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 38

충무공의 영혼, 현충사_20200211

곡교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아 금세 도착한 현충사는 따가운 햇살 충만한 풍경에 마치 활기찬 봄의 축제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들었다. 어릴 적에 다녀왔던 기억은 이미 퇴색되어 버렸지만 그 위대한 업적은 어찌 잊을까. 무게감보다 진중함에 압도당하는 현충사. 이 자리에 서자 나도 모르게 향에 불을 붙이고 고개를 숙이며 뒷걸음으로 조심스레 자리를 벗어났다. 현충사가 아우르는 곳에 아산이 있고, 아산은 현충사를 품고 있다. 현충사를 수놓는 나무는 감탄사를 늘어 놓아도 모자람 없는, 하나같이 범상한 굴곡이 있다. 현충사를 빠져 나올 무렵 눈에 선명히 들어오는 장면이 아름다운 동행의 상형문자 같다. 잊을 수도, 잊혀지지도 않는 역사의 큰 획과 같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자취가 깊게 새겨진 곳, ..

멋진 겨울 작품, 곡교천 은행나무길_20200211

사실 아산은 현충사와 온양온천 외엔 남아 있는 지식이 없었다. 코로나19로 한국 교민들에 대해 관용을 베푼 아산과 진천으로 무작정 떠난 여행이니 만큼 이제부터 알아가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다 불현 듯 스친 영상 하나. 인공으로 조성된 가장 긴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아산에 있었다는 사실은 여행 전문 유튜버 킴스트레블님을 통해 알게 되었고, 망설임 없이 아산 도심과 인접한 곡교천으로 향했다.(킴스트레블 - https://youtu.be/h6X4NuenhIY) 다음으로 현충사도 반드시 들러야 했는데 때마침 엎어지면 코? 이마! 닿을만큼 지척이라 이동으로 소소하게 소비되는 시간은 아낄 수 있었고, 겨울이라 어느 정도 접근할 무렵부터 '옮다구나!' 한눈에 띄었다. 왠만한 은행나무 가로수길은 여기에 명함을 내밀기 ..

아산과 진천으로_20200210

언론의 속성은 진실의 열정만 있는 게 아니라 추악한 관심끌기도 있다. 코로나19의 광풍을 피해 우한에서 우리나라로 온 교민들이 현재 아산과 진천에 격리 조치 중인데 어떤 언론에선 마치 모든 주민들이 들고일어나 반대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실제 보듬어 안아 주는 주민들도 상당히 많고, 이런 오해의 소지는 자칫 분열의 도화선이 될 수 있어 상당히 신중한 표현이 필요하다. 하긴 사명감이란 게 모든 이가 동등하게 가질 수 없는 거라 뭘 바라겠나 마는 대중 앞에서 선동에 대한 책임감 정도는 가져야 되겠다. 자극적인 것만이 단기간에 관심을 끌 수 있고, 선동은 균열의 파도에 실리면 화력이 배가 되니까. 언론에 의한 고아, 공공의 적이 될 뻔했던 한국 교민들을 받아 준 아산과 ..

냥이_20200210

아직은 미칠 듯한 불편을 감수하고 익숙하지 않은 칼라를 착용하고 있어야만 한다. 칼라를 벗겨 내려고 안간힘을 쓰거나 제 집에 들어가지 못해 바둥거리거나 또는 폭이 좁은 곳으로 들어가다 칼라가 부딪혀 좌절될 때 안스럽지만 상처와 건강을 위해 냥이가 원하는 걸 속시원히 긁어 주지는 못한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한 마디. "조금만 더 참자~" 여전히 일상 중 낙은 잠이다. 늘 아이폰으로 찍다 몇 컷 카메라를 들이밀고 매크로 촬영을 해봤다. 동영상을 찍으려니 뭘 아는지 무척 뒤척인다. 가끔 잠꼬대로 송곳니가 살며시 입술을 비집고 세상으로 탈출하려 한다. 대부분 얼마나 잠에 취했길래 흰 양말을 벗지 않고 단잠을 주무실까? 그러다 몸을 뒤척이곤 엎드려 누워 언제나 처럼 얌전히 잔다. 잠에서 깨면 배가 고프다고,..

