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따스하면서 환희 넘치던 한글날, 그 햇살을 찾아 녀석이 베란다에 잠들었다.
좀전까지 바깥 세상을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즐기던 녀석이었는데 언제 잠들었는지, 정말 냥이들 발자국 소리만큼 소리소문 없이 잠들었다 이내 다가와 발끝에 붙어 있기 일쑤.
그렇게 곤히 잠을 자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집사 발끝에 따라붙다 장실 앞에 식빵을 굽고 있었다.
난 이럴 때 항상 손으로 식빵 자르는 시늉을 했고, 그럴 때마다 녀석은 덤덤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쇼파에 집사들 옆에 자리를 잡고 거만하게 앉아 있는 녀석이 신기해 "왜 주뎅이가 고따구로 생겼냐?" 그랬더니 녀석은 말 뜻은 모르고 그저 눈인사를 연신 날렸다.
오후가 되어서도 역시 바깥 세상 구경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몰래 다가가 녀석 뒤에 서서 나 또한 삼매경에 빠졌다.
녀석은 바깥 구경 삼매경, 난 녀석 뒤통수 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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