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계 3

월정사 전나무숲길 가을 사이로_20191102

무척 깊고 포근한 잠을 청하고 일어나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한 뒤 커피 한 잔을 내려 손에 들고 창을 열어 젖혔다.만추의 서늘하고 세찬 바람이 요란하게 방충망을 흔드는 소리와 투숙객들이 분주히 차를 몰고 어디론가 바삐 향하는 소리가 뒤섞여 집을 떠나 여행지에 온 기분이 새삼 들었다. 한차례 세찬 바람이 불면서 바람에 실린 낙엽들이 날려가다 하나가 방충망에 걸려 떨어지지 않고 지나는 바람에 파르르 떨었다.비교적 낙엽이 방충망에 단단히 걸려 버렸는지 이후에도 바람에 흔들릴 뿐 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매달려 바람 소리에 반응했다.바람을 타고 날아가던 낙엽이 자연스레 걸린 거라 이 장면을 두고 머그잔에 커피가 비워지길 기다렸다 바로 숙소를 나서 영동고속도로와 나란히 뻗어 있는 지방도로를 타고 월정사로 향했다.횡계..

횡계, 아니 대관령면 알펜시아_20191101

주말을 이용해서 올해 마지막으로 남은 가을을 찾아 월정사 전나무숲길로 여정을 잡고 하루 전 먼저 진부를 들렀다.가을 추위에 대한 예고가 있어서 인지 초저녁에 도착한 진부는 이미 해가 기울 무렵부터 금요일 답지 않게 조용했고, 간단하게 요기를 끝낸 뒤 비상 식량을 구입하여 주차한 터미널 부근으로 도착했을 즈음 거리는 유별나게 한적했다.담벼락 너머 지켜본 터미널은 종종 버스가 들어오자 여러 승객들이 내렸지만 어디론가 총총한 걸음으로 흩어져 버렸고, 이내 원래 정적 그대로 썰렁한 분위기다.19시 갓 넘긴 시각인데. 무척이나 설렘을 안고 버스에 몸을 싣고 도착한 승객들은 금새 사라지고, 그에 맞춰 불을 밝히고 있던 차량들도 그들을 싣고 이내 사라졌다.잠깐 지켜본 사이 여느 시골 터미널처럼 사람들은 거의 보이질 ..

사진과 함께 하는 일상들

시간이 조금이라도 주어지는 날이면 틈틈히 카메라를 메고 산책을 한다. 근래 들어 나처럼 중급기 이상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이들도 부쩍 늘었고 예전에 비아냥대던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사서 자동 모드로 사용한다는 말들도 많이 해소된 느낌이며-사실 내가 이랬으니- 막연하게 찍는 모습보단 신중한 표정으로 셔터를 누르는 광경도 종종 접하게 된다.나 또한 여행의 기록이 중요했을 뿐 사진에 대한 신중함은 없었는데 작년 지인 중에서 전공했던 분의 지대한 영향을 받아, 그리고 그 지인의 지인으로 인해 사진은 한 장면일 뿐이지만 그 장면에 들어간 넓은 세계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고 단정 짓기 힘들며 그 끝도 정의 내릴 수 없는 매력이 있단 걸 안 이후 사진은 내 단조로운 일상의 파문과도 같았다.때론 한 장면에 매료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