장례식장 다녀 오던 길_20200210

코로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람들 사이에 공포는 꽤 컸다. 명동 시내가 언제 이런 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텅 비어 심지어 이른 아침 시간에 명동을 지날 때면 마치 다른 세상으로 넘어온 착각도 들었다. 하지만 서울과 달리 수도권을 조금만 벗어나면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은 거의 없다시피 해서 늘 듣는 말이 "여기는 청정지역이라 코로나가 올 수 없어요.",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이곳은 아직 안전해요."라는 무심한 말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난 사람들이 밀집한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을 오가는 입장이라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긴장을 했고, 결혼식을 비롯하여 장례식처럼 사람들이 웃거나 울거나 떠들어야 되는 폐쇄된 공간은 더더욱 피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와 경종 속에서 엄친의 갑작스런..

냥이_20200207

땅콩을 뗀 날. 냥이에게서 확연히 달라진 건 그루밍을 절대 용납치 않는 칼라가 채워진 것. 아주 미칠려고 그런다.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데 이 녀석은 얼마나 미치게 핥고 싶을까? 밥도,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해 집사 고생길 안봐도 훤하다. 그로 인해 늘어난 건 이 녀석이 정리하지 못한 털인데 이거 완전 장난 아니다. 사람한테 달라 붙는 천성이 있어 주위 사람들 옷은 어김 없이 털이 빼곡하야 조만간 냥이로 돌연변이 될 기세, 이왕이면 이쁜 냥이 옷으로 변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 절 드려야 하나? 그래도 쳐다 보고 있으면 러블리하다. 약을 먹고 나면 잠에 취해서 잠만보 저리가라다. 칼라가 어색하고 불편하다지만 여전히 퍼질러 자는 녀석의 자세는 그냥 봐도 편안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입양 왔던 날과 비교해 가..

동탄 노작홍사용문학관_20200207

동탄에 있는 노작 홍사용 문학관은 아름다운 시가 때론 추위나 표독한 칼끝보다 날카로운 무기와 같음을 전시해 놓았다. 허나 칼날이 한결 같이 서슬퍼렇고 위협적이라면 시구는 더욱 예리하면서도 거부감이 전혀 없고, 밤하늘에 약속된 별처럼 묵직하고 개운한 여운을 약속한다. 동탄에 들어선지 꽤나 오래된, 아담한 박물관에 수놓은 시는 아름다운 물결과도 같고, 강인한 파도처럼 글은 언제나 꿈틀댄다. 일제침략기에 우회적으로 독립운동을 했던 시인들의 넋은 영원한 유물인 시로 남아 숭고한 정신-일본을 저주하거나 비꼬는 게 아니라 오로지 독립의 신념-을 표현함으로써 어쩌면 역사적인 앙금 없이 민족의 우직함을 각인 시켜준다. 문학관을 방문하기 전, 반석산 정상과 둘레길을 먼저 거닌다. 둘레길 대부분에 눈은 녹아 흔적이 없지만..

냥이_20200206

중성화 수술 하기 전, 조만간 닥쳐 올 운명을 모르는 듯 평화로운 꿈나라에서 잠 먹방에 취해 아무리 떠들어도 정신 없이 자고 있는 냥이. 근데 왜! 대부분 잠에 취한 사진을 찍었을까? 깨어 있을 땐 사람한테 엉겨 붙느라 사진 찍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잔병은 완쾌했고, 이제 평화가 찾아 오는가 싶었는데 중성화 수술을 남겨 뒀다. 오늘은 푹 자렴~ 원래 있던 양탄자를 치우고 면재질 카펫을 마련해서 깔았더니 녀석이 무척 좋아한다. 희안하게 극세사나 부드러운 털 재질을 싫어하고 이렇게 재질적 특징이 없는 면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