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20141025_갈대 나부끼는 ...

사려울 2015. 8. 9. 21:09

내가 사는 곳에서의 가을은 비슷한 장소를 담게 된다, 약속처럼.

매년마다 기대를 하면서 맞이할때마다 만족하는 내가 사는 곳의 가을.

작년과 비슷할까? (참조-갈대와 어울리는 가을_20141018)



남단 인공하천.

갈대가 많은 곳으로 그 사이 뻗은 자그마한 길에 가을 정취를 느끼려는 사람들이 종종 목격된다.

부는 바람이 갈대를 흔들어 대면 그 정취는 배가 되어 갈대가 간지럽히듯 사람들의 미소는 더 환해지는 건 어디를 가더라도 보기 어려운 광경은 아니다.



흔들리는 갈대에 부서지는 햇살이 잘게 쪼개어져 대기에 매캐하게 흩날린다.



공원 한 켠에 지나는 이들의 그루터기 같은 쉼터가 갈대와 녹색과 다른 옷을 갈아 입는 나무가지로 인해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녹색 푸르렀던 갈대 줄기조차도 잠시 잊었던 사이 가을 옷으로 갈아 입었는데 그 정취는 어렴풋한 겨울의 암시이기도 하다.





잠시 쉬는 동안 시선은 참으로 바쁘다.

연신 불어대는 바람의 행로를 읽으려 하는지 흔들리는 갈대와 가지에 여러 색색 수놓은 색상의 분주한 떨림에 더해 이따금 그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바람을 따라 나서려는 낙엽의 이탈까지 잠시도 넋을 놓게 하지 않는 가을은 무심한 것 같으면서도 기실 세월의 흐름을 잊게 해주는 고차원의 배려다.



자욱한 낙엽이 깔린 이 자리는 겨울이 오기 전, 신선한 흙내음을 지키고 그 내음을 섭취하는 작은 자연의 동면을 도와 준다.





그 낙엽이 땅에 떨어져 나뒹구는건 원래 땅의 가르침을 다시 배우고자하는 것일까?

이 계절에 약속이나 한 것처럼 땅으로 떨어져 흙으로 동화되고 다시 새로운 자연의 도약을 통해 한층 완숙해진 나무의 나이테를 만들어 더 굳건한 삶을 거듭나려는 것일 뿐인데 그 숭고함에 언제 부턴가 난 조급해져 있다.

늘 좋은 것들만 받아 들이고 그렇지 아니한 것들에 대해 부정하고 도피하려는 내 모습이 이들의 작은 가르침에 부끄러워진다.




한 떨기 작은 꽃이 가장 아름다운건 내 섣부른 판단임을 한 그루가 몸소 보여준다.

작은 아름다움도, 여러 가지 볼품 없어 보이는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아름다움도 결국 경탄할만한 아름다움인데 난 가을이 되어야만 전체가 이룬 하나의 아름다움을 늘상 가을이 지나면 약속처럼 망각해 버린다.

내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질 새라 이 계절, 가을은 나에게 꾸짖음 없이 온화한 가르침을 전해 주는데 그 사실을 난 감사해 하면서도 종말처럼 멀어져 가는 가을을 아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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