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4

유희의 찬가, 치악산 종주능선과 남대봉_20220504

칼날 같은 능선은 아니지만 치악산의 종주능선길을 걷는 건 무어라 단정 지을 수 없는 유희로 가슴 벅차다. 전형적인 오솔길로 길 폭은 한 사람 지나기에 자로 잰 듯 알맞고, 길가 유기물은 어느 하나 특별한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하찮은 것 하나 없이 여느 길과 완연히 다른 기분으로 착색시켜 이따금 정신 나간 사람처럼 충족된 목적에 한숨 응수하며 오를 때의 고단함을 잊게 만들었다. 길이 아름다운 건 그 길의 필연을 역설하기 때문이고, 또한 오래된 시간의 자취 때문이기도 하다. 자연이 잉태된 땅에 불쑥 들어서 환영 받지 못하는 불청객은 길로 인해 손님이 되고, 친우가 되며, 때론 제자가 된다. 비록 뿌연 대기가 세상으로 뻗어가는 시선을 시샘하고, 용인하지 않지만 이 길에서 만큼은 세속과 다른 민낯을 하나씩 열거..

신선의 세계, 상원사_20220504

중력은 약하고, 자태는 묵직한 사찰인 상원사는 남대봉으로 가는 길이라면 꼭 들러야 된다. 탐욕의 비늘이 있는 자리에 나지막이 울리는 산내음이 있고, 둔탁한 엔진소리 대신 발자국 소리마저 숙연하게 만드는 은은한 풍경소리가 있다. 치악산의 파수꾼처럼 잔혹한 세속에서 우뚝 선 절벽 위 큰 어른. 실크로드의 오아시스처럼 유혹이 난무한 산행 뒤에 눈과 가슴으로 갈증을 깨친다. 힘든 여정의 감로수, 치악산 남대봉/상원사_20210817 평소 산을 거의 타지 않는 얄팍한 체력에도 뭔가에 이끌린 듯 무작정 치악산기슭으로 오른 죄. 평면적인 지도의 수 킬로를 우습게 본 죄. 시골 출신이라 자연 녹지의 낭만만 쫓은 죄. 여전히 대 meta-roid.tistory.com 상원사에 들어서면 누구나 약속처럼 감탄사를 남발하게 ..

치악에 대한 중독, 치악산 남대봉 계곡길_20220504

모처럼 치악산에 도전, 산으로 가기 전 든든한 식사는 기본이라 가까운 원주 혁신도시에서 에너지 보충과 더불어 커피 한 사발 짊어지고 떠난다. 회사 계단 오르는 것도 턱 밑까지 숨이 차는데 치악산 남대봉에 오를 수 있을까? 첫걸음이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발을 떼고 나면 어떻게든 오르는 것 보면 저질체력이 아니라 스스로 위안하고 다독거리는 수밖에. 원주혁신도시는 처음 밟는데 무척 깨끗하고 잘 짜여져 있었다. 게다가 외곽으로 치악산이 감싸고 있어 무척 부럽기도 했다. 또한 아침 햇살이 어찌나 강렬한지 산행을 하기 전부터 등짝이 촉촉해질 정도로 날씨 또한 포근했다. 치악산의 눈물, 영원산성_20210809 이 하늘에 모든 망설임을 털고 첫걸음 내딛는다. 티 없이 맑던 하늘의 화폭에 치악산의 미려한 선이 수놓듯 ..

힘든 여정의 감로수, 치악산 남대봉/상원사_20210817

평소 산을 거의 타지 않는 얄팍한 체력에도 뭔가에 이끌린 듯 무작정 치악산기슭으로 오른 죄. 평면적인 지도의 수 킬로를 우습게 본 죄. 시골 출신이라 자연 녹지의 낭만만 쫓은 죄. 여전히 대낮 기온 30도를 웃도는 여름에도 물 한 병 의지한 채 내가 마냥 청춘이라 착각한 죄.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실한 준비로 치악산에 오른 건 전적으로 내 책임이었고, 산길로 따라가며 내내 자책했다. 산이름에서 '악'이 들어가는 산은 입에서 '악!'소리가 난다고? 치악산 남대봉을 오르며 카메라 넥스트랩과 백팩조차 땀에 완전 절어 버릴 만큼 체력의 바닥이란 게 이런 기분인가 싶다. 산길 400m가 그렇게 지루하고 더딘지, 평소 인적이 거의 없다는 반증인지 길조차 애매하거나 온통 이끼로 뒤덮인 산길을 의심조차 없이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