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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동경을 찾아서, 정선 증산역_20050329

평생 동안 여행을 거의 다니지 않으신 행님을 모시고 처음으로 정선 가던 날, 제천에 주차한 뒤 제천역에서 달려와 증산역에 내려 역사 밖으로 나와 때마침 선 장터 구경에 나섰다. 제천역에서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열차가 고속으로 운행할 수 없어 한참을 걸렸는데 대략적인 기억에 3시간이 더 걸렸었다.장터 구경을 하고 옆에 커피샵이란 간판이 보여 들어갔더니 다방이었는데 차를 주문하자 이쁜 아줌씨께서 옆에 앉으셨고 마실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새삼스럽게 괜한 부담은 무엇? 정선을 갈려면 증산역에서 내려 유일한 정선행 열차인 정선꼬마열차를 타야했는데 그 기다림 동안 주변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더군다나 정선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동경이 뒤섞여 기다리는 마음은 마치 허공을 질주하는 갈매기 같았다.

추억의 사색 2024.05.22

혹한 속 뜨거운 새해 일출, 영양 일월산_20050101

지인의 본가가 있는 의성에서 밤눈을 붙인 뒤 이튿날 칠흑 같던 이른 새벽에 일어나 예상보다 꽤 먼 일월산 정상으로 향했다. 원래 군사 시설이 있어 민간인 출입 불가 지역인데 특별히 1월 1일 새벽 해돋이 시간대만 민간에 개방해 놓는단다. 어떻게 알고 사람들이 어찌나 많이 찾았는지 행사 주최측의 통제에 따라 주차를 하고 얼마 가지 않아 동녘에 야외 무대 같은 조악한 시설로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해가 뜨는 방향으로 하염없이 기다렸다. 좀 일찍 와서 좋은 자리를 잡긴 했는데 한겨울 1200m 고지의 추위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어찌나 추웠던데다 산정상의 바람 또한 상상을 초월하여 노출된 부위들에서 통증이 몰려왔다. 그래도 미리 손난로 챙기길 잘했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또한 그 추위에 감각이 마비 되었는지 ..

추억의 사색 2024.05.22

언제나 아련한 통일전망대_20041121

맨날 붙어다니던 고향 지인이 올라와 가족들과 함께 통일전망대로 가서 윗동네를 훔쳐보던 날.실제 휴전선 부근의 그럴 듯한 집들은 모형이라고, 그래서 눈에 눈물이 나도록 한참을 째려봤는데 역시나 사람 사는 느낌적인 느낌이 없었다. 현재 적으로 분류되어 있긴 하나 때놈이나 쪽빠리에 비하면 잠깐 동안 총칼을 겨누고 있거니와 같은 언어, 민족 아닌가. 저 사람들이 무슨 죄야 서로 총칼을 겨누도록 조장하거나 방치한, 지지리도 못난 지도자들이 죄인들이지.고향 지인도 신기한 듯 한참을 쳐다보며 말 없이 묵묵히 서 있었다. 통일전망대에 왔으면 공식처럼 정해진 다음 목적지는 장단콩요리~

추억의 사색 2024.05.22

전원주택단지의 광풍, 평창 봉평_20041110

해발 고도 700m가 인간의 주거 환경으로 최적이란 상식이 통하던 시기, 재벌가 별장도 강원도 700m 산속에 하나씩 갖고 있어 누구나 방귀 좀 뀐다는 사람들은 너나할 거 없이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원도로 몰리던 시절이 있었다. 강원도 중에서도 영동고속도로가 관통하여 적당히 접근성이 좋고, 그렇다고 서울과 가까이 달라 붙어 있으면 수도권의 공해가 적나라게 넘나들어 적당한 거리도 필요한 그런 곳, 바로 평창이 뜨거운 감자였던 시절에 분양사무소의 전세버스를 타고 평창으로 갔었다. 평창이 워낙 넓어 특히나 사람들이 많이 찾아 실제로 개발 열풍과 더불어 기대감까지 고조되었던 곳, 봉평으로 출발할 때부터 추적추적 만추의 비가 내렸었는데 영동고속도로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비포장길과 포장길을 번갈아 산 아래까지 가다보..

추억의 사색 2024.05.22

가족들 성묘 가던 날_20041031

자식된 도리는 이유가 될 수 없는 필연이라 어느 누구도 빠짐없이 매년 2번은 꼭 성묘를 했었는데 당시엔 공원 묘지에 빈 터가 많아 이렇게 주변도 수풀이 우거져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급격히 개발되면서 묘가 바둑판처럼 빼곡히 들어찼었다.관리사무소와 연결된 직선의 비탈길에서 작은 고랑을 넘어야 묘가 있는데 아이가 건너기엔 조금 후덜덜 했었나보다.관리사무소 앞 정원에 단풍나무가 한 그루 있어 대비 효과로 유독 눈에 띄이고, 이쁘게 보였다.

추억의 사색 2024.05.22

가을 여밈, 인천대공원_20041026

오래된 공원이라고 낡고 낙후된 건 아니었다. 인천대공원은 오래된 공원의 탄탄한 근본 위에 이야기를 입혀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던 곳으로 가을이 물들어 공원의 주인공이신 나무 행님들이 감탄할만한 옷을 갈아입은 상태였고, 자그마한 산을 끼고 있는 만큼 일대 전경을 훤히 볼 수 있던 곳이기도 했다.어린이 집이었는지 유치원이었는지 단체 어린이 관람객들은 퇴색된 잔디 위를 뒹굴며 가을 정취에 윤기를 입혔다.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자 가을 정취는 더욱 강하게 베어났다. 시흥 방면인가?서쪽 문학경기장도 보였고,북쪽 외곽순환도로도 지나고,가을 하늘은 가슴에 박힐 정도로 아름답게 파랬다.

추억의 사색 2024.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