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거칠다고 하여 주눅 들지 않았다.
바다를 막는 구조물이 있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있기 때문이었다.
파도가 거칠다고 한들 해변의 모래는 익숙한 고난이자 일상이며, 바람이 표독하다 한들 인간은 극복의 대상이자 삶의 필연이었다.
낯선 도심 산책으로 익숙한 찰나의 시간을 즐겼다.
영일대 해상누각은 1976년 개장하여 포항 시가지에서 접근성이 좋고 해안가에 형성된 식당, 카페 등 상점가가 있어 낮과 밤 모두 즐기기 좋은 포항의 대표 해수욕장 중 한 곳이다.
[출처] 영일대 해상누각_오선지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을 다녀온 뒤 숙소에 들어와 바람이 가득한 세상을 창 너머에서 무심히 바라봤다.
세찬 바람에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다.
그래서 용기 내어 외출 준비를 했다.
파도가 부서진다는 게 저런 걸까?
부서지는 파도가 마치 맺힌 봉오리가 터져 활짝 피는 것만 같았다.
파도가 도레미파솔라시도~ 절도 있게 연주했다.
좌측에서부터 순차적으로 파도가 허공으로 튀어올라 하얀 물거품을 내며 다시 바다로 돌아갔다.
영일대 해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전망대와 그 전망대를 이어주는 영일교.
전망대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뭐든 집어삼킬 것처럼 검푸르다.
줌으로 담은 사진을 보면 아주 멀리 어렴풋한 육지 모습이 보였다.
원래 여정을 계획했던 호미반도로 거대한 섬이 바다에 떠있는 착각이 들었다.
영일대 2층에 서자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엄청나게 거세어 우산을 제대로 쓸 수 없었고, 쓰더라도 비를 온전히 피할 수도 없었다.
문득 언덕을 바라보자 티비에 종종 노출되었던 환호공원의 스페이스워크가 보였다.
머릿속에 온통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에 사로잡혀 있어서 그런지 별 관심이 없어서 저긴 패쑤!
요즘 해변 마을을 보면 두 가지 특징으로 구분되었다.
하나는 정갈하고 현대적인 이미지로 부산 해운대나 여수 웅천이 그랬고, 다음은 옛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미로 같은 골목의 재래식 마을로 인천 제물포나 동해 논골, 삼척 나릿골, 여수 고소동이 그랬다.
이런 날씨에도 영일대를 찾는 발걸음은 끊이질 않았는데 금세 넘어왔다 이내 총총걸음으로 사라지는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막연한 공허가 느껴졌다.
다음 목적지는 영일교를 건너 보이는 큰 장미 정원, 영일대 장미원이었다.
영일대를 빠져나와 영일교를 건너면 바로 정면에 영일대 장미원이 있어서 거기로 향하는데 파도는 여전히 거칠어 톱니 같은 방파제 틈틈이 파도가 리듬에 맞추듯 파도 놀이를 했다.
영일대 해변을 보면 연거푸 내륙으로 밀려드는 사나운 기세의 파도가 연신 다가왔다 멀어져 갔다.
특히나 멀리 여객선 터미널이 보이는데 가까운 쪽 파도는 유별났다.
영일대 해변을 따라 산책로를 걷다 문득 뒤돌아 영일대와 그 위에 불쑥 고개를 들이민 스페이스워크가 보였다.
영일대와 영일만이 훤히 보이는 숙소를 예약했는데 물론 회사 복지 프로그램의 혜택으로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었고, 전망을 포함하여 내부 시설 또한 깔끔한 비즈니스호텔답게 만족스러웠다.
비가 내려 좋은 점은 이렇게 장미 꽃잎에 앉아 더욱 싱그러운 빛깔로 더해졌다.
영일대 장미원은 여러 빛깔 장미로 가득했고, 규모도 도심 정원치곤 제법 넓었는데 장미 밀도도 꽤 높아 빼곡하게 심어져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겹겹이 밀려드는 파도를 무심히 바라봤다.
여객선 터미널 일대가 확실히 파도가 거칠었다.
창 너머 보이는 바다는 두꺼운 유리창이 음소거를 시켜주는 덕에 하얀 물살 일으키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하루 해가 진 뒤 하나둘 도시 불빛이 켜지고, 파도는 여전히 부서짐과 동시에 아름다운 독창을 했다.
온전한 밤이 깃들자 영일대 전망대를 비롯하여 해변 인가와 구조물들은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문득 밖에서 폭죽 소리가 연이어 들려 그 진원지를 찾자 연신 불꽃이 피어올랐다 바람에 휩쓸렸다.
밤에 불장난하면 자다가 실례한다는 건 옛말이었다.
영일대 일대는 비교적 번화한 거리였고 골목마저 네온사인이 번쩍였는데 세찬 바람 때문이었는지 해변엔 사람들이 거의 없었지만 불빛은 환했다.
밤늦은 시간이 되자 갑자기 창을 후두둑 두드리는 빗소리에 얼굴을 내밀자 세찬 바람이 싣고 온 굵은 비가 창을 요란하게 두드렸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을 찾아 먼 포항을 찾은 나로선 세찬 비바람이 복병처럼 발목을 잡는 바람에 하루 고스란히 날렸고, 이런 기세라면 이튿날도 별반 차이 없을 거란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하지만 기우였을 뿐 비가 내린 이튿날은 하루를 인내해 준 보답으로 그 어느 때보다 화창하고 청명한 날씨로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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