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새벽 물안개 세상_20171107

사려울 2019. 2. 2. 20:50

그리 이른 아침이 아님에도 안개들은 달아날 기미가 없다.

가족들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가을 아침의 추위만 피할 요량에 간단한 차림으로 호수를 바라고 나섰다.

깊은 숲인 양 인적이 전혀 없는 공간을 채우는 건 아침을 깨치는 경쾌한 새들의 지저귐 뿐.




깊은 가을이라 늑장을 부리는 햇살을 눈치챈 안개가 자욱하고, 전날 가족들만 공간을 채운 휴양관 일대는 적막이 그칠 줄 몰랐다.

호수로 가는 길에 뒤를 돌아보자 휴양관의 추위를 막아 주는 형상의 안개가 이불처럼 무겁게 깔려 있다.



휴양관에서 부터 관찰할 수 있는 호수가 짙은 안개로 뒤덮혀 야자매트가 깔린 길을 한참 걸어야 볼 수 있다.

가는 길엔 심심하지 않게 작은 연못과 주위를 휘감은 산책로가 있다.



호수 위로 떠 있는 산책로에 들어서면 바로 발치에서 부터 끝 간데 없이 펼쳐진 거울 같은 수면을 나지막히 볼 수 있어 검푸른 물에 경미한 공포도 아려온다.

바람이 거의 없는 날이라 파문이 거의 일지 않는 호수면이 거울 같다.



1시간이 조금 넘는 산책을 뒤로 하고 숙소로 가던 중 뒤를 돌아보자 처음보다 더욱 짙은 안개가 한가득 밀려 온다.

이미 해가 떠서 햇살이 뿌려지는 아침임에도 안개가 걷히긴 커녕 더욱 짙어지고, 두터워져 가시거리가 더욱 짧아졌다.

사람이 거의 드나들지 않는 이 공간에 인기척을 발견하곤 마치 신기한 듯 구경을 나온 안개 같다.



숙소로 돌아와 산림교육관의 데크에 걸터 앉아 호수를 향해 바라보면 호수의 흔적을 완전히 삼킨 안개로 인해 형체를 알아 볼 수 없고, 가끔 출근 시간대 이른 아침의 짙은 안개와 달리 어디선가 싣고 온 향기가 가득하다.

호수가라 물 비린내 같은 내음이 가득할 거 같지만 호수가 없을 거란 착각이 들 만큼 숲의 향그로움 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개가 걷히며 가족들의 여독을 지고 간 덕분에 인척으로 여행 온 착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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