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X 431

일상_20191029

하루 여유를 부려 정처 없이 동탄을 방황했다.이미 해는 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라 부쩍 짧아진 낮을 실감케 했고, 일찍 찾아오는 밤에 쫓기듯 잰걸음으로 발길 닿는 대로 돌아 다녔다. 올 가을은 그리 자주 다니지 않아 가을색이 만연해지는 이 거리를 잊고 지냈다.아직 계절 옷을 덜 입어 은행나무 가로수조차 연녹색으로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여느 지역의 가을처럼 금새 물들었다 낙엽으로 한 해를 마무리할 터라 틈틈히 다니며 구경하기로 했다. 오산천 산책로를 밟기 전, 가을이 이제 막 젖어들기 직전이 아닌가 착각이 들만큼 계절에 둔감하다. 전날 내린 가을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심적인 여유가 충만한 가을처럼 누가 볼새라 금새 달아나 버리던 빗방울은 아직 풀입 위에 남아 여유를 부린다. 인공 여울은 갈대 세상이 되..

생태숲의 숨겨진 얼굴에 반하다_20191024

숲속광장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세세히 가을을 낚은 뒤 생태숲 가장 깊이 있는 하늘광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고프로로 계속 촬영을 하며 허술하게 둘러봤던 소나무숲을 천천히 둘러봤다.허나 그 전까지 몰랐던 진면목, 하늘을 향해 높게 뻗은 빼곡한 소나무숲이 압권이었다. 하늘광장에 도착하여 비록 가늘어진 빗줄기지만 여전히 비는 내리는 상태라 비를 피할 수 있는 야생허브원 앞 천막에 타입랩스를 작동시킨 상태로 커피 한 잔과 샌드위치를 뽀개고, 광장 일대를 돌아 다녔다.그 전에 그리 많던 전나무가 대부분 잘려져 나간 상태인데 노랗게 변하는 잎이 그대로 인걸 보면 얼마 전에 나무를 쳐낸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가을에 맞춰 녹색 이파리가 가지에서 부터 샛노랗게 물드는 모습이 전나무숲을 이룬 상태에서 빛결이 고왔던 걸..

생태숲에 도착, 다시 미련처럼 내리는 비_20191024

통고산에서 빠져 나와 서둘러 영양으로 향했다.옥방까지는 이제 편하게 올 수 있어 그만큼 시간을 단축 했고, 그 이후로는 예의 그 고불고불한 산길을 넘어 영양 생태숲으로 넘어 왔는데 출발할 때 불길한 예감은 산길을 넘어 오는 동안 확신으로 바뀌어 빗방울이 굵어지고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했다.작년 10월에 2차례 먼 길 마다 않고 방문 했건만 유독 여기 오는 날만 골라서 비가 내리더니 올해도 어김 없이 비가 마중 나왔다.뭔 일이다냐!몇 번 왔다고 길은 이제 익숙해 졌는데 비까지 익숙해지면 카메라를 사용하지 못해 안타까워 부득이 아이폰으로만 촬영 했던 작년과 똑같이 올해도 그럴 판이었고, 도착해서 차창 밖은 세찬 비바람이 낯선 자의 방문을 그리 달가워 하지 않는 것 같았다.그러고 보면 여기 방문 했던 첫 해..

하늘숲길에 가을이 찾아 들다_20191023

드디어 만항재에 도착, 많은 사람들이 휴게소와 주위 공원에 들러 삼삼오오 사진을 찍거나 먼길을 달려온 여독을 풀기 위해 쉬고 있었다.처음 들린 건 아니지만 2016년 가을에 한 번 들린 터라 낯설기는 마찬가지.(눈꽃들만의 세상, 함백산_20151128, 첩첩한 이끼 계곡과 만항재_20161015)대부분 사람들이 만항재에 잠시 들렀다 다시 갈 길을 재촉하는 것 보면 최종 목적지가 아닌 거듭된 오르막에 잠시 쉬는 정도 같다.그들과 목적지가 확연히 달라 깊은 심호흡과 함께 산골 낮이 그리 길지 않은 걸 감안하여 지체하지 않고 하늘숲길로 향했다.가는 길이 매끈하게 보였지만 예상과 달리 비포장 노면이 그리 좋지 않아 프레임 SUV가 아닌 이상 속도 내기가 힘들어 천천히 길을 따라 전진했다. 만항재에 도착하면 간단..

만항재로 가는 숨겨진 가을_20191023

상동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원래 의도한 대로 상동을 지나 산으로 난 도로를 따라 다시 출발했다.상동은 언제나 마지막 여정의 반환점이었고, 그래서 상동에 도착할 즈음이면 언제나 해는 서산으로 넘어갈 무렵인데다 높은 산으로 둘러 쌓인 동네라 저녁이 일찍 찾아와 상동을 지나는 이 산길은 '언젠가'라는 막연한 여운만 남겨 뒀었는데 이번엔 영월에서 일찍 출발 했거니와 이른 오후 시간이라 막연한 계획을 실현시킬 확신이 생겼다.상동도 조용한데 상동 꼴두바위를 얼마 지나지 않자 인가는 전혀 없고 도로 양 옆 산줄기는 그 틈을 더욱 좁혔다. 이내 차선은 사라지고 오르막길은 가팔라져 이제는 산줄기 가운데가 아닌 산 언저리 포장된 길에 접어 들었고, 그와 함께 인적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이 짙은 가을 숲 내음과 적막을 가르..

선명한 가을과 추억이 웅크리고 있는 곳, 상동_20191023

여행의 출발은 늘 솜털처럼 가볍고, 아이처럼 설렌다.영월 시장에서 나름 유명한 닭강정 하나를 옆에 낀 채 차창을 열고 매끈하게 뻗어 있는 88 지방도를 질주하자 가을 대기가 한꺼번에 밀려 들어와 그간의 시름을 잊게 해 준다.이 도로를 질주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건 도로 뿐만 아니라 남한강을 따라 곧게 펼쳐진 큰 계곡이 트여 있는데다 대부분 여행의 첫 걸음이자 길목이기 때문이다. 골짜기를 따라 번져가는 봄 풍경이 매력적이라 올 봄에도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같은 자리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한 적이 있었건만 막상 사진에서는 웅장한 느낌이 없어지네?(숨겨진 아름다움, 영월 만경사 가는 길_20190422) 다시 가던 길을 출발하여 고씨동굴을 지나면서 이내 골짜기 폭과 차로가 줄어들면서 계속되는 곡선길이 ..

금강산도 식후경, 양은 적지만 내용은 실한 순대국_20191023

22일 칼퇴 후 바로 영월로 직행, 도착했을 무렵 6시가 조금 넘었음에도 이미 어둑했고, 영월은 주중이라 그런지 한산했다.이번 여정은 상동을 거쳐 산길을 경유하여 만항재 하늘숲길 가을 정취를 느껴보고, 그 다음날은 영양 생태숲으로 세부적인 계획까지 감안한다면 동선이 꽤 길어 조금 무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뒤따랐다.그래도 한 달 전부터 벼르던 일이라 첫 여행의 출발점인 영월에서 하루를 묵고 이튿날 이른 아침에 재래시장으로 가서 든든한 식사로 순대국을 줍줍했다. 아침 최저기온이 줄곧 섭씨 10도를 웃돌다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진 날이라 체감 온도는 더욱 춥게 느껴져 몸이 잔뜩 움츠러 들었는지 따끈한 국물이 구미에 당겼고, 더불어 여기까지 왔는데 시장 음식은 필수 아니겠어!중앙 시장 인근에 주차하느라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