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6

영주에서 집으로 향하는 길_20240730

다덕약수탕의 숨겨진 맛집에서 점심으로 백숙을 먹었는데 전날과 마찬가지로 모두 폭풍 흡입을 자랑했다.맛집을 소개하는 입장에서 소개한 식당의 음식을 맛나게 먹으면 그 또한 흐뭇한 일 아닌가.결코 적은 양이 아니었음에도 그 많은 걸 다 먹은 것도 모자라 반찬이며, 뒤이어 나온 죽까지 깨끗하게 비운 건 정말 맛이 있다는 방증인데 모두가 몇 끼를 굶은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식욕은 엄청났다.식사가 끝나고 영주역에서 재집결하여 한 녀석이 타고 갈 열차 시간을 기다리며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던 사이 1시간은 금방 흘러 거기서부터 뿔뿔이 흩어져 집으로 출발했다.소나기가 퍼붓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만큼 소백산 정상 부근엔 두터운 구름에 가려졌고, 햇살은 비웃기라도 하듯 쨍하게 쏟아졌다.그나마 대기가 ..

은둔의 산촌을 걷다, 영주 소백산 달밭골과 자락길_20240612

소백산 비로봉 최단 코스, 삼가동 탐방소를 지나 폭염을 이기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평소라면 잘 포장된 길은 워밍업 구간이겠지만 폭염 아래에선 걸음 뿐만 아니라 양어깨에 둘러 쳐진 백팩조차 천근만근이었고, 사찰 탐방 또한 둔턱이었다.이왕 발길을 돌리기로 마음먹었다면 미련을 두지 말자.그래도 무슨 힘이 남았는지, 아님 나무숲에 대한 집착이었는지 가까이 잣나무숲이 있어 소백산 자락길을 걸어 울창한 잣나무숲에 들어섰고, 잣나무숲에서 만날 수 있는 내음과 소리에 흠뻑 취했다.비로사를 지나 소백산 중턱 잣나무숲을 가기 전에 고도 700m 가까운 곳의 산속 달밭골 작은 마을이 있었는데 예전 여정에서 귀동냥으로 들었던 마을이 바로 여기였다.전쟁이 일어난 줄 모르고 살았다던 소백산 자락, 구병산 자락, 지리산 자..

봉화를 떠나며_20211004

전날 숙취를 간신히 잠재우고 봉화읍에서 거나한 점심을 챙겨 먹은 뒤 커피 한 잔을 끝으로 각자 흩어졌다. 점심으로 낙점된 송이전골을 먹은 뒤 찌는 듯한 더위를 뚫고 이디아 커피로 향하며, 오래된 건물과 정갈한 간판이 절묘하게 조합된 상가를 지나게 되는데 약국보다 고풍스러운 약방에 시선이 멈췄다. 아직은 완전히 여물지 않은 가을 벌판 한가운데 힘겹게 자리를 지키는 허수아비도 조만간 춤사위를 펼칠 수 있겠다. 멀리 백두대간의 숭고한 바람을 타고 황금 물결이 출렁이면 지난한 고독의 병마도 성숙한 가을의 포용 앞에선 잠잠해지겠지? 먼 길 나서기 전, 가을 벌판을 무심히 바라보는 사이 무겁던 마음에도 가을 바람이 일렁인다.

비 그친 오지를 떠나며_20210826

어여쁜 호랑나비의 날갯짓에 넋 잃고 그 뒤를 총총히 따라 밟는다. 어릴 적엔 곤충 표본으로 메탄올 주사를 놓아 즉사시켰다면 이제서야 그 생명의 고귀함을 알게 되었고, 그러기까지 무척 많은 시간이 걸렸다. 너도 나처럼 고결한 존재임을, 그래서 요즘 보기 힘든 곤충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깨닫는다. 내가 미행하는 것을 녀석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제 할 일과 제 몸짓에 충실하다. 가을 장마를 피해 구름 위로 살짝 모습을 드러낸 소백산 연화봉과 지날 때마다 신기한 산능선나무숲. 백두대간을 지날 무렵 끝없이 펼쳐진 장벽 위에 망루처럼 솟아난 구조물이 소백산 천문대로 고교 졸업 후 친구들과 오르면서 개고생한 추억을 묻은 곳이다. 장벽처럼 앞을 가로막는 백두대간을 지나기 전, 무겁던 하늘이 가벼워지려 한다. 백두대간..

모두 어울리는 곳_20180714

이튿 날, 집 앞에 끊임 없이 흐르는 물소리의 진원지는 바로 작은 여울이었다.계곡이 깊어 사시사철 개울물이 마르지 않는다던데 그만큼 물소리 또한 요란하고, 이끼 투성이다. 물에 들어가지 않고 잠깐 물만 만져봤는데 여름이지만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갑다.또한 여기 일대에 모기가 전혀 없어 쾌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불어 오는 바람 속에 여러 가지 나무가 섞인 내음이 은은했다.가족들은 계속 남아 하루를 더 지내고, 나는 이내 출발해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이런 천혜의 자연을 벗어나려는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조만간 다시 찾을 수 있겠지만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등을 지고 다시 빼곡한 도심으로 돌아가는 안타까움은 며칠 더 머물더라도 떠나는 시점에선 마찬가지 기분이 아닐려나 하는 위안으로 출발했다. 서울로 돌아가는..

새로운 동반자와 첫 여행_20180713

퇴근 시간에 반가운 전화 한 통을 받는다.내가 주문한 차가 도착했다고?!회사 지하 주차장에서 사우들 몇명과 함께 페스트리보다 겹겹히 쌓여 있던 비닐을 제거하고 새차 냄새를 빼는 과정을 거친 후 퇴근과 동시에 가족들이 여행으로 떠난 봉화로 출발한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하는 데다 주말 휴일을 앞둔 금요일이라 회사를 출발해서 두무개길을 이용해서 강변북로에 합류하기 까지 정체가 무쟈게 심해 꽤 시간이 걸렸다.새 차라 급유가 필수라 바로 엄청나게 막히는 외곽순환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경로를 피해 네비가 가리키는 청담대교로 빠졌건만 수서까지 거의 거북이 걸음이다.기름 좀 먹여달라고 차는 댕댕거리고 진행은 더딘데 자동차 전용도로라 빠지는 길은 없고.더워서가 아닌 당혹스러워 땀을 삐질삐질 흘리다 문정동 가든파이브 부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