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한 컨디션으로 하루를 보내고, 누나네와 함께 동탄CGV에서 영화를 보며 저물어 가는 한 해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마땅히 보고 싶은 영화가 없어 이병헌, 하정우를 믿기로 해서 백두산을 선택, 커피와 팝콘을 한아름 안고 상영관으로 들어서자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울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나타낼 소재인 백두산이 폭발하여 남북 합작으로 폭발을 막아 보겠다는 설정이라 꽤나 관심이 갔고, 거기에 더해 이병헌, 하정우 투톱에 전도연과 근래 핫한 배우 마동석이 출연한다.
이병헌과 하정우 특유의 섬세한 연기는 진지함과 개그가 함께 섞여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저런 개그가 과연 나올까 하는 의구심과 더불어 영화를 보는 내내 여러 영화에서 차용한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을 나서는 순간부터 영화의 내용은 지워질 만큼 특색도 없었고, 영화적인 흥미도 거의 없어 남는 거라곤 절제된 감정의 장인 이병헌의 명연기와 함께 아주 짧게 얼굴을 내밀었지만 임팩트 강한 전도연 뿐.
하정우는 그저 무난한 수준이며 나머지 배우들은 과잉 표출로 백두산 폭발의 급박함과 따로 놀았다.
한 마디로 영화 백두산은 천만 관객을 채우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온갖 잡다디한 방법을 구사한 나머지, 영화의 자존심을 완전히 포기한 영화였다.
영화가 끝난 뒤 새해가 시작되어 헤어질 아쉬움에 출출한 속을 달래고자 신갈에 위치한 돼지국밥 집으로 향했지만, 24시간 불을 밝히던 곳이 이날 만큼은 일찍 영업을 종료하는 바람에 동탄 서울해장국으로 향했다.
동탄 초기부터 꾸준히 장사하는 곳이라 마땅한 집이 없어 여기로 갔지만 옛 맛은 없어지고, 불퉁한 서비스는 고스란히 남아 씁쓸한 마음만 챙겨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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