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 4

포근한 적막, 우포생태촌_20211024

무거운 적막은 내게 있어 평온이요, 이따금 허공을 가르는 차량의 질주는 낯선 길을 함께 하는 친구 같다. 가느다란 불빛 한 줄기조차 없는 생태공원의 암흑 속에서도 생명의 미묘한 파동은 도시에서의 위협적인 곁가지와 달리 미약한 등불 마냥 냉혹한 계절과 문명의 역습에 움츠러 신음하는 마지막 희망의 몸부림이다. 생태촌 앞에서 나지막한 냥이 울음소리에 반사적으로 다가서 한 움큼 밥을 내밀자 어린 냥 둘이 다가와 허기와 경계 사이에서 잠시 갈등을 하더니 결국 생존의 본능에 어쩔 도리 없이 발치 앞에서 다급히 식사한다. 동이 트고 세상의 역동이 눈을 뜨자 햇살이 부서지는 대지가 삶을 노래하는 곳, 우포에서 가을바람에 이끌린다. 합천에서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대구에서 큰누님을 모셔드릴 겸 죽전 부근 일식집에서 식사를..

우포 출렁다리와 쪽지벌_20201119

우포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다는 출렁다리는 생태촌 창녕 공무원을 통해 추천받은 우포 일주 탐방로 중 꼭 들르길 추천하던 장소로 바로 앞까지 차량 출입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멀찌감치 차를 두고 뚝방길을 따라 찾아갔는데 우포 하류 위치에 산밖벌이라는 근래 복원한 늪과 쪽지벌 사이를 가르는 토평천 도보길로 스릴감이나 절경보다 원시 하천 위를 걸으며, 산업화 시기에 거리를 누비던 버드나무의 희미한 기억을 반추할 수 있다. 갈대가 무성한 산밖벌을 돌아 출렁다리를 건너 뚝방길을 따라가면 쪽지벌로 향하게 되는데 우포에 발을 딛고 가장 아름다웠던 건 들판 민들레처럼 혀에 살짝 감기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하나씩 재현되고 있다는 것, 그냥 아무렇게나 두어도 자연은 스스로 각성하고 틀을 잡아가는 자생 기능이 발현되고 있..

원시 호수의 형태, 우포_20201119

우포는 크게 우포, 사지포, 목포, 쪽지벌이 있는데 우선 우포 먼저. 사는 인근에도 큰 저수지가 몇 개 있긴 하나 우포는 4개의 호수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늪지대이자 자연 생태지역이나 진배없었다. 산과 달리 주변을 돌며 산책하기 좋은 평탄한 길인데다 수도권과 달리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인가도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전체를 본다면 마치 테마별 분류한 것처럼 분위기가 조금씩 달랐다. 4개의 호수 중 가장 큰 우포늪을 먼저 밟으며 걷기 좋은 대대제방으로 향했다. 이미 떠난 가을의 흔적만 남아 퍼붓는 비와 세찬 바람이 더해 을씨년스러웠다. 이따금 우두커니 서 있는 버드나무의 노랑이 바람결에 펄럭이며 바람을 뒤따르려 하지만 매몰찬 바람은 멀찍이 남겨 두고 어디론가 총총히 사라져 버렸고, 호수 한 켠에 빼곡히 ..

멋진 숙박 시설, 우포생태촌_20201118

겨울 낮이 짧긴 해서 가뜩이나 밤이 일찍 젖어드는 시골은 더더욱 암흑 천지가 되어 이른 저녁임에도 한밤 같다. 특히나 우포생태촌을 이용하는 건 우리 뿐이라 일찌감치 진공 상태 마냥 바람에 실려 이따금 떨어지는 빗소리만 들렸다. 시골초가를 표본으로 만든 우포생태촌은 창녕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숙박시설로 흔히 애용하는 휴양림 내 휴양관이나 통나무집 개념과 흡사하다. 차이라면 한길과 멀찍이 떨어진 휴양림과 달리 여긴 우포늪 일대와 더불어 인접한 인공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고 생태촌 바로 뒤편이 마을과 연결된 유일한 도로라 지나가는 차소리는 매우 가깝게 들렸고, 우회적으로 표현하자면 접근성은 킹왕짱이다. 잠자리나라와 생태체험장과 함께 조성된 만큼 얼른 짐을 풀고 우의만 걸친 채 암흑 같은 생태체험장에 접어들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