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용평 갔던 길에 잠깐의 짬을 이용해 정선 구절리로 가볼까? 싶어 다음 지도를 펼쳐 보니 리조트 뒷편으로 산길이 있더군.
구절리꺼정 갈려면 1시간 40분 소요된다길래 그건 무리다 싶고 걍 호기심에 그 길로 한 번 따라가 봤지.
첩첩산중에 도암호수라는 비교적 큰 호수가 있더라구.
난 원래 그런데 호기심이 많잖아.
물론 깜깜해지면 호기심 제곱해서 겁이 많아지는데 땅거미가 완전히 질려면 1시간 정도 여유가 있겠더라구.
그래서 앞뒤 안가리고 걍 밟아 버렸어, 산길로~
뒤에 보이는 도암호수.
첩첩산중에 비교적 큰 호수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좀 급하게 밟아 갔더랬어.
신기한게 이런 오지에 큰 경작지가 있는데 시간이 그래서인지 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나 뿐이었지.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기분을 정말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는데 내가 산중 시계를 잘못 감안한 탓에 해가 지고 나서 부턴 시간이 넘무 빨리 흘러가기 시작하더라구.
완전 어두워지기 전에 사진 몇 장이라도 건져야 겠다 싶어 몇 장 찍으면서 갔는데 순식간에 땅거미가 내려 앉는가 싶더니 금새 사라질 기미가 보여.
잠깐 깐족거렸더니 이렇게 으스스한 산중의 으스름.
일단 목표한 도암호수의 반도 즈음되는 곳으로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는데...
그 반도 즈음되는 곳이 이렇게 나뭇가지로 시야가 막혀 버렸던 거지.
엑백스를 반셔터로 눌러도 포커싱이 안되는 거야.
답답한 맘 억누르고 메뉴얼 포커싱 했는데 그 때는 땅거미도 희미해져 버렸고..
바로 그 때 였어.
길 건너편, 그러니까 산 쪽에 뭔가 거뭇한게 있길래 어두운 눈을 부라려서 자세히 살펴봤더니 괴수 모양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이는 거야.
입에서 나오려는 개거품을 꾹! 눌러 참고 빛의 속도로 차에 몸을 실은 후... 걸음아 날 살려라!
근데 지나면서 사이드 미러를 보니 자그마한 바위 뒷편에 작은 화초가 내 눈엔 늑대로 보인거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마지막 돌아 오는 길에 허탈감과 동시에 웃음도 나길래 남은 미련 모아서 이 사진을 찍었더랬지.
근데 묘하지.
그 산중에 들어 섰을 때 나조차 형용할 수 없는 포근함은 시종일관-개거품 물 상황 빼고-가시지 않더라구.
아마도 이 묘한 감정의 여운이 휘발되기 전에 또 한 번 찾아 갈 것만 같은, 아니 찾아 가지 않으면 미련을 어떤 방법으로도 떨쳐 버릴 수 없을 것만 같애.
그럼 그 때는 구절리꺼정 냅따 밟고 갈 수 있는 여유를 배낭에 잔뜩 싣고 올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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