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비 내리던 금요일

사려울 2014. 6. 23. 00:17

서울에서 내리던 비는 동탄에선 다다르지 못했다.

하야 저녁을 후딱 드시곤 갑자기 생각 난 커피 한 잔의 유혹을 참지 못해 라마다호텔 커피빈으로 금요일 퇴근 후의 여유를 누리고자 느긋하게 걸어갔지만 도중에 그짓말처럼 소낙비가 퍼붓는다.



그나마 동양파라곤을 지날 무렵까진 기미만 보일 뿐 비는 내리지 않았었는데 이 수직으로 치솟는 빌딩을 찍고 나선 기다렸다는 듯이 내리 퍼붓기 시작한다.



하는 수 없이? 뭐, 미리 갈 계획에 있던 커피빈에 후딱 들어가서 흘린 땀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스원야릇한 아이스 아메리까노 한 사발 시켜 홀짝이며 한 없이 퍼부을 것만 같은 소나기 소리를 통유리 너머에서 감상하는 여유를 부려봤다.

테라스에 떨어지는 비소리+황급히 달려가는 차량의 바람 가르는 소리+당장이라도 허공을 쪼갤 듯한 번개 소리가 어우러져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두고 감상하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근데 유리에 비친 커피빈 내부가 공명이 되어 약간은 우울한 사진이 나와 버렸다.

당시 기분은 사진과 반대로 촐싹거리고 싶은, 미묘하게 마음이 들떠 있었걸랑.

왜냐?

걍 금요일이니까~



길 건너 가로등 불빛을 조각내는 빗방울이 한 동안 고온건조한 대기를 촉촉하게 적시며 덩달아 이 내 마음도 촉촉해진다.

유리에 적당히 투영되는 실내 조명은 한 없이 고요하고 갑갑하기만 한데 유리 너머 세상은 끊임 없이 변하는 생기가 꿈틀 댄다.



테라스 난간에도 비가 적신다.



내가 좋아하는 광경 중 하나가 바로 비 내린 직후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울이 빛에 굴절되는 장면인데 이거 실제 보고 있으면 가지와 잎사귀마다 영롱한 보석이 박힌 것 같다.

그렇게 본다면 이 장면들은 월매나 비싼겨!



솔잎에 맺힌 물방울은 마치 연말을 요란하게 장식하는 크리스마스 트리 같다.

짧은 금요일 밤은 누구에게나 축복 받은 선물이고 아름다운 기회인 만큼 그걸 담는 시간은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는 듯한 짜릿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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