앙상한 나무 한 그루와 그 아래 벤치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지나는 사람들의 피로를 함께 나누자고 한다.

사지포로 방향을 잡고 제방에서 내리막길로 토평천에 닿으면 이렇게 낮은 다리를 건넌다.

계속된 비로 인해 토평천 물살은 위에서 보기와 다르게 제법 힘차게 흘렀다.

사지포로 가는 길에 가을 흔적으로 남은 버드나무가 바람살에 우수수 낙엽을 펼쳤다.

사지포 제방에 도착, 사지포와 찰떡궁합인 양 사지포라는 생명을 가둔다.

우포늪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그렇다고 가치를 견주는 건 우매하다.
4개의 호수와 4개의 강이 제 각기 우포로 모여 함께 바다로 향하지만 그렇다고 그 모습이 한결같은 건 아니다.
땅에 근원을 두고 살아가는 원주민과의 어우러짐은 우포보다 좀 더 밀착되어 앞서 방문했던 숙소, 생태촌 인근에 있다.
오고 가는 길은 텅 비어 있지만 간헐적으로 마주치는 여행자들은 우포의 진면목을 이야기하고자 먼 길 마다 않고 달려왔단다.
계절처럼 떠날 건 떠나고, 우포처럼 남아 있는 건 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기에 이 땅이 늘 공허한 건 아니다. 

간헐적으로 내리기 시작하는 보슬비가 강인한 생존력을 자랑하는 꽃잎에 작은 응원의 물방울을 선사했다.

사지포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굵어진 비가 표독스럽다.

눈으로만 담기엔 참 아까웠는데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리며 사진을 급히 찍었는데 사지포 사진은 어디론가 실종되어 버렸다.

바람도 많고, 온종일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그치길 반복하여 이참에 카메라도 잠시 쉬게 했다.

우포늪 생태관으로 돌아가는 길, 우포늪과 연결하는 이 자리에 특히나 버드나무가 많아 그 낙엽이 길에 만발하게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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