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3

시리도록 아름다운 한파, 용평리조트_20240122

폭설이 내린 이튿날 용평의 한파와 강풍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그야말로 살을 에이는 통증과도 같았다. 그로 인해 발왕산 명물인 케이블카 운행은 잠정 중단 되었고, 스키 인파는 부쩍 줄어든 상태로 잠시 장갑을 벗은 사이 손등과 걷는 내내 노출된 뺨을 파고드는 통증은 만만한 게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산등에 널부러진 설경을 일일이 찾아 헤매는 시간은 통증을 극복할 유일무이한 특권인 양 눈에 보이는 길의 형태에 완전히 몰입했다. 연신 엄청난 기세로 발왕산을 삼키던 구름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지나버리면 뒤따르던 구름이 다시 산봉우리를 폭식했는데 그게 일상인지 산은 그저 머무를 뿐이었다. 하루 지나면 여기와 작별해야만 하는데 그 사이 강풍의 화가 누그러져 산 위 겨울 왕국에 초대하려나?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괜히 ..

미알레 펜션_20190124

최소 4명 인원이 모여 스키를 타고 숙소는 미알레 펜션으로 선택했다.3주 전에 미리 예약했던 곳으로 몇 년 전 회사 사우의 추천에 의하면 한적 하면서 비발디파크와 가깝고, 다른 세대 간섭을 거의 안 받으면서 몇 세대가 있어 무섭지 않다는 것.게다가 밤에는 몰랐는데 아침 해가 밝아 밖을 둘러 보니 지대가 높은데다 인접한 건물이 없어 전망도 나쁘지 않고, 시설도 몇 년 전에 사우가 갔었던 걸 감안하더라도 꽤나 잘 설계된 펜션이었다.물론 지금은 세월의 흔적이 진하게 묻어 있지만. 너른 마당은 잔디로 깔려 있고, 건물 정면의 사진 찍느라 서 있는 등 뒤는 낮은 산이, 건물 너머엔 지형이 낮아지며 홍천강 지류가 흘렀다.밤새 술 한 사발 뽀개면서 들락날락 거렸음에도 평일이라 주위가 한적했던 부분도 호감도를 올렸겠지..

설원에서 스키를 타다_20190123

가는 길에 극심한 교통 체증으로 이런 길도 있었나 싶은 생소한 고갯길로 안내하는 네비를 반신반의한 상태로 따라 갔고, 출발 3시간이 넘어 겨우 비발디에 도착했다.작년 학우들을 만나 처음에 좀 귀찮던 스키가 어느새 시간 잡아 먹는 하마가 될 줄이야. 하얀 설원의 세상에서 야간 3시간만 타겠다던 애초의 무리한 계획은 턱도 없이 모자란 4시간이 되었고, 마무리 술자리에 전부 무너졌다.그래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학우 중 한 명이 이곳 스키 강사라 상세한 레슨을 받고 실력이 꽤(?) 늘었다. 한적한 야간 시간대라 리프트도 아주 여유 있게 타면서 중간에 헛된 시간 없이 알차게 보냈는데 역시나 강원도 산바람은 서울보다 추워서 겁나 열정적으로 타고 잠시 한숨 돌릴 때면 한기가 무쟈게 밀려 들어 코 끝이 빨개졌다.리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