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4

오지의 깊은 고독, 외씨버선길 1코스_20240611

지금까지의 주왕산은 잊어야 될 주왕산의 또 다른 얼굴, 용연폭포를 지나 고갯마루를 지나는 순간부터 정취는 완연히 바뀌며, 각종 기암 협곡과 마천루는 사라지고, 낯선 생명의 방문을 거부하듯 극도의 적막한 숲 속 진공관과 같은 산길을 지난한 걸음으로 옮겼다.1.6km의 뿌듯한 오르막길을 걷는 동안, 아니 금은광이를 넘어 첫 번째 인가를 만나기 전 약 4km 산길에서 어떠한 인적도, 심지어 주왕계곡에서 줄곧 따라붙던 요란한 개울 소리조차 사라진 길에서 묘한 산중의 무거운 몰입감에 취한 사이 무심코 내딛는 발자국조차 진중한 울림이 오감으로 전해져 깊은 숲 속에 심취했다.빈약한 경험상 산에 오를 때는 정상에 대한 갈망이 있거나 산길을 걷는 과정에 갈망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엔 산의 터주인 숲에 스며드는 각별한 경험..

자연이 빚은 주상절리 협곡, 청송 주왕산 용추협곡_20240611

거대한 협곡과 계곡들이 실타래처럼 엮인 주왕산을 한 줄로 논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주왕산은 논하고자 한다면 우선 이 절경을 직면한 뒤에라도 늦지 않겠다.때론 멀찌감치, 때론 머리 위로 쏟아질 듯, 때론 발치에서 디딤돌이 되어준 계곡길 따라 영원의 여울 폭포는 현세의 시름마저 잠들게 했다.용추협곡의 깊은 곳을 울리는 용연폭포를 지나며, 심약한 다짐을 채찍질하여 날 것 그대로의 적막한 산길 따라 금은광이로 재촉했다.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경상북도 청송군은 대부분 지역이 경상분지에 속해 있어 중생대 백악기의 퇴적암-화산암 지층 경상 누층군 하양층군과 유천층군 그리고 이들을 관입한 불국사 화강암류가 분포하며 일부 지역에는 영남 육괴의 선캄브리아기 지층이 분포한다. 또한 주왕산, 청송 신성계곡 공룡발자국 화석..

기암 병풍과 길 이야기, 청송 주왕산 주왕계곡_20240611

여정과 함께 사이좋은 동무가 된 무더위의 위력은 실로 엄청나 내륙 깊은 주왕산까지 장악했다.살을 태울 듯한 따가운 햇볕,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막힐 듯 조여 오는 더위, 게다가 여정의 동반자로 손색이 없던 바람은 어디론가 숨어버렸고, 덩달아 따라다니던 구름도 흩어진 상태.그럼에도 삼척동자도 다 안다는 국보급의 주상절리 계곡은 처음이라 정신줄 단단히 부여잡고 국가대표급 무장애길을 걸어 점점 깊이 주왕산의 품으로 걸었다.원래 여정은 주왕산을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 애용하는 용추협곡 따라 각종 기암과 폭포를 지나 외씨버선길로 이어지는 금은광이를 넘어 노루용추계곡과 월외매표소를 거쳐 달기약수까지 계획했지만, 무더위로 체력이 개털려 쉬운 용추협곡까지 망설였다.그러던 중 협곡의 폭포 중 가장 끝에 있는 용연폭포에서 ..

단아한 주왕산 계곡, 절골_20201111

이미 가을은 떠나고 머물다 간 흔적만 공허하게 남아 무심히 불어오는 바람에 희미해져 가는 내음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길을 버리고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계곡은 간헐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의 모였다 이내 흩어지는 메아리만 수직 절벽 사이로 금세 사라진다. 자연이 아닌 인위적으로 이런 기이하고 미려한 솜씨를 발휘할 수 있을까? 낙엽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젖지 않고 수면 위를 유영하는 형형색색 이파리를 보노라면 일그러진 수면이 다시 평온한 모습을 찾듯 안타까움은 시간의 동정을 기대하긴 어렵다. 태고적부터 무던히 인내한 자연의 현재 모습은 지금까지 조급 했던 내게 한시도 가르침을 게을리하지 않는 위대한 스승과 진배없다. 단 하루의 짧은 밤이 못내 아쉽지만 그렇게 몸 기댄 안락함에 감사를 드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