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 67

냥이_20200406

캣타워에서의 망중한 요즘은 가녀린 소리를 내며 재롱 부릴 때가 있다. 퇴근해서 들어오면 누운 채로 몸을 뒤집으며 귀여운 소리를 내는데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느낌으로 반가움은 실려 있고, 스담 했을 때 골골송으로 화답하는 것 보면 기분 좋다는 뜻이겠지? 캣타워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한 번 망중한에 빠지면 망부석 같다. 단, 가족 중 한 명이 베란다에 있을 때만 캣타워에 오른다. 회사 사우가 선물해준 캣타워가 빛을 발하는 때이기도 하다. 늦은 밤, 가로등에 나풀거리는 벚꽃은 밤낮 가리지 않고 늘 화사하다. 귀가해서 간식을 꼭 주게 되는데 그걸 먹고 나면 이렇게 평온한 표정으로 빤히 쳐다본다.

반석산에서 기분 좋은 야경 산책_20200404

정적이 무겁던 이 도시가 해가 지날수록 야간 산책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초저녁에 집을 나서 습관적으로 불빛을 따라 걷던 중 간헐적으로 마주치는 사람들이 도리어 반갑다. 가장 만만한 반석산 둘레길을 선택, 익숙한 길을 따라 등불도, 봄소식도 피어나 방긋 웃어줘 피로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둘레길을 걷다 처음 한숨 돌리는 곳은 오산천 방향 전망데크로 오산천 너머 여울공원은 환한 가로등 불빛이 무한할 만큼 적막하다. 이따금 지나는 사람들의 소리가 반가울 때, 바로 이 순간이다. 벚꽃이 한창인 산책로엔 밤에도 드물긴 하지만 인적은 쉽게 눈에 뜨인다. 둘레길을 걷다 가장 지속적인 오르막길을 지나면 두 번째 나뭇잎 전망데크에서 도착하여 습관처럼 한숨 돌린다. 해가 거듭될수록 동탄 일대는 꺼지지 않는..

일상_20200404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카메라 잡은 김에 베란다에 봄소식도 짧게 찍어봤다. 종류가 꽤 많은데 다른 꽃들은 아직 깊은 잠을 떨칠 기미만 보여 보란 듯이 화사하게 만개한 가장 부지런한 녀석의 소식만 담는다. 특정 컬러만 포착했는데 나쁘지 않다. 아니, 도리어 더 감각적으로 표현될 때가 더 많다. 단풍 싹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 건 냥이가 이빨로 검수했기 때문. 새 이파리를 얼마 전 틔웠지만 녀석이 하나를 뚝딱 따서 몸보신 한 덕에 조금 부자연스럽다. 그래도 계절의 소식은 반가울 뿐이다. 낮 산책 때 버스정류장 부근을 지나면서 유독 벚나무 하나에 참새들이 모여 조잘거리며 한데 어울린다. 하늘하늘 떨어지는 꽃잎과 미약한 바람에 나풀거리는 꽃, 거기에 참새들이 어울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

냥이_20200404

카메라가 있어도 제대로 된 사진을 찍어주지 못해 얌전한 틈을 노리고 셔터를 연신 눌러 댔다. 생각보다 예민한 성격은 아니라 여간해서는 놀라지 않기 때문에 사진 찍기 수월한데 왜 소홀했을까? 근래 들어 워낙 활동적이고 오지랖 떤다고 집안 구석구석 간섭이 끊이질 않아 얌전한 찰나를 포착했다. 두 손을 얌전히 모으고 턱을 괸 채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지 살짝 미소 터지는 표정 같다. 벌떡 일어난 건 방울 소리를 듣고 한바탕 허벌나게 놀 목적이다. 그렇지 않고선 앵간하면 깨지 않을 만큼 잠귀가 어두운 녀석이다. '아직 피로가 완전 풀리지 않았지만 집사를 위해서라면 내가 놀아 줄 수 있다옹~' 엥!? 그러다 딸랑이를 다시 내려놓자 뻐끔뻐끔 쳐다보더니 다시 잠을 청한다. 다시 딸랑이를 들자 벌떡! 일어나 뚫어지게 ..

냥이_20200402

식사를 하는 자리에 다른 의자와 모양과 높이가 다른 오래된 의자가 있다. 바로 냥이가 강제로 점거(?)한 자기 자리란다. 누구도 허락하지 않았지만, 누구도 반문하지 않고 그러려니 한 사이 고정석이 되어 자주 이 자리에 퍼질러 자거나 쉰다. 그러다 신기한 물건을 만나면 호기심에 가득 찬 관심과 눈빛을 던진다. 음식을 탐하거나 욕심을 내는 건 전혀 아니다. 다만 신기한 물건이나 만만한 싹(?)을 보면 여지없이 냥빤치가 슝슝 날아간다.

봄꽃 가득한 길을 거닐며_20200402

봄이 되어서야 보이는 것들, 꽃과 새로 피어나는 녹색과 더불어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흔하게 부는 바람과 쏟아지는 햇살에서 조차 실려 오는 싱그러움이다. 퇴근길에 미리 챙겨둔 카메라로 사람들이 흔히 외면하는 가로수를 한 올 한 올 시선으로 챙기던 사이 부쩍 길어진 낮을 무색하게 만드는 아쉬운 밤이 젖어들었다. 지금까지 감동에 너무 무심했던지 길가에 늘 오고 가는 계절에도 홀로 감동을 오롯이 챙기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시간이란 녀석이 늘 무심하다 지만 만약 시간이 옭아매는 조바심이 없었다면 감동의 역치도 없었을 것을. 평소 발길이 뜸한 국제고등학교 인근 거리에 어느새 벚꽃이 만개하여 화사해졌다. 국제고등학교를 지나 사랑의 교회 옆 인도로 걷던 중 만난 들꽃의 빛결. 사랑의 교회 앞 정원에도 봄이 완연하..

냥이_20200331

처음에 좋은 둥지를 하나 마련해 줬는데 구석지고 꽉 막힌 협소한 공간을 싫어해 다시 재건축을 통해 새집을 마련해 줬다. 다행히 이번 새집은 엄격한(?) 기준을 통과했고, 수시로 들어가 멍 때리기도 한다. 코로나 사태로 애묘샵을 직접 가지 못해 인터넷으로 고르다 보니 제한적이고 사진으로 보는 것과 다른 느낌의 아이템이 많아 이제는 신중해져야 되겠다. 고등어 장난감은 오늘도 혼자서 파닥이는데 여전히 대보름에 들인 호두와 콩국수용 백태는 최애 장난감으로 열기가 식지 않는다. 주머닛돈 투자한 것들은 외면하고, 일상에 널린 무료 아이템을 선호하는 것 보면 내가 부담 갖는 걸 싫어하는 보다. 냥이든 댕이든 뒤통수는 왜캐 귀여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