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6

일상_20180916

휴일에 가을 비가 내리는 공원을 걷는다.올 여름에 마른 장마에 대한 보상처럼 가을이 되자 비가 내리는 양과 횟수가 부쩍 늘었고, 특히나 지루하고 긴 폭염 뒤의 가을 비라 청량감이 더해진다. 가느다란 비라 우산을 쓰지 않고 얇고 가벼운 방수 재킷을 걸쳐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는데다 얼굴에 살포시 닿는 느낌도 도리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평소에도 북적대지 않는 공원 산책로에 비까지 내려 더욱 적막하다. 비가 내릴 때만 만날 수 있는 푸른 잎사귀 위의 물방울들은 지나치게 낯가림이 심해 비가 그치면 금새 어디론가 쏜살 같이 줄행랑 치는 녀석들이라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서 세상 구경 삼매경에 빠졌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내가 온 줄도 모른 채 서로 조잘 대느라 여념 없다.약한 대낮의 세상 빛을 쪼아 먹곤 다시 ..

비가 내려 영롱한 불금_20180518

퇴근길에 내린 소나기가 그치고 급작스레 구름이 걷히면서 늦은 밤에 청명한 하늘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서 산책을 했다.비가 내린 뒤 잠깐 동안 볼 수 있는 물방울 보석을 보기 위함이었다.실로 오랜만에 나서는 밤 산책이라 큰 망설임 없이 도리어 설렘만 챙겨 나섰다. 약간 높은 곳을 찾다 육교 위에 올라 하늘을 쳐다 보자 이내 선명하고 또렷한 밤하늘을 수놓는 별빛이 보인다.금요일 밤이라 평일에 비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많은데 오산천 산책로에 들어서자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비 내린 여파는 사람들 발길을 묶어 놓았다.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걷다 요란한 자연 여울의 힘찬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규모는 작지만 요란한 물소리와 밤에도 쉽게 볼 수 있는 흰 물거품을 보면 잠깐이지만 얼만큼 비가 많이 내린 건지 ..

추적추적 비 내리는 퇴근길_20180517

퇴근길, 광역버스를 타면 열에 아홉은 골아 떨어진다. 그러다 눈을 뜨면 대부분 경부고속도로에서 벗어나 톨게이트 언저리를 지날 무렵인데 언제 부터 내렸는지 차창에 빗방울이 한 두 방울 찍히기 시작하고, 그러다 석우동을 지나면서 폭우처럼 쏟아진다. 석우동 첫 정류장에서 신호를 받고 있는데 갑자기 폭우가 유리창을 때리며 순식간에 방울이 징그럽게 맺혀 버린다.꿈인지 생시인지 비몽사몽이라 분간이 안 되는 이 기분.

비 내린 뒤_20170824

장마철인 양 허벌나게 비가 퍼붓다가 소강상태를 번갈아 가길 보름 이상 지난 거 같다.가을 장마라고 하기엔 이르고 그렇다고 무더위가 8월 초에 극성을 부린 고로 시기상 장마도 아닌데 도리어 장마철 보다 더 지루하게 흐리며 비도 많다.결국 오늘을 기점으로 낮 동안 퍼붓던 비가 완연히 물러 간다는 소식을 접하고 미리 집 나갈 채비를 해 놓았지.지난달 말에 비해 비도 많이 오고 덜 후덥지근 하니까 걷기엔 따봉!(일상_20170731) 걸어서 노작마을을 지나 오산천 산책로에 나가자 나와 비슷하게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산책 나온 사람들이 꽤 눈에 띄인다.일기예보의 거듭된 오류를 믿지 못하겠는지 한 손엔 우산을 들고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아 졌지만 내가 막 오산천에 도착할 무렵은 아주 조용했고..

일상_20170731

2017년 7월의 마지막 날엔 어김 없이 변덕스런 날씨를 반증 하듯 빗줄기가 굵어 졌다 가늘어지기를 반복한다.오후 느지막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 차림에 소지품을 챙겨 잰걸음으로 산책을 나왔다.계획은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북쪽 끝을 찍고 노작호수공원을 거쳐 투썸플레이스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남쪽 끝, 사랑밭 재활원에서 집으로 가는 코스 였다. 노작마을 카페와 반석산 사이에 노상 테이블과 자그마한 경작지가 보기 좋아 어느새 부터 인가 이 길을 거쳐 노인공원을 통해 반석산에 진입하는 횟수가 빈번해 졌다.이미 가늘게 떨어지던 빗방울은 좀 더 굵어졌지만 유난히도 비가 좋아 흠뻑 젖지 않는다면 이렇게 비를 맞이하는 것도 좋다. 둘레길로 접어 들었다가 오산천 산책로를 한 바퀴 돌려면 체력..