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7

안개속으로, 죽변_20210614

동해의 매력을 시기한 포세이돈이 짙뿌연 안개 장막을 덮어 고이 자취를 감춘 눈부심이 이따금 손을 흔든다. 꽤 오래된 드라마 세트장이지만 컨텐츠는 빛을 바래도 바닷가에 의지한 한 뼘 작은 공간은 어쩌면 영원을 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주에서 부지런히 달려 늦지 않게 죽변에 도착했고, 익숙한 동네에 들른 것처럼 주차한 뒤 바로 바닷가 작은 절벽 위 드라마 세트장으로 향했다. 몇 번 찾아왔던데 비해 다른 가족들은 처음이라 울진에 온 김에 새로 개통한 36번 국도와 가까운 죽변으로 왔고, 죽변의 명물인 드라마세트장은 꽤 오래전 컨텐츠임에도 드라마는 대부분 잊혀졌지만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주위 풍광과 한데 묶여 여전히 명소로 남아 잘 보존되고 있었다. 바닷가를 따라 요상한 구조물이 생긴 걸 보면 조만간 모노레일..

어스름 사이 동 트는 문광저수지_20201015

물들어 가는 은행나무의 정취, 동녘마루 너머 하늘을 태우는 해돋이, 밤새 웅크리고 있다 새벽녘 기지개를 피는 물안개. 먼 곳의 그리운 소식처럼 가을 정취는 소리 없이 대기를 유영하며 작은 날개짓을 한다. 올 때 그랬던 것처럼 갈 때도 발자욱은 없지만 쉬던 자리에 여운의 향기는 짙다. 새벽동이 트기 전에 찾아가 예상치도 못한 추위에 바들바들 떨며 기다렸건만 대부분의 사진들이 바이러스에 취한 것처럼 오류가 나며 이미지 파일로 인식하지 못했다. 아쉽지만 메모리카드를 주기적으로 포맷해 주는 수밖에. 동이 트기 전, 주차장에 도착하자 이미 와서 기다린 사람들이 추위를 피해 차에서 기다렸다. 완전히 어두운 밤과 같아 분간하기 어렵지만 은행나무길의 호기심을 풀기 위해 길을 걷노라니 간간히 암흑을 헤치고 길을 걷는 사..

이른 아침의 적막_20191018

어쩌면 빠듯한 시간에 정처 없이, 반쪽 짜리 여행으로 전락해 버린 이번 여정은 짧은 시간에 비해 동선만 길어 뚜렷한 흔적도 없었다.그래서 영주와 봉화에 갈 여정 없이 무작정 고속도로를 타고 저녁이 지나 도착하여 암흑만 반길 뿐이었다.밤에 잠이 드는가 싶더니 가을 먼지 털듯 후다닥 잠이 달아난 시각은 새벽 2시가 채 안되어 누운채 잠을 청해도 온갖 잡념이 한발짝 다가서는 잠을 떨쳐 버리자 아예 잠자리를 털고 일찍 하루를 시작했다.영주에 흔치 않은 24시 해장국 집에서 든든한 아침 끼니를 해결하고 봉화로 향하는 길은 완연한 밤이라 간헐적으로 상향등을 켜 암흑을 뚫고 달렸지만 목적지에 거의 다다를 무렵 동녘 하늘에서 부터 서서히 암흑이 걷히고 있었다. 텅빈 도로를 질주하다 동녘 여명이 다가오자 차를 세워 두고..

짙게 내려앉은 새벽 안개_20181007

휴일 이른 새벽에 창 너머 계절의 솜을 뿌려 놓았다.밤 사이 자연은 세상에 모올래 찾아와 사알짝 풍경을 바꿔 놓았지만, 언제나 처럼 세상 저 편에서 햇살은 나풀거린다.내음도, 빛깔도, 낙엽 소리도, 뺨에 닿는 알싸함도 모두 가을이 풀어 헤치는 잔치인가 보다. 자연이 깔아 놓은 가을이라는 이름의 포근한 이불로 아직 세상은 한